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앵귀 -신선조기담-

행방불명된 아버지를 찾기 위해 상경한 치즈루. 여자 혼자 몸으로 여행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생각에 남장하고 쿄에 도착한 것은 좋았으나, 거리에서 불량 낭인과 시비가 붙어 도망치던 중에 신선조의 내부사정에 휘말리게 됩니다. 보아선 안될 걸 목격한 치즈루의 처분을 놓고 신선조 간부들의 의견이 점점 부정적인 방향으로 기울어져 가는 와중에, 치즈루가 사실 신선조에서 찾고 있던 난방의 코도의 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아버지의 행방을 찾는 것을 돕는다는 조건으로 신선조에 몸을 의탁하게 된 치즈루는 시대의 격변에 휩쓸리게 되는데…

오토메이트에서 발매한 PS2용 여성향 연애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중심 소재는 신선조. 사실 전 신선조에 별다른 감흥이 없어요. 딱히 일본사에 바싹한 것도 아니고. 그저 신선조 관련 소재를 접하게 되면 그냥 그런가 보다…하고 설렁설렁 넘어가는 편이라…

이야기는 급격한 시대의 변화에 휘말려 끝을 향해 달려가는 신선조와 마신 자를 나찰로 바꿔버리는 오치미즈(変若水), 엄청난 능력을 지닌 오니 일족과 주인공 치즈루의 출생 등이 뒤엉켜 진행됩니다.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삼고 있지만, 오치미즈와 오니 등 환상적인 요소를 더하고 이야기 흐름에 어레인지를 가해 실제 역사와는 좀 차이가 나는 듯 하더군요.

공략 대상은 신선조 부장인 히지카타 토시조, 폐결핵을 앓는 천재검객 오키타 소지, 과묵하고 임무에 충실한 사이토 하지메, 신선조 간부중 최연소로 촐랑대는 성격의 토도 헤이스케, 의리깊고 인정많은 하라다 사노스케…까지가 메인이고 덤으로 그 수가 적어 매우 귀한 존재인 여자 오니란 이유로 치즈루를 노리는 서쪽 오니의 수령 카자마 치카게 등 총 여섯 명입니다.

치즈루는 명색이 순혈을 지닌 오니 일족의 명문가 출신이라고 하면서 경이적인 치유속도 외에는 아무런 능력이 없다는 게 좀 불만입니다. 신선조 간부들이나 오니들이야 워낙에 강하다고 나오니까 그렇다고 넘어간다 치더라손, 거리의 양아치 낭인들이나 전쟁터의 잡병들에게 아무런 힘을 못쓰는 것 좀 그렇지 않나 싶네요. 자기 몸 지킬 정도의 실력은 된다더니, 정작 검을 제대로 써 먹는 걸 본 적 없음…;; 하라다 루트에서만 오니로서 반사신경이 뛰어나다는 점이 찔끔 나왔을 뿐 그 외엔 그저 힘없는 여자애일 뿐이고… 그러고 보니, 치즈루의 찌찔이 쌍둥이 오빠인 카오루도 나찰이 된 이후에나 변신하지 않았었나? 어째 유키무라 가의 피가 심히 의심스럽네요.

루트마다 적 캐릭터의 성격이 일관성이 없는 건 좀 그렇더군요. 특히 사이토 루트가 캐릭터 왜곡이 제일 심합니다. 치즈루의 양아버지인 코도는 루트마다 캐릭터 성격이나 하는 행동이 제각각이라 영 종잡을 수가 없고, 사이토 루트에서 삼류 악당스럽게 나온 카자마는 사실 성격이 좀 꼬여있지만 프라이드 빼면 시체인지라 세계정복을 한다고 날뛰며 혐오해 마지 않는 코도와 나찰을 밑에 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시라누이 역시 세계정복에 동참할 만한 인물이 아니고요.

어쨌거나 이야기가 짜임새 있는데다, 일러스트가 미려해서 꽤 재미있게 즐긴 작품입니다. 주인공 치즈루가 순수 혈통 오니라는 점을 강조함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능력이나 활약이 없다는게 좀 아쉽습니다만, 귀엽고 호감가는 성격이라 나쁘지는 않았어요. 치즈루의 친구인 센히메나 그 외 조연 캐릭터들도 꽤 마음에 들었고(야마자키 씨가 공략 캐릭터가 아닌 건 조금 아쉬운 느낌…)… 소재나 전개가 게임의 애틋하고 비장미 넘치는 분위기를 잘 살려준 것 같습니다. 결말 역시 당장이라도 부서져버릴 것만 같은 아슬아슬하고 덧없는 행복…이라는 점에서 아련한 느낌이 물씬 풍깁니다. 희망적으로 끝나는 건 하라다 엔딩이랑 카자마 엔딩 정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