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수강림담 -흘러라, 얼어붙은 내 눈물-

자신의 환수인 광염을 제대로 사역하지 못한 탓에 처참한 결과를 맞이하고만 아리아. 그녀는 주변 사람들을 희생시킨 데 대한 깊은 죄책감과 슬픔, 그동안 그 무엇보다 가깝게 여겨왔던 반신 광염에 대한 공포와 거부감 때문에 괴로운 나날을 보내게 됩니다. 그러던 와중, 아리아는 연모하는 이로부터 모든 것을 버리고 함께 도망치자는 제의를 받고 망설이게 되는데…

아리아의 방황과 씁쓸한 첫사랑의 아픔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환수강림담』 제5권입니다. 그동안은 아리아의 성장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었으나 연애 쪽 비중이 살짝 높아졌습니다. 비록 어두운 쪽이긴 하지만… 괴로운 현실에서 도피하고자 하는 마음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고 싶은 일념에 자신에게 내밀어 진 손을 붙잡고 기사단을 뒤로 한 아리아였습니다만, 상대방이 정말 자신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그저 이용하기 위해 달콤한 말을 속삭이는 것이라는 걸 깨닫고 외로움에 젖게 됩니다. 도피행 중에도 죄책감과 연정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던 아리아는 다시 기사단으로 돌아갈 결심을 하지만… 아리아를 이용하기 위해 꼬시려드는 주변의 쟁쟁한 남정네들을 제치고 치밀한 심리전으로 아리아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한 키르슈. 물론 그의 애초 목적은 불순했지만, 진실을 알고도 올곧은 마음으로 자신을 향하는 아리아에게 마음이 흔들린 듯합니다. 나중에 재등장할 것 같은데 그땐 어떤 태도를 보일런지…

전권의 해적대 토벌(의 탈을 쓴 슈탄 제국과의 분쟁)의 결과는 아리아 외에도 주변 여러 사람의 인생을 뒤바꿔 놓았습니다. 그중에서도 온몸을 던져 아리아를 구하고 불구가 되어버린 첼… 그런 상태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아리아와 주변에 쓴소리 한 번 안 하다니 정말이지 대인배네요. 그나저나 가증스러운 미르테가 이때를 놓치지 않고 아란담 기사단에 비집고 들어올 모양인데… 힘내라, 마르체! 미르테 따윈 뭉개버려라!!

그 외 특기사항이라면 딕스가 얀데레로 각성했다는 것 정도. 그동안 딕스는 거절당할 게 두려워 차마 아리아에게 고백 못하던 상황이었으나(아리아 주변의 남정네들에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긴 했으나, 아리아에게 가장 가까운 존재는 딕스 자신이라는 사실에 어느 정도 안심하고 있었고…) 아리아가 자신 아닌 딴 사람을 선택해 버린 이 마당에 더 이상 거리낄 게 없게 됐습니다(아리아가 도망을 결심한 결정적 계기가 딕스의 무조건적인 자상함이었다는 게 아이러니지만…). 이제 딕스는 아리아를 얻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죠. 그의 행보가 나중에 큰 사단을 불러올 것 같습니다. 1권에서도 어느 정도 마음속의 어두운 부분을 보여주긴 했지만, 아리아에게 타락할 때까지 타락하라니…;; 그나마 아리아가 완전 둔치는 아니라서, 떠나기 전 딕스에게 확인사살을 안 한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