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세스 나이트메어

114세의 뱀파이어 소녀 리틀은 서로 피는 안섞였지만 같은 뱀파이어이자 한가족과도 같은 아버지 블래드 드라크레아 백작과 오라버니 라드우와 함께 추격자의 손길을 피해서 고향을 등지고 일본으로 건너오게 됩니다. 저택안에서의 한정된 생활에 질린 리틀은 몰래 밤거리를 돌아다니다 요마에게 습격받는 소년을 구하게 됩니다. 평소에 인간의 생활을 동경하던 리틀은 이를 계기로 학교에 다니고 싶다는 뜻을 가족들에게 밝히게 되지요. 격렬히 반대하는 라드우에게는 비밀에 붙인채, 아버지의 배려로 정시제 학교에 다니게 된 리틀. 그리고 여러 사람들과 인연을 맺어가는 리틀에게 위험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는데…

 

카린 엔터테인먼트에서 발매한 여성향 게임 『프린세스 나이트메어』를 올클리어 했습니다. 예쁜 CG와 이런저런 화려한 연출 덕분에 볼거리가 많고, 독특하고 기괴한 분위기가 마음에 드는데다 음악도 전체적으로 좋았습니다. 카타키리 렛카가 부른 오프닝, 엔딩곡이 마음에 드네요. BGM도 게임과 잘 어울려요. 플래시로 만들어진 물건인지라 컨트롤키랑 마우스휠이 안먹어 좀 불편했습니다만… 퀵세이브도 되고 기본적인 기능은 갖춰져 있는데다 메뉴도 깔끔하니 시스템 때문에 못해먹을 정도는 아닙니다. (이것보다 불편한 게임이야 널리고 널렸으니, 이정도야 뭐…)

등장인물의 캐릭터성은 강렬한 편. 주인공인 리틀 아씨는 영악하고 당차지만 속정이 깊은 성격입니다. 위기상황에서도 할 말 다하고 주변에 쉽게 휘둘리지 않아요. 공략대상은 리틀을 뱀파이어로 만든 장본인이자 오라버니인 라드우, 라드우를 뱀파이어로 만든 마스터 뱀파이어이자 아버지인 블래드, 정의감 넘치는 하프웨어울프 이누카이, 이상하게 요마를 몰고 다니는 열혈모범반장 신지, 리틀을 뒤쫓는 뱀파이어 헌터 반 헬싱, