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엘레오노라 여학원은 일류 마녀를 양성하는 명문교. 그곳의 재학생 키아라와 릴리는 여름방학을 이용해 교황청에서 일하는 아달베르트를 방문하게 되었다. 하지만 탑승한 열차가 탈선 사고를 일으키고, 두 사람은 부상자를 마법으로 치료하는 한편 무선으로 구조를 요청하지만 구조대가 도착할 기색은 없었다. 그리고 차례차례 부자연스러운 현상이 일어나 승객들이 공황에 빠진 가운데, 키아라는 마법으로 인한 방해를 감지하고 원인을 찾아내려 한다. 그런 도중 승객이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지고…
타카세 미에가 쓴 『마녀의 대관』 제2권입니다. 어느 정도 개그가 섞여 있던 1권에 비해 분위기가 한층 더 무겁고 진지해진 듯하네요. 1권에 뿌려두었던 이런저런 복선과 떡밥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이야기가 긴박하게 전개됩니다. 표면으로 드러난 역사와 외관 아래 감춰진 어둡고 음습한 진실… 저 이런 소재 좋아해요.
처음 줄거리 소개를 보았을 때에는 키아라와 릴리의 즐거운 여행담이나 관광 장면이 좀 나오려나 했지만, 그런 분위기는 열차 타고 흥분하던 초반 시점 이후 다 날아갑니다. 갑작스러운 열차 전복 사고에 같은 객실에 있던 여자아이의 실종, 구조대가 올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점차 퍼지는 초조감과 불안감, 승객들의 기묘한 행각과 뒤이어 벌어지는 학살, 간신히 위기를 벗어났나 싶더니 누명 쓰고 총탄 세례를 받지 않나 급기야 홀로 남게 되는 등. 키아라의 첫 여행은 전도나난했어요. 이 와중에 키아라는 아달베르트에 대한 의외의 진실을 접하게 되면서 혼란에 빠집니다.
아달베르트는 아달베르트대로 검사성성 관리로서 임무를 맡게 되어 바쁘게 움직입니다. 기묘한 분위기를 띤 소녀 지젤의 정체, 베일에 싸인 아달베르트의 과거, 재액이라 불렸던 에카르트의 진실, 만다리나가를 압박하려는 교황청의 의도, 아달베르트를 노리는 흑마술사조직 야회의 음모, 야회의 만행을 눈 감아주는 교황의 추악한 욕망, 타락한 교황을 지켜보는 검사성성 장관 지크프리트의 고뇌. 이런저런 사정이 얽히고설켜 복잡한 양상을 띱니다. 이게 단순히 선악 대립 구도가 아니라 사람의 욕망과 바람을 바탕으로 일그러져 있다는 사실이 인간적이라면 인간적이네요.
하여간 키아라와 아달베르트는 후반부가 돼서야 간신히 재회합니다. 이야기의 중심에 선 주인공 키아라와 아달베르트, 그 외 기타 관계자들은 그렇다 치고… 무대가 줄리오 시를 벗어났음에도 단순한 조역이라고 생각했던 뤼디거와 미켈레와 오르텐시아 선배가 과거의 진실 추적에 나선 것은 의외입니다. 이들이 나중에 어떤 활약을 펼칠지… 셋 다 핵심 세력에서 벗어나 있지만 각기 다른 입장과 생각을 품고 행동하는 인물들이라 흥미가 가네요. 특히 오르텐시아 선배, 그녀가 추종하는 집단의 실체는 일단 접어두고 그저 겉멋 들어 흑마술을 추종하는 줄 알았더니 나름대로 마술관이 있었네요. 물론 야회의 선동에 혹한 측면이 있긴 한 것 같지만…;;
1권도 재미있었지만 2권 들어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궤도에 올라선 느낌인데… 왜 제이노블은 다음 권 안 내 주는 걸까요…?! 이게 대책 없는 장편 시리즈도 아니고, 장기 휴재한 것도 아니고 이미 완결난 작품인데…! 외전까지는 안 바라는데, 적어도 본편 마지막인 3권은 내 줘야 할 것 아니야!! 저야 3권이 안 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뒤늦게 떨이로 싸게 산 거지만, 제때 제값 주고 사서 다음 권 나오기만을 고대하는 독자들은 심히 열받을 것 같네요. 원서가 나온 레이블은 겐토샤의 환랑 판타지아 노벨스, 신서판 사양이라 가격이 좀 비싸건만… 마지막 권이 정발 될 거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으며 좀 더 기다려 봐도 될까요…? 아마 안 나올 거 같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