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안 로즈 테일러: 사랑의 드레스는 개막의 종을 울리고

양장점 ‘로즈 컬러즈’의 주인 크리스는 입는 사람의 마음을 드레스로 드러낼 수 있지만 자기 자신의 사랑에는 무척이나 소극적인 소녀. 크리스는 재기를 노리는 여배우 마거릿 벨의 무대 의상을 맡게 되지만, 마거릿 주변에 마음속 어둠을 끌어내는 어둠의 드레스가 있다는 사실을 감지하고 이를 두려워합니다. 크리스에게 호감을 품은 공작 영식 셜록은 그녀를 조용히 지켜보지만 화려한 무대 뒤에서는 사건의 징조가…!

영국 빅토리안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로맨스 소설 『빅토리안 로즈 테일러』 시리즈 제2권입니다. 1권을 그럭저럭 재미있게 읽어서 북오프에 시리즈 뒷 권이 있는 걸 보고 집어왔네요.

추위가 가신 어느 날, 크리스와 파멜라는 드레스 재봉에 필요한 원단과 재료를 직접 보고 구매할 목적으로 리프스 타운 힐을 벗어나 런던에 가까운 도시 이브샴을 방문합니다. 기분전환으로 연극을 보고 돌아가던 두 사람은 우연히 1년 전 잠적한 미모의 여배우 마거릿을 만나게 되지요. 마거릿은 파멜라에게 자신의 복귀 연극에 상대역을 맡아 달라고 요청하며 덤으로 크리스에게 연극에 쓸 드레스 재봉일도 의뢰하는데…

이번 이야기에서는 미모의 여배우 마거릿, 마거릿의 옛 연인이자 줄곧 상대역이었던 키스, 마거릿을 떠받드는 극단주 로버트, 로버트의 딸이자 각본가로 현재 키스의 연인인 칼리나의 얽히고설킨 관계가 펼쳐지네요. 사람들의 엇갈리는 감정과 관계가 연극 「낙원」과 맞물리며 전개됩니다. 마거릿뿐만 아니라 그 주변 사람들의 모습 또한 비중 있게 다룬 점이 좋았습니다.

드레스가 이 시리즈의 주요 소재인 만큼 이야기 내내 드레스에 대한 묘사나 설명이 상당히 세밀하게 나옵니다. 저번 이야기에서도 드레스의 비중이 컸지만, 이번에는 연극 무대 의상으로 쓰이는 만큼 연극의 이야기 전개나 분위기에 맞춰 드레스 디자인을 표현하는 부분이 인상적이네요.

시리즈의 주인공인 크리스와 셜록의 연애 관계는… 두 사람의 성향이나 성격 상 상당히 지지부진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서로 상당히 의식합니다. 겉으로 대놓고 드러내지는 않지만 상대방에 대한 호감이 확실히 자리 잡은 상태예요. 셜록 같은 경우 뻔질나게 로즈 컬러즈에 찾아온다던가, 크리스가 갈만한 곳을 쫓아 다닌다던가, 같이 식사하고 싶었는데 크리스가 배부르다니까 먹을 거 챙겨준 파멜라에게 속으로 투덜댄다던가… 크리스와 셜록이 서로에게 호감을 품고 있긴 하지만 서로 마음이 통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네요. 게다가 역시 신분 문제도 있고.

그나저나 이번 권에서 셜록의 사촌 여동생이라는 꼬마 아가씨 프릴이 나오는데 ‘얘는 누구? 1권에서 이런 애가 나왔나?’ …싶어 당황했습니다만, 잡지 연재 단편에 나왔던 아이라는 듯하네요. 그 이야기는 아마 단편집에 묶여 나왔겠죠. 그치만 난데 없이 낯선 아이가 튀어나와 주역들과 친하게 지내니 대단히 위화감이 드네요. 몰라도 읽는데는 상관없지만 괜히 신경 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