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마술사집단을 이끄는 셀레스턴이 쳐놓은 함정에 걸려들었지만 간신히 탈출한 키아라. 그러나 셀레스턴이 뻗은 음모의 손길은 이미 교황청까지 닿아 있었다. 마음을 조종하는 흑마녀와 셀레스턴에 의해 교황청 전체가 적으로 돌아선 와중, 그들의 야망을 깨부수기 위해 분연하게 일어선 키아라와 아달베르트의 운명은?!
타카세 미에가 쓴 『마녀의 대관』 시리즈 완결편입니다. 1, 2권은 제이노블에서 나온 라이센스판으로 읽었는데 아무래도 3권이 영 나올 기미가 없어서 결국 원서로 읽게 되네요. 마녀, 숨겨진 진실, 권력 암투 등등의 소재 때문에 『서쪽의 착한 마녀』가 문득 떠올랐는데, 저는 그쪽보다는 이 이야기가 더 흥미진진했어요.
교황 서거를 목전에 두고 물밑에서 차기 교황 선출을 둘러싼 음모가 휘몰아치고 구주는 세계 재편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됩니다. 뜻하지 않게 이에 깊게 연루되고 만 키아라는 지젤과 아달베르트에게 과거의 진실을 전해 듣지요. 200년 전 성녀전설의 비화, 70년 전 벨라제가의 참극, 15년 전 <재액>의 진상. 이런저런 음습한 과거사가 한데 얽히고설켜 현재에 이르게 되는데…
키아라와 아달베르트는 각각 오랫동안 이어진 악연의 매듭을 짓지만, 이 두 사람뿐만 아니라 제각각 음모와 부조리에 맞서는 조역들의 활약이 인상적이었어요. 진실 찾기에 나섰다가 우연히 가장 유력한 교황 후보의 본색을 알게 되어 목숨의 위협을 받는 뤼디거, 미켈레, 오르텐시아. 이 세사람의 증언과 심상치 않은 시국을 통해 교황 후보에 대해 의혹을 품고 동맹을 맺는 성 엘레오노라 학원과 귀도 일파. 누명을 피하려고 아주로 돌아갔지만 키아라를 돕기 위해 다시 구주로 돌아온 릴리. 세상 일에 직접 관여하려 들지는 않지만 은연중에 도움을 주며 오랜 인과의 끝을 맺으려하는 지젤. 그 밖에도 여러 인간 군상이 생생히 살아 움직인다는 느낌이 들어 좋았어요.
그나저나 조작된 성녀전설의 실체는 이미 전권에서도 내비쳐서 새삼스러울 건 없는데, 당사자인 이네스 본인 입으로 밝히는 과거사가 후대에 은밀히 전해져 내려오던 이야기보다 하잘 것 없다는 게 아이러니네요. 팩트 자체는 맞는데 사건이 일어난 원인에 대한 추측과 거기 덧붙여진 살이 더 음험하고 질척질척. 역시 말은 할수록 는다고… 멀리 갈 것도 없이 줄리오 시에서 고작 몇 시간 전 일어난 사건에 대한 소문이 몇 다리 건너 퍼지면서 진실이 왜곡되니…;;
그리고 주인공 커플 말인데… 1권에서는 키아라와 아달베르트는 서로 데면데면했고, 2권에서는 키아라 혼자 아달베르트를 의식하더니, 3권 마지막엔 둘 사이에 마음이 통하네요? 키아라, 역광에 눈이 부셔 어쩔수 없이 눈을 감았다니… 그래요, 그렇다고 해두죠. 로맨스 비중이 적은 작품인데 이렇게 두 사람이 무사히 맺어지다니 어쩐지 대견(?)스러운 느낌이 듭니다.
1권은 재미있었지만 뭔가 살짝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고, 2권부터 본격적인 궤도에 들어간다 싶더니, 3권에서는 이런저런 사건과 진실이 정신없이 몰아쳐서 픅 빠져 읽었네요. 1, 2권을 재미있게 보셨다면 3권도 만족하실 텐데 제이노블이 완결권을 안 내줘서…;; 외전에서는 키아라에게 큰 힘이 되어주었던 괴팍한 체칠리아 선배의 이야기를 다루는 모양인데 그쪽도 읽어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