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렙시드라 ~빛과 그림자의 십자가~

이승과 저승의 틈새에 위치한 세계에 세워진 빛과 어둠의 교회 클렙시드라에 인도된, 과거의 기억을 잃은 어린 소녀 이브. 자신이 누구인지, 어째서 이곳에 흘러들어왔는지도 알지 못하는 이브는 클렙시드라를 다스리는 소테리아 아담의 뒤를 이을 소테리아 후보로서 클렙시드라에 머물며 교회 관계자들과 친목을 다지게 됩니다. 그러던 와중, 클렙시드라에 흘러들어 온 사자 ‘미즈사키 케이지’의 혼의 행방을 정하기 위한 “최후의 심판”이 열리게 되고, 이브는 타인의 마음을 읽는 ‘하트 시크’의 능력을 이용해 그를 돕고자 하는데…

 

리본매직에서 내놓은 전연령 대상 여성향 게임입니다. 이전에 드라마 시디로 발매된 『Death & Angel』이란 작품이 이 게임의 원안인 듯. 본래 『Death & Angel ~최후의 심판~』이란 제목으로 게임이 발매될 예정이었던 모양이지만… 이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네요.

이 게임의 목적은 여주인공 이브가 되어 미즈사키 케이지의 혼을 바른 길로 인도하는 것. 미즈사키 및 관련 인물들 주위를 얼쩡대며 그에게 유리한 진실을 이끌어 낼 키워드를 찾아낼 필요가 있습니다. 미즈사키가 지옥에 떨어지면 배드엔딩. 공략대상만 뒤쫓아서는 절대 해피엔딩을 볼 수 없습니다. 설정이나 소재를 보아하면 꽤 어두침침할 것 같지만, 주인공인 이브가 어린 아이인데다 여기저기 개그가 만재해서 그런지 분위기는 대체적으로 밝은 편이네요. 이브가 손수 그린 지도나 등장인물 프로필도 귀엽고… 주인공이 꼬맹이인 건 별로 상관 없는데, 이 아이의 말투랑 목소리가 앵앵거리는 게 좀 귀에 거슬려서 괴로웠습니다.

심판 대상(공략 대상 아님!)인 미즈사키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사실이 상세하게 밝혀지는데 반해, 주인공인 이브의 정체와 클렙시드라 관계자들의 과거는 수박 겉핥기 식으로 슬쩍 보여줄 뿐 자세히 알 수 없다는 점이 좀 아쉽습니다. 특히 이브의 과거와 크게 관련 있어 보이는 아르젠과 디스, 아담의 이야기가 궁금하건만. 일찍이 이브와 아르젠, 디스 세 사람은 삼각관계에 놓여져 있었던 것 같고… 아담의 저주에 의해 몇 번이고 같은 비극이 되풀이 된다…는 분위기지만 정확한 건 알 수 없음. 이브가 교회에 도착하고 나서 최후의 심판까지 겨우 일곱 시간 남짓의 짧은 시간이라는 걸 생각하면 이런저런 자세한 이야기가 드러나지 않는 것도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게다가 이브의 성장버젼이 예쁘건만 게임 내에서 그 등장이 극히 미미하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이브의 과거와 클렙시드라와 관련된 숨겨진 이야기를 다룬 후속작이나 팬디스크가 나와줬으면 좋겠네요. 특히, 이브 성인버젼의 비중을 좀 늘려서… 근데 이브의 성장버젼이 등장하면 어둡고 탐미적인 분위기가 철철 흘러 넘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