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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지 위의 마왕
서적 | 2010/06/07 00:13
라이트 노벨 평론가로 유명한 크로이츠가 쓴 소설로 화제가 된 작품입니다. 작가 본인은 평론가로서의 입장을 접고  새로운 필명으로 소설가의 길을 걸어나갈 생각인 모양인데, 주변에서는 좋은 평론가가 사라졌다고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꽤 되는 듯하네요.

작가가 평론가로서의 네임밸류가 있다고는 해도 전 딱히 이 소설에 큰 기대를 품고 읽은 건 아니기 때문에 기대치로 인한 실망이나 감탄 같은 건 없었습니다. 그다지 추켜세울 생각도 없고, 눈에 핏대 세우며 깔 생각도 없으니 간단히 주관적인 감상이나 끄적끄적.

몰락한 기숙사제 여학원을 배경으로 800년만에 부활한 마왕과 슬럼프에 빠진 천재소녀작가의 보이 미츠 걸 스토리. 대체적인 세계관 및 구성은  다 어디선가 본 적 있는 것들.... 좋게 말하면 친숙하고, 나쁘게 말하면 흔한 설정이네요. 이런 보편적인 소재를 얼마나 감칠맛나게 요리하느냐가 관건인데... 솔직히 말해 이 작품은 살짝 미묘한 느낌입니다.

주인공인 마왕 가인의 외양이라든가 성격 등 캐릭터성이 모 애니메이션 주인공이랑 겹쳐지는 부분이 많아 읽으면서 살짝 떨떠름한 느낌에 더해 의미없이 혼잣말을 주절거리는 연출은 영 안 좋아해서 초반에는 시큰둥한 마음으로 읽었는데(초반에 부활한 가인의 원맨쇼는 무지무지무지 오글거렸음...;;), 중후반에는 재미가 붙더군요.

등장 캐릭터는 각 유형별로 착착 준비해 배치해 놓았지만, 캐릭터의 매력을 충분히 살리지는 못한 것 같아요. 조연뿐만이 아니라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두 주인공 캐릭터의 깊이가 부족한 것 역시 문제인 듯. 각 캐릭터가 자신의 입을 통해 무거운 과거를 밝히지만, 이게 확 와닿질 않네요. 마치 주어진 대본을 감정없이 읽고 있는 배우를 바라보는 관객의 심정이랄까... 그저 주어진 사실을 나열할 뿐이라, 머리로는 상황을 이해하겠는데 감성이 안 따라간다...;; 절박함이 부족해...

후반부가 흥미진진하긴 했는데 특정 작품을 연상시키는 문체랑 분위기 때문에 아류작을 보고 있다는 느낌이 무럭무럭 피어오르더군요. 마법명이란 소재가 처음 나왔을 때는 좀 익숙한 느낌이 들어도 그 정도 쯤은 허용범위내였는데, 가인이 소녀를 구원하겠다고 결심하며 마왕명을 외치는 장면에서 느껴지는 익숙한 기시감... 소녀를 구원하기 위해 자신을 내던진다는 건 흔하다면 흔한 소재고, 뻔하다면 뻔한 전개이긴 한데 일부분이긴해도 이렇게나 타작품과 판박이스러운 느낌을 준다면 감점이 가해지는 건 피할 수 없을 듯... 이건 저만 그렇게 느끼는 걸까요...?

그외에 문장이 한글로써는 좀 어색해보이는 부분이 꽤 눈에 들어옵니다. 쉼표 사용도 좀 잦고... 이것은 외국어 노출의 폐해!? 뭐, 저도 무의식중에 어색한 문장이나 표현을 써대니 남말 할 처지는 아닙니다만... 문체가 엉망인 건 아닌데 매끄럽다고는 못하겠어요.

이야기의 포인트인 마왕과 소녀의 만남과 교류, 그리고 그로 인한 변화...라는 측면에서는 제법 마음에 드네요. 닮은 꼴인 에리스와 가인이 만나 서로를 이해하고,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그간 갇혀 있던 단단한 틀을 벗어나 함께 미래로 나아가게 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가인이 스스로를 단절하고 홀로 틀어박힌 에리스를 설득해 다시 세상으로 끌고 나온 부분이 꽤 마음에 들었어요. 이거라면 반드시 먹힌다!... 라며 가인이 자뻑스러운 생각을 해대는 건 살짝 닭살스러웠지만... 보이 미츠 걸 혹은 성장물로써는 나쁘지 않은 작품이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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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집사 ~아가씨와 피의 계약~
서적 | 2010/06/05 02:07
태양신앙 솔라레교를 믿는 시실리아 공국. 마를 정화하는 성스러운 힘을 지닌 성소녀이자 앰블러 상회의 영애인 레이라에게는 남모를 비밀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레이라를 섬기는 집사 다리우스가 태양빛 아래서도 살아갈 수 있는 흡혈귀라는 것과 그런 다리우스에게 레이라가 자신의 피를 주고 있다는 것. 그러던 어느 날, 레이라와 다리우스는 흡혈귀에 의한 살인현장을 목격하게 되고, 거기 있던 여흡혈귀를 죽이게 되는데...

