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5일에 슈가빈즈에서 발매한 18금 여성향 게임의 화제작 『Under The Moon』을 플레이 해 보았습니다. 쾌적한 시스템에 깔끔한 그래픽, 초반 선택기에 따라 애증과 순애 루트로 갈리는 스토리 전개와 풍성한 이벤트신으로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모았지요. 확실히 『달의 빛 태양의 그림자』보다 더 강렬합니다. 어느 정도 면역이 없는 사람이 접하면 좀 거북하지 않을까…란 느낌이 들더군요. 주인공 외견이 비호감이라는 의견도 꽤 있는 모양이지만, 전 귀여운 여자아이가 좋으니까 별 불만 없어요. 단지 툭하고 건들면 똑하고 부러져버릴 것만 같은 가녀린 몸이 좀 부담스러울 때는 있었습니다만. 여성향 게임으로선 드물게 여주인공의 보이스가 존재합니다.
누가 뭐래도 레니×아셰 커플 적극 지지!! ???×아셰도 나쁘진 않음.
캐릭터 호감도 : 레니 >>>>>>>> ??? >>>>>>> 세이쥬 >>> 그 외(…)
아, 정말 레니!! 츤츤거리지만 때때로 보이는 데레에 완전히 넘어 갑니다. 차가운 태도를 취하지만 종종 보여주는 애틋한 모습은 정말이지…ㅜ.ㅜ 특히 애증루트에서 찬란히 그 빛을 발함! 아셰에 대한 원망을 품고 있어도 결국 아셰를 사랑하기에 아셰에게는 잔혹해 질 수 없는게 레니인지라… (이런저런 선택기에서 대못밖는 소리해서 미안해, 레니. 그게 그렇게 속뒤집을 만한 얘기일 줄은 그 땐 몰랐다고…) 다른 루트 밟으면서도 자꾸 레니가 눈에 밟혀서 괴로웠어요. 그나저나 아셰의 빨간 리본, 참으로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군요…(불쌍한 레니…ㅜ.ㅡ)
세이쥬의 경우는… 애증루트와 순애루트의 갭이 크더군요. 비관적인 사고방식의 소유자라 삐끗하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인물이에요. 아무래도 쌍둥이가 메인이니까 세 사람 사이에 펼쳐지는 치열한 애증극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레니 애증루트에서는 의외로 얌전해서 놀랐습니다. 아셰를 두고서 서로 신경전을 벌이지만, 공통의 목적이나 적을 둔 상황에서는 서로 협력도 잘하는 것을 보면 쌍둥이 형제는 사실 사이가 무척 좋은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상당히 일처리가 미흡한 경우가 많은데… 컴비네이션이 안좋은가?)
카일의 경우는 순애루트에선 두사람은 완전히 바보커플 그 자체이고, 애증루트에서는 키우는 고양이가 발톱으로 할퀸 것 같아 상당히 뒷맛이 씁쓸했습니다. 항상 곁에 있던 가까운 사람을 잃고 싶지 않아하는 아셰의 절박한 심정은 이해하겠지만 이런 전개는…(부들부들)
세나는 캐릭터 자체가 상당히 일그러져 있는지라 루트 진행도 다른 캐릭터와는 상당히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더군요. 초반부는 정말로 순애루트와 애증루트가 뒤바뀐줄 알았을 정도.
이름 모를 ???씨는 꽤 마음에 드는 캐릭터였어요. ???씨의 입장도 상당히 안타깝습니다. 살아갈 목적을 잃고,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버리고 뛰쳐나왔으니… 돌이켜 보면 처음 만났을 때 카일에게 건넨 말이나 레니루트에서 웃으면서 아셰를 격려해 주는 모습도 짠합니다(그 땐 몰랐지만…).
