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환상 사이에 놓인 기묘하고 신비한 공간 호텔 윌리엄 차일드 버드(통칭 새장관)에서 살아가는 괴팍한 주민들의 이야기 『새장관의 오늘도 졸린 주민들』 입니다. 6권으로 완결. 구석에 박아놓았던 걸 꺼내 마지막 권까지 읽었습니다. 국내에는 4권까지 정발된 모양이네요.
사회에서 외면당하는 괴짜들이 우글거리는 새장관. 괴짜 소굴에 기묘한 일들이 일상처럼 벌어지지만, 주민들에게는 그 어느 곳보다 편한 장소. 이곳이 주민들에게 있어서 최후의 보루이자 유일한 안식처라 굳게 믿던 키즈나의 마음 따윈 비웃듯이 주민들은 각자 새장관을 벗어나 자신이 있을 곳을 찾아 떠나갑니다. 유세이 역시 새장관을 떠나 뉴욕 유학길에 오를지도 모른다는 말에 동요하는 키즈나. 그리고 키즈나에게도 새장관 밖의, 그녀를 받아줄 또다른 곳으로 이어지는 길이 펼쳐지게 되지요. 세상과 선을 긋고 살아가던 이들이 세상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인상적.
4권에서 키즈나를 사이에 두고 유세이와 유키의 분위기가 험악해지길래, 본격 파란의 삼각관계가 전개되나 싶더니… 결국 손해보는 남자 유키가 물러서게 되는군요. 미덥지 못한 식구들에게 휘둘리며 고생만 사서 하는 유키가 참 불쌍합니다. 유세이와 유키의 동생들인 히요리와 코카게가 “키즈나라면 유우 오빠(형)랑 유키 오빠(형)의 신부가 되어도 괜찮아!”라고 허락의사를 밝힐 때, 얘네 집안이라면 정말로 키즈나가 동시에 두 사람의 신부가 되어도 받아들일 것 같아 무섭더군요. 당사자들은 그나마 상식이 있는 편이라 그런 쪽으로 흘러가는 일 없이 매듭지어졌지만…
카노코랑 인형옷 아빠는 역시 좋네요. 두 사람의 따뜻한 가족애가 참 좋습니다. 여기에 카지 모자까지 합세해 새롭게 결성된 신 야마다 가족도 훈훈하고요. 카노코만의 히어로에서 가족 모두의 히어로로 레벨업한 아빠와 덜렁대지만 정이 많은 엄마, 이제는 의붓동생이 되어버린 카노코에게 홀딱 반해 안절부절못하는 쇼타, 어린 나이인데도 똑 부러지고 생활력 강하지만 소녀다운 망상에 푹 빠진 카노코 등 야마다 4인 가족은 앞으로도 행복하게 잘 살 테니 해피엔딩.
그리고… 헬렌의 약혼자 아야히코는 진정 용자! 무시무시한 헬렌의 행동을 감당해내다니 보통이 아닙니다. 딱히 마조라서 헬렌의 기행을 받아주는 건 아닌데, 헬렌에 대한 애정으로 그 고통을 견뎌내다니 참… 병원을 제집처럼 들락거리는 그의 모습이 좀 안쓰럽네요.
완결권인 6권은 본편의 후일담과 패러렐 월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번외편 「Blood Party!~안경과 흡혈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후일담은 마음에 들었습니다만, 번외편은 그저 그렇더군요. 새장관 시리즈의 매력이자 특징은 현실과 환상이 공존하는 기묘한 분위기인데, 뱀파이어라는 식상하고 흔해빠진 소재를 들고 나오니 작품 특유의 분위기가 죽어버리는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