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네아드의 세 가지: 그래도 당신을 사랑한다

에네아드 영주의 손녀딸인 미시아는 8년 전 자신을 새끼 돼지 취급을 하며 모욕을 줬던 소년 아돌파 오렌을 향한 복수심 하나로 열심히 꾸미고 가꿔 다들 한 번쯤 돌아볼 만한 미녀로 거듭납니다. 그러나 훗날 왕궁에서 그녀 앞에 나타난 아돌파는 과거 미시아를 깔보던 고압적이고 건방진 소년이 아니라 정중하고 예의 바른 청년으로 탈바꿈한 것이었습니다. 미시아는 과거의 무례를 사죄하는 아돌파의 모습에 크게 당황하고 마는데…

에네아드의 세 아가씨가 펼치는 사랑 이야기를 그린 연작 시리즈 『에네아드의 세 가지』 중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작가는 키카와 사토미인데, 대표작 『낙원의 마녀들』 시리즈가 국내 정발된 적이있군요. 중간에 나오다 만 것 같지만…;;

중세풍 판타지 세계관에서 펼쳐지는 로맨스물입니다. 미시아와 아돌파의 엇갈린 연애관계에 정치적 음모가 엮여 들어가 복잡한 양상을 띱니다. 이야기는 미시아가 신랑감을 찾기 위해 왕궁에 찾아오면서 시작됩니다. 에네아드 영주의 후계자인 오빠 디드가 실종된 탓에 데릴사위를 들여야 했던 것이지요. 명목은 신랑감 찾기이지만, 미시아에게는 또 다른 목적이 있었으니…  바로 어린 시절 자신에게 모욕과 상처를 주었던 아돌파에게 바로 복수하는 것! 아니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요?! 전장에 나갔던 아돌파는 예전과 다르게 사려깊고 정중한 신사로 180도 돌변, 완전 딴 사람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왕이 묘하게 미시아를 마음에 들어해서 ‘누가 과연 미시아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인가’하는 내기까지 걸려 상황은 더욱 복잡하게 돌아가는데…

아름답게 변신했어도 여전히 소심한 미시아와 성격이 좋아졌어도 눈치는 밥 말아 먹은 아돌파의 티격태격 연애담이 꽤 볼만합니다. 솔직하게 자기 마음을 털어놓지 못하는 미시아도 미시아인데… 아돌파 역시 상당히 둔하고 무신경해서 자신은 선의라 굳게 믿고 행동하지만 그게 미시아의 속을 뒤집어 놓는 일이 부지기수입니다. ‘나라와 영지를 지키기 위해 애정이 없어도 위장 결혼하자.’라는 소리가 좋아하는 남자 입에서 튀어나오면 속 터질 만도 하겠죠.

이후 미시아의 친구인 라라와 시리아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모양인데… 라라의 짝은 안 나왔지만, 시리아의 상대역은 이번 이야기에 드러나 있네요. 북오프에 뒷 권이 보이면 집어올지도 모르겠으나, 딱히 따로 주문 넣고 싶은 생각은 안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