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ZMAFIA!!

뒷골목에서 기억을 잃고 쓰러져 있던 소녀 후카는 자신의 목숨을 노리고 쫓아오는 청년 시저를 피해 달아나다가 오즈 패밀리 소속인 카라미아와 키리에에게 도움을 받습니다. 중앙에 우뚝 솟은 탑을 중심으로 펼쳐진 도시는 여러 마피아 집단이 공존하며 살아가는 곳이었는데… 오갈데 없는 처지인 후카는 오즈 패밀리의 비호를 받으며 손님 자격으로 신세를 지게 됩니다. 후카는 여러 사람과의 교류 속에서 어떤 인연을 맺고 어떤 미래를 맞이하게 될까요?

 

여성향 게임 브랜드 포니파체(Poni-Pachet)의 데뷔작입니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오즈의 마법사』를 베이스로 한 게임입니다. 다른 이야기 등장인물도 다른 세력 마피아로 잔뜩 나오지만 어디까지나 오즈 패밀리가 이야기의 중심이에요.

루트 흐름은 오즈 패밀리 루트를 타면 셋 중 하나와 연인이 된 다음 삼각관계로 빠진 후 연인과 기존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순애 루트과 연인과 헤어지고 다른 사람을 선택하는 환승 루트로 갈립니다. 그 외 다른 캐릭터를 공략하면 개별루트로 빠지고요. 메인 삼인방 중 하나를 공략하면 중간에 삼각관계가 펼쳐진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깊이가 얕더라고요. 연적이 누구든지 간에 삼각관계 정리된 후 이어지는 내용이 완전히 똑같다는 점 때문에 기분이 미묘. 이야기 흐름이 같더라도 캐릭터의 반응이나 대사가 자잘하게 차이가 났으면 더 좋았을 거 같아요.

사실 본편 플레이하면서 공통 부분이 너무 많고 이야기 흐름이 끊기는 듯한 부분이 있고 해서 불만이었습니다. 계속 스킵 돌리면서 단번에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는 점프 기능이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어요. 한번 엔딩을 본 뒤 다시 플레이하면 추가 이벤트가 나오긴 하지만 이미 본 부분을 다시 스킵해서 일일이 챙겨보는 게 번거롭고… 추가 내용 중 이런저런 소소한 이벤트가 재미있긴 해요. 개중엔 의미심장한 복선이 깔린 이벤트가 섞여 있기도 하고요.

본편만 플레이했더라면 그럭저럭 무난한 게임이라 여겼을 거 같은데 진상이 드러나는 에필로그와 그랜드 엔딩이 마음에 들었어요. 세계관도 제법 취향이고… 본편 플레이할 때 너무 자주 나와 거슬렸던 아이캐치도 에필로그를 보면 다 이때를 위한 연출이었구나 싶습니다.

그랜드 엔딩 보면 키리에가 진 히어로 삘이네요. 결국 키리에가 간절히 바랐던 존재는 후카가 아니라 도로시… 키리에가 모든 것을 잊지 못하는 뇌 때문에 괴로워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그런 거였군요. 도로시는 여전히 탑에서 홀로 살아갈 운명이지만, 소우가 그 곁을 지켜줄 거고 키리에도 언제까지고 도로시를 기억하고 기다려 줄 테니 그나마 위안이 되는 듯.

여러 세력 중에 그림 패밀리가 상당히 매력적이었는데 헨그레 남매가 공략 대상이 아니라 아쉽네요. 상큼한 표정으로 쾌활하게 굴면서 무서운 짓 서슴지 않는 헨젤이랑 귀여운 외모로 음침한 분위기 풀풀 풍기며 독설을 내뿜는 그레텔 귀여워요. 툴툴거리면서 얘네들 뒤치다꺼리 열심히 하는 스칼렛도 좋고. 그림 패밀리는 하멜른 멀쩡했을 때 정말 훈훈했을 거 같은데 안타깝습니다. 솔직히 스칼렛 루트에서 스칼렛이 그림 패밀리에 남는 쪽이 더 마음에 들었어요.

그나저나 아무리 봐도 이 이야기의 최대 피해자는 하멜른. 애초에 하멜른이 비극을 일으킨 원인부터가 말이죠…;; 마지막에 하멜른도 무사히 부활했으려나요? 별다른 언급이 없으니 후에 어찌 되었는지 알 수가 없음. 애프터 서비스로 하멜른도 좀 확실히 구제해 주지 너무 했어요. 이야기의 끝은 해피엔딩이 좋다며…ㅠㅠ 애꿎게 인생 파탄난 하멜른을 어떻게든 처리해 줘, 도로시!

공통 부분 스킵하느라 조금 지겹긴 했는데, 캐릭터와 세계관이 마음에 드는 작품이었습니다. 플레이어의 눈길을 끄는 예쁘고 깔끔한 CG도 좋아요. 『오즈의 마법사』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한번 잡아보셔도 나쁘지 않을 듯합니다. 기왕 플레이하실 거면 에필로그와 그랜드 엔딩까지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등장 캐릭터 중 일부는 취급이 안 좋은 편이라는 점도 미리 염두에 두시면 좋으려나요. 아, 그리고 풀보이스가 아니라는 사실이 조금 아쉽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