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드 프린세스』로 유명한 ‘사카키 이치로’의 데뷔작입니다. 이 작품은 제9회 판타지아 장편소설대상 준입선작이라더군요. 삽화가 예쁜 편은 못되기 때문에 솔직히 작가 이름이 아니었으면 안샀을 책입니다. 표지는 그나마 양호한 편이나 안쪽을 펼쳐 보면 조금 힘빠짐. 컬러에 용, 용, 용… 스피노자야 주인공이니까 이해한다 치더라도 조역인 아타락시아 컬러까지 넣어줄 필요는 없었을 것 같은데요.
러셀왕국의 변경 버틀랜드에 사는 소녀 에티카는 자칭 용자의 대리인. 비정기적으로 성 <델포이>의 신전에 안치되어 대대로 용자에게 부여된다는, 지상최강의 생명체이자 인간의 천적인 용을 쓰러뜨릴 수 있는 전설의 무기 파룡검. 그러한 파룡검 중 하나인 <모나드>에 의해 선택된 에티카의 오라버니 레빈은 검에 손도 대려하지 않습니다. 그런 오라버니를 대신한다는 명목으로, 그녀는 파룡검 <모나드>를 손에 들고 성 <델포이>의 숲에 산다는 사악한 용 스피노자를 쓰러뜨리기 위해 길을 나섭니다. 그러나 인류의 천적, 악의 근원일 마룡 스피노자가 사실은 평화주의자에 채식주의자라니…!?
주어진 운명을 거부하고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찾는 자들의 이야기…라고나 할까요. 초반부는 서로 다른 종족인 에티카와 스피노자를 중심으로 코믹하게 전개됩니다. 에티카가 막무가내로 덤벼들다가 제풀에 지치면 함께 티타임을 즐기거나, 에티카를 등에 태우고 스피노자 자신의 개인 텃밭에 데려가는 등 대결을 빙자해 주말 데이트를 즐기는 스피노자와 에티카의 모습이 제법 재미있어요.
주인공의 오라버니인 레빈은 약간 파격적이군요. 이런저런 시스콤 오라버니들을 많이 봤어도 여동생의 목욕을 훔쳐보다 응징을 당하거나 여동생을 부둥켜 안고 엉덩이에 얼굴을 부비부비하는 호색한이라는 설정은 좀… 사실 이런 능청스러움 뒤에 진지한 모습을 감추고 있는 흔하다면 흔한 설정의 캐릭터이긴 합니다만. 그런데 이번 조역 커플링도 딱히 동하질 않는군요.
작가 후기에 따르면 속편도 구상은 해두었다고 합니다만… 이대로 끝내는 게 깔끔할 것 같습니다. (딱히 차세대 이야기가 궁금하지도 않고 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