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모자 왕녀를 도와 키스킨 왕국에서 일어난 쿠데타를 잠재운 댓가로 받은 어마어마한 사례금을 받고 실버리브에 돌아온 파스텔 일행. 파스텔과 동료들이 그동안 인연이 없던 거금에 두근거리는 마음을 주체할 수 앖는 것은 당연지사이지요. 동료들과의 상의 끝에 기나긴 여관 생황을 청산하고 다 함께 머무를 아늑한 저택을 장만해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파스텔 일행에게 또다시 불행이 찾아들었으니… 몬스터의 습격으로 모처럼 마련한 집과 재산이 홀라당 타버리고 만 것입니다. 또다시 빈털터리가 된 파스텔 일행은 예전에 시나리오상 오시가 넘겨주기로 약속했던, 레벨 18의 고레벨 모험가들조차 해결하지 못했다는 어려운 퀘스트에 도전하기로 하는데…
이번 이야기는 『신 포츈 퀘스트』 이전 본편의 총복습편이라는 느낌? 본편 1~8권에 관련된 이야기가 잔뜩 나옵니다. 사실 본편 읽은 지 좀 오래돼서 내용이 잘 기억도 안나지만, 대강 그러려니 하고 설렁설렁 읽었어요. 본편에 나왔던 인물들이 재등장하는 것은 물론이요, 본편에서 벌어진 여러 사건에 관여했을 거라 짐작되는 수상쩍은 인물도 등장하는데…
솔직히 『포츈 퀘스트』 시리즈는 설정이 탄탄한 것도 아니고, 구성이 짜임새 있는 것도 아니고, 이야기가 극적인 것도 아니고, 문장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지만, 개성 넘치는 초보파티 파스텔 일행의 아기자기한 생활과 우왕좌왕 하는 모습을 보는 맛에 읽는 거라… 어설프게 음모나 흑막이 등장해 봤자 별다른 감흥이 안 이네요. 수수께끼의 후드남과 대치하는 장면보다는 역시 다른 모험가들이 어지러뜨린 던젼을 쓸고 닦고 청소하며 신세한탄하는 파스텔 일행의 모습이 더 좋달까… 이렇게 궁상스러운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작품이 얼마나 되겠어요.
그나저나 작가가 TRPG 좋아하는 건 알겠는데, 쓰잘데기 없이 게임 플레이 하는 걸로 몇 장씩 때우는 건 좀 자제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가득합니다. 이번에도 간만에 JB가 등장해서 다 같이 게임 삼매경이라니…;; 소설 진행에 TRPG 요소를 반영하는 걸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