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보랜드 2

먼 옛날, 마기 문명이라는 고대의 문명이 있었다. 그 문명은 찬란한 번영을 이뤘으나 어느 순간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고 말았다. 수백년이 지난 후, 인류와 마족들이 대륙의 주도권을 잡게되었다. 두 종족은 타협하지 못한 채 서로 싸움을 계속했다. 950년 인류와 악마는 큰 전쟁을 벌였고, 전쟁은 인류의 승리로 끝났다. 왕국의 통치하에 세계는 평화를 얻은 듯했지만…

 

시로 게임즈가 내놓은 인디 게임입니다. 진화하는 RPG를 콘셉트로 내세운 『에보랜드』의 후속작이에요. 다이렉트게임즈에서 독점 한글화했으니, 한글판을 즐기시려면 그쪽에서 구매하시길.

기억을 잃은 주인공 쿠로가 스펠벅 마을의 소녀 피나를 만나 마족의 음모에 휩쓸린 후, 세계 존폐가 걸린 장대한 여정을 나서게 되는 시간여행물이에요. 흑백 도트, 8비트 도트, 16비트 도트, 3D로 시대마다 그래픽이 다릅니다. 16비트 그래픽 시대에 살던 피나가 과거나 미래로 갈 때 뭔가 기묘한 위화감이 든다는 식으로 말하는 장면도 나와요.

온갖 패러디와 장르가 꾹꾹 담겨 있어 종합 선물 세트 같은 느낌이 드는 게임입니다. 탑뷰 형식 액션 RPG를 베이스로, 잠입 액션, 횡스크롤 액션, 어드벤처, 시뮬레이션 RPG, 리듬 게임, 슈팅, 대전 격투, 퍼즐, 카드 게임 등등… 온갖 장르와 게임의 오마주가 풍성하게 들어가 있음. 기존 게임에 대한 향수를 흠뻑 느낄 수 있으니 올드 게이머라면 더욱더 만족스러울 거 같네요.

그냥 추억팔이로만 때우느냐 하면 그건 아니에요. 시대별로 그래픽이 바뀐다는 설정도 참신하고 게임의 완성도가 높으며 스토리도 짜임새 있습니다. 워낙 다양한 장르가 들어차 있어서 난잡한 느낌이 들 수 있고, 시간여행물 및 시간 루프물 특성상 이야기가 복잡하게 베베꼬였다는 느낌이 있지만… 몇몇 떡밥은 명확하게 드러난 게 아니라 이리저리 추측해 보지만 긴가민가 함.

어쨌거나 개인적으로 무척 재미있게 즐겼습니다. 재미와 완성도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듯해서 좀 안타깝네요(저도 알게 된 지 얼마 안 됐음). JRPG나 레트로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께 추천.

P.S. 이 게임을 무척 재미있게 즐겨서 전작을 해보려고 했더니 컨트롤러 완벽 지원이라 해 놓고 게임 패드 인식이 안 되네요. 제법 오래 전부터 있었던 문제 같은데 안 고쳐주려나… 토론글 보고 해결해 보려고 했지만 도저히 안 돼서 패치 나올 때까지 일단 보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