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메이트에서 발매한 여성향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원래 PS2용으로 처음 나왔는데, 꽤 호평받았는데도 PSP판으로 이식이 안 되서 그냥 묻히려나 보다 생각했는데… 뒤늦게 이식판이 나오더라고요.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PSP 이식판은 시나리오와 CG가 추가되었다는 듯.
공략대상은 험악한 인상이지만 속정 깊은 동급생 키노세 카즈키, 천연덕스럽게 아오이에게 사랑 고백을 해대는 후배 카가 하루, 엉뚱한 행동으로 사고를 몰고 다니는 과학부 부장 사와노이 소스케, 독서가 취미인 무뚝뚝한 성격의 후배 시노하라 료타, 사소한 일에 개의치 않는 자유방임주의 교사 아사나미 코우, 아오이 주변에 나타나는 수수께끼의 청년 와타모리 카에데 등 총 6명.
게임 흐름은 텍스트와 선택지를 통해 이야기의 큰 줄기를 이어가는 VNR(Visual Novel Reader) 시스템과 중간중간 랜덤으로 섞이는 카드를 선택해 이런저런 루프 현상에 대해 연구를 하는 LRC(Loop Research Conference) 시스템으로 진행합니다. LRC 시스템은 공략을 거듭할수록 그 수가 늘어나서 다양한 활동을 엿볼 수 있습니다.
반복되는 루프, 왁자지껄하고 즐거운 과학부 활동을 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가운데, 제각각 현재의 행복이 이어지는 루프를 받아들이는 등장인물들의 태도가 인상적이었네요. 어떤 이는 과거를 바꾸고 싶어하고, 어떤 이는 과거를 후회하고, 어떤 이는 불안한 미래를 두려워하고, 어떤 이는 확정된 미래의 불행에 괴로워하며, 어떤 이는 꿈을 향해 미래로 나아가고 싶어하고…
아오이는 1년 전 과거의 기억을 모두 잃은 상황이라 정서적으로 상당히 불안한 상태인데요. 아오이는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 품은 상처를 깨닫고 보듬으며 한층 성장하게 되지요. 아오이의 상황과 선택에 따라 조언해 주고 등 떠밀어주는 주변 인물들의 모습이 참 훈훈합니다. 루프를 반복하며 각 캐릭터 루트를 밟다보면, 의미심장한 태도나 복선이 여기저기 깔려있네요.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조각들은 마지막 공략 대상인 카에데 루트에서 한데 모여 진상이 밝혀집니다.
그나저나 역시 이 이야기의 가장 큰 피해자는 아무리 봐도 키노세인 듯. 트리가 발동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아오이와 맺어져 행복한 청춘을 구가했을 거 같은데 말이죠. 루프를 통해 무의식 속에 과거의 상처를 딛고 내일을 맞이할 용기를 얻었지만 이건 완전히 병 주고 약 주는 상황이라…;ㅅ;
연애 요소가 들어있는 게임이긴 한데, 그보다는 청춘 성장물 느낌이 더 강합니다. 평소 과학부원들이 왁자지껄 소란부리는 모습이 유쾌해서 좋았어요. 잘 짜인 스토리와 매력적인 캐릭터에 CG도 예쁘고 음악도 잘 어우러진 작품입니다. 잔잔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께 추천합니다. 진부하다면 진부한데 담담하게 미래를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의 변화와 성장이 마음에 와 닿더라고요. 각 캐릭터 공략 후 추가되는 트리피스, 트리피스β도 다 챙겨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