제목부터 노골적으로 요즘 트렌드를 반영하는 듯한 「뱀파이어 집사」시리즈 첫 번 째 이야기입니다. 아가씨와 집사의 신분 차이에다, 솔라레교의 상징인 성소녀와 솔라레교의 공적인 흡혈귀의 용납받지 못할 금단의 관계라는 이런저런 장애 요소를 안고 있는 주종커플 레이라와 다리우스의 이야기네요.

태양신 솔라레를 숭배하는 솔라레교를 국교로 삼는 여섯 개의 국가 집합체, 성일교지대. 과거 태양신 솔라레를 숭배하는 솔라레교를 유일무이의 국교로 삼아 대륙 절반 이상을 무력으로 평정했던 그란데 제국에 기원을 둔 이 여섯 개 나라는 그란데 제국과 마찬가지로 태양신 솔라레를 섬기며 솔라레의 대적자인 월신 루나와 그 피조물 뱀파이어를 이단으로 규정짓고 적대시합니다.

성일교지대내에서 솔라레교의 총본산인 그란데 교국 다음가는 권력에 으뜸가는 부를 자랑하는 상업국가 시실리아 공국에 사는 레이라는 공국내에서도 손꼽히는 대부호인 앰블러 상회의 영애이자 솔라레교의 성소녀. 태양신 솔라레의 성스러운 날인 6월 21일일에 태어난 여아는 무언가 성스러운 기적의 힘을 지니고 태어나 성소녀라 불리며 추앙받게 되는데, 레이라가 지닌 기적의 힘은 흡혈귀의 마력을 물리칠 수 있는 정화의 힘. 성소녀는 솔라레로부터 기적의 힘을 받은 성스러운 자라는 점에서 솔라레교의 상징적인 존재로, 솔라레교 내에서의 발언권 또한 매우 강합니다.

귀한 존재로 떠받들어지는 성소녀에게는 커다란 제약이 있었으니... 성소녀의 힘은 처녀성을 잃게 되면 사라지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교리 때문에 대놓고 반대는 못하지만, 교회 측에서는 몇 안 되는 성소녀의 연애나 결혼을 훼방 놓으려고 눈에 불을 켜대는 상황이고, 레이라도 성소녀로서의 의무감 때문에 연애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 체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레이라도 예민한 나이대의 소녀인지라, 연애에 흥미와 환상을 품고 있는데다 자신의 집사인 다리우스에게 어렴풋한 연심을 품고 있는데... 가장 큰 문제는 다리우스가 바로 흡혈귀라는 사실입니다.

밤의 일족이라 불리는 흡혈귀는 크게 월신 루나가 직접 창조했다고 하는 '월왕의 혈족(소브라노 발렌타드)'과 월왕의 혈족에 물려 후천적으로 흡혈귀가 되는 '혈도(크레아트)'으로 나뉩니다. 본래 인간이었던 다리우스는 5년 전 월왕의 혈족에게 물려 흡혈귀가 되었는데, 이때 자신을 구해준 레이라에게 충성을 맹세하며 그녀를 섬기게 된 거죠. 혈도가 인간으로 되돌아갈 유일한 방법은 오직 자신을 흡혈귀로 만든 월왕의 혈족을 처치하는 길뿐. 레이라와 다리우스는 오로지 월왕의 혈족을 물리치는 것에 희망을 걸고 온 힘을 쏟지만, 아직 별다른 성과는 없습니다.

성소녀의 연애도 충분히 문젯거리인데, 그 상대가 솔라레교의 숙적인 흡혈귀라 하면 완전히 뒤집어질 일이지요. 다리우스는 그간 불로불사의 존재인 흡혈귀가 되어버려 변하지 않는 외모를 동안이라고 적당히 속여 왔지만, 제때에 자신을 흡혈귀로 만든 월왕의 혈족을 처치해 인간으로 돌아오지 못하면 머지않아 레이라 곁을 떠나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고...

외부적인 문제도 문제지만, 레이라랑 다리우스 둘 다 무척이나 서로의 존재를 갈구하는데도 두 사람 모두 자신의 입장이나 위치에 강하게 묶여 있다 보니 좀처럼 서로 마음이 통할 기미가 안 보이네요. 특히, 다리우스는 누가 봐도 절절히 레이라를 연모하는 게 뻔히 보이는데 이게 다 아가씨를 생각하는 집사의 마음이라고 스스로 변명하고 납득하는게 영락없이 자기쇄놰 수준...;;

근데 대륙 절반을 넘는 거대한 땅덩이에 위치한 여섯 개 나라에서 성소녀가 두 손가락을 채 못 채울 정도로 적다니, 이 동네출생률은 어떻게 되먹었는지 의문이... 뭔가 신비한 힘이라도 작용해 6월 21일에는 여아의 출생률이 극히 적은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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