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가의 간판작 샤이닝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사실 샤이닝 시리즈는 MD판 시뮬레이션 RPG 『샤이닝 포스 ~신들의 유산~』밖에 해본 적이 없어서 뭐라 논할 말은 없습니다만… 이 작품은 『샤이닝 포스 네오』의 후속작격인 액션 RPG입니다. 후속작격이라고는 해도 게임 시스템을 계승했을 뿐 아마도 스토리와 세계관은 전혀 관계없는 별개의 것인 모양이네요. 다만 전작 몬스터나 던전이나 필드 그래픽 등을 성의 없이 그대로 따와 갖다 붙였기 때문에 전작 해본 사람들에게는 평이 안 좋다는 듯합니다. 저야 네오를 안 해봐서 잘 모릅니다만.
플레이어는 토우마와 시릴을 번갈아가며 조종하게 되는데, 토우마와 시릴은 각각 2명의 동료를 선택해 3인 구성 파티로 모험에 나서거나 지오포트를 방어하며 이야기를 진행해 갑니다. 총 15장 구성으로 쭉 한 줄기 흐름으로 이어지다 14장에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하면 루트가 갈리는데… 어떤 주인공을 선택해도 소소한 차이만 있을 뿐 결국 대략적인 줄기가 바뀌지는 않는 듯합니다.
두 주인공 특성에 맞게 전투를 벌이며 육성과 강화를 통해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것이 포인트. 특히 파워 아트 습득과 강화가 캐릭터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더군요. 주인공 성장 잘 시키면 적을 쭉쭉 해치우며 호쾌하게 진행할 수 있어요. 캐릭터가 약하거나 방심하면 앗 하는 순간 게임 오버 당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특정한 경우를 제외하면 궁지에 몰렸을 때 R3 버튼 눌러서 지오포트로 돌아오면 되니 편하고 좋은 듯해요. 지오포트에서는 언제든지 회복과 세이브가 가능하고…
어쨌거나 이 게임은 성검의 주인으로 선택받은 주인공 토우마와 시릴이 동료들과 함께 사랑과 우정의 힘으로 제물신을 물리치고 세상을 구한다…는 간단명료한 줄거리의 작품입니다. 게임 시스템이 쾌적하고 전투도 시원시원하고 캐릭터랑 게임 일러스트나 카툰 렌더링 동영상도 제법 괜찮았는데, 솔직히 스토리는 그리 좋다고 말 못하겠네요. 지오포트에 뭉쳐 함께 행동하는 동료들의 모습이나 유대가 그다지 와 닿지 않는데다가 서로 잡아먹을 듯 싸워대던 양측 왕이 뒤에 가선 다 오해였다는 걸 깨닫고 협력하며 눈 맞아 하하호호거리는 과정도 그다지 설득력 없는 듯. 이런 거야 그냥 뻔하고 무난한 스토리라고 넘어갈 수도 있겠는데, 최종 보스 쓰러뜨리고 나서 엔딩이 너무 썰렁해요. 난 고작 이걸 보려고 지겨운 레벨 노가다하며 60여 시간을 달렸단 말인가…;;
저는 주로 시릴을 선택해 마법 공격 위주로 플레이했는데, 후반부에 들어서니 체력과 방어력 부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겠더군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훈련소에 가서 레벨 노가다를 해야만 했습니다. 캐릭터 성장과 아이템 수집 요소가 한가득이고, 스토리 진행과 직접 연관없는 에인션트 에리어나 던전이 있고, 게임 클리어하면 추가 던전에도 들어갈 수 있는 등 이런저런 파고들기 요소가 있긴 한데… 지쳐서 그것까지 제패하기는 번거롭군요.
스토리에 큰 기대 없이 시스템 쾌적하고 전투 재미있는 액션 RPG를 원하시는 분께 추천합니다. 그나저나 마지막 제물신과의 전투에서는 오로지 성검을 가진 주인공의 공격만이 통한다고 다들 물러서서 구경만 하는 동료들을 보고 이게 뭥미 싶었습니다. 자기네들 공격이 안 통하면 회복이라도 시켜줘야지 다들 강 건너 불구경이라니 웬 말이야…! 시릴 엔딩을 봤는데 엔딩 연출이 참 썰렁하더라고요. 원래 토우마 엔딩도 볼까 했는데, 딱히 시릴 쪽과 다를 바 없을 것 같고, 토우마 레벨 노가다 하기도 번거로워 이만 접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성검 샤이닝 포스는 이벤트에서나 등장할 뿐 실제 전투에서 쓰는 일은 없네요. 명색이 키 아이템인데 존재감이 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