레니, 세이쥬, 카일, 세나, ??? 외에도 숨겨진 캐릭터인 유난 루트가 존재!! 게임하는 동안 마왕후보에도 거론되지 못하는 아셰의 변변치 못한 정혼자가 누구인가 상당히 의아했는데(약해빠진 놈 보단 강한 마력을 가진 레니랑 맺어주는 것이 혈통에도 도움이 될텐데 어째서!?), 모든 진상은 여기에서 밝혀집니다. 규중처녀로 고이자란 것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군요. 이 루트를 타면 맞이할 수 있는 마왕님의 비가 되어 당당히 애인도 거느리는 B엔딩이라든가, 마계의 여왕이 되어 하렘을 거느리는 C엔딩이 나름대로 충격적이었어요. 여성향 게임에서 이런 하렘엔딩을 볼 수 있을 줄은…
C엔딩자체는 마음에 듭니다만, 여기에까지 이르는 과정이 좀 아스트랄합니다. 다른 루트 때와 달리 초반부터 너무도 다정한 레니의 모습은 아셰의 태도가 다른 때와는 달랐으니 그럭저럭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고 치고(자상한 레니 좋구나… 과거엔 이런 느낌으로 아셰를 대해줬겠지)… 레니에 대해 자기도 모르게 왠지 모를 애틋한 감정을 품고 있는 아셰와 아셰를 다정히 바라보는 레니사이에 흐르는 러브러브 오라를 시기한 유난이 아셰를 보쌈해서 도주, 뜻하지 않게 유난과 단 둘이 된 아셰는 감정에 대해 서툰 유난을 가엾게 여기게 되고 유난이 자신을 지키다가 상처를 입자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해서 그에게 안기게 됩니다. 하지만 아셰의 마음 속엔 레니에 대한 연정은 가슴 속 깊히 박혀있고, 그렇다고 유난을 외면할 수 는 없는 상태. 악마사냥이 끝나고 찾아온 레니 일행은 무슨 일이 있었음을 눈치채게 되지요. 한밤중 아셰를 추궁하기 위해 세이쥬와 함께 아셰의 방에 찾아온 레니는 무슨 일이 있었어도 상관없다며 아셰를 끌어 안습니다. 아셰는 두 사람 다 좋아한다고 생각하면서 레니의 태도를 받아들이며 레니를 끌어안자 과거의 기억과 마력을 되찾게 되는데… 이 때 마성에 눈을 뜬 아셰는 결국 주변 남자들을 홀려 하렘을 구축하고 여왕으로 군림한다는 내용으로 끝을 맺습니다. (아, 이 무슨 안드로메다를 향해 질주하는 듯한 전개란 말인가….OTL 분위기를 뒤엎는 놀라운 반전이었습지요… 설마 이렇게 될 줄 짐작도 못했음…;;)
그래도 유난루트 B, C엔딩은 작은 초식동물인 아셰가 드물게 보여주는 팜므파탈적 엔딩이라 무척 마음에 들어요. 드디어 스스로의 매력을 자각하고 주도권을 쥐게 되었구나, 아셰! 모처럼 마왕의 딸이 여주인공이니까 좀더 소악마적인 모습을 보여줘도 좋았을텐데 좀 아쉽습니다. 아빠의 애인들에게 이런저런 것들을 많이 배워놓고도 사고방식은 상당히 보수적인 아셰인지라.
편한 시스템이나 예쁜 작화, 이미지에 맞아 떨어지는 성우진 등은 상당히 만족스럽습니다만, 스토리 전개가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조금 눈에 띕니다. (그렇다고 전체적인 스토리에 개연성이 없거나 그런건 아니지만…) 하지만 이것도 매력적인 캐릭터로 충분히 메우고도 남을 것 같아요(레니라든가, 레니라든가…). 그런데 애증루트에서 너무 아셰가 휘둘리기만 하니 뒷골이 땡기네요. 소악마적 요소가 쌓여 진입하는게 애증루트라면 좀더 다른 모습의 아셰를 내세워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격렬한 애증을 중심으로 다른 전개를 이끌어 나갈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사실은 두사람 간의 팽팽한 긴장감을 원했거든요. 대부분 아셰가 일방적으로 이리저리 휘둘리며 훌쩍거리다가 결국 강아지처럼 쫄쫄 따라붙는 모습을 보여주니 이게 참…;; 조금은 반발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왜그랬어, 아셰… 그런 상황에선 무기력해질 수 밖에 없을지도 모르지만요.
난…캐릭터 이름대신 성우이름을 써줘야 캐릭터가 인식될거 같다;;;(..)
내가 특별히 성우 페치는 아니다보니…(어울리면 그걸로 만족.)
한참만에 다는 덧글입니다^^ 안녕하시지요? 저는 이제서야 UTM 시작했다가 후우님과 똑같이 레니에게 발려서… 아라로스 라일도 그렇고 후우님과 제 취향이 은근히 비슷한가 해서 살짝 기뻤답니다^^ 한동안 레니에 가슴태우면서 지낼 것 같습니다. 드라마시디까지 들어버리니 더 그렇네요.
오랜만이에요, 유유님. 레니, 좋죠. 첫플레이가 레니라서 후유증이 컸습니다. 루트 확정 전에 자꾸 레니관련 선택지를 누르고 싶은 충동을 참느라 혼났습니다. 다른 캐릭터 루트에서도 레니가 너무 짠하더라구요…ㅜ.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