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환사 마리아 1: 혼에 타천사를, 입술에 진명을.

세상을 몇 번이나 구했다는 대소환술사 이엘 체토켈의 딸인 마리아는 대소환술사를 꿈꾸는 소녀. 어린 시절에는 주변에서 신동이라는 소리를 듣고 자랐지만, 정식으로 소환술 수행을 시작하고 일 년이 지나도록 소환에 성공한 적이 없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소환술 수행을 해본 적도 없는 어린 동생들이 너무도 손쉽게 소환을 행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아 수행을 결심하고 가출을 감행, 입신양명의 초석이 될 아카데미아 입학시험에도 떨어지고 학비를 벌기 위해 용병일을 뛰던 마리아는 홀로 마물들에게 쫓기던 중 던전 구석에 봉인된 붉은 머리의 타천사를 발견하게 되는데…

트레이딩 카드 게임 『몬스터 컬렉션』의 세계관인 육문세계를 바탕으로 한 소설입니다. 작가는 키타자와 케이. 마리아의 아버지인 이엘의 이야기와, 오라버니인 엘릭의 이야기는 이미 소설로 나와 있고, 이번 마리아의 이야기는 소설판 세 번째 시리즈라고 하네요. 만화, 애니메이션, 소설, 게임 등 육문세계를 바탕으로 한 작품은 꽤 되는 모양입니다만, 제가 접하는 건 이 소설이 처음. 딱히 트레이딩 게임이나 다른 작품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읽는데 별 무리는 없네요.

의욕만 앞서는 낙제 소환술사 지망생 마리아. 의뢰 수행중 홀로 마물떼에게 쫓기던 대위기 상황에서 봉인된 타천사를 만나게 된 것이 마리아의 인생에 전환점이 됩니다. 마리아는 위기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타천사와 계약을 시도, 마리아를 지배하려는 타천사와의 주도권 다툼으로 인해 대폭발이 일어나 정신을 잃습니다. 그 후, 마리아가 눈을 뜬 곳은 왕국의 수도이자 성 엘드교의 총본산인 성도 사잔. 어찌된 영문인지 마리아는 타천사의 혼과 융합되어버린 상태였는데…

상황인 즉슨, 마리아를 전부터 눈여겨보고 있던 스카우터에 의해 대폭발로 큰 부상을 입은 마리아는 사잔에 이송, 특무대사라는 명목으로 우선적으로 치료술을 행해 다행히 마리아의 몸은 복원되었는데 대폭발로 육체가 소실한 타천사의 혼이 마리아에게 들러붙은 것.

입대하지 않으면 막대한 치료금액을 변제해야한다는 말에 울며 겨자먹기로 성도방위대 대악마전용특무부대 엔젤네스트 소속의 특무대사가 된 마리아는, 만일 자신이 타천사와 융합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처단당할 것이라는 불안한 마음에 안절부절 못합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남자 이름으로 활동하면 용병의뢰가 더 많이 들어올까 싶어 사용했던 ‘마리아노’라는 가명 때문에 행정담당에게 남자로 오인받아 같은 방에 배정된 무뚝뚝한 룸메이트 알프레드는 악마라고 하면 눈빛이 바뀌는지라, 들키면 난도질당할 거란 생각에 불안은 더해만 가고… 자신에게 들러붙은 타천사 플레임은 미소년 취향의 호모라는 사실에 기가 차기만한데…

그나마 엘리트 집단인 성도방위대에 들어왔으니 이를 밑거름 삼아 출세가도를 달려야겠다는 야무진 꿈을 꾸는 마리아였으나, 사실 그녀가 속한 엔젤네스트는 찬밥 신세의 유형지로 이름 높은 곳이었지요. 게다가 마리아의 아버지인 이엘은 세간에 영웅으로 이름이 높으나, 상층부에는 흉악한 범죄자로 낙인찍힌 상태라 그녀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고요. 여기에 마리아의 다혈질적인 성격이 더해져 바람 잘날이 없습니다.

이름만 대면 다들 알 정도로 유명한 소환술사인 아버지와 고대병기를 움직였다는 성녀인 어머니, 역시나 뛰어난 소환술사이면서 동란을 종식시킨 영웅 오라버니 등… 혈통은 확실하지만 본인 실력은 밑바닥인 마리아에게 특이한 능력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마물에게 사랑받는 마물 페로몬 체질이라는 사실입니다. 현재 마리아가 내뿜는 페로몬은 마왕급 고위악마마저 뇌쇄시켜버릴 정도로 무시무시한 수준. 마리아를 마물 무리속에 던져놓으면 수라장이 펼쳐지겠네요…;; 마리아 본인은 그런 체질이 영 달갑지 않은 모양이지만요.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코미디물로, 개인적으로는 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주인공 마리아와 기타 캐릭터들이 마음에 들기도 했고… 주인공 마리아는 능력도 없으면서 큰소리 탕탕치는 민폐형 캐릭터이긴 한데 나름 발랄하고 귀여워서 별로 밉지는 않더군요. 주로 마리아가 욱하는 성질에 일을 벌려 놓으면 결정적인 순간에 플레임의 힘으로 해결보는 패턴으로 진행됩니다.

어쨌거나 마리아가 플레임과 티격태격거리는 거나, 인간관계에 서투른 알과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게 꽤 좋네요. 저는 현재 알×마리아 커플을 응원중입니다. 이번 권에서 나름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였으니 연애감정 쪽으로의 진전도 기대해 봄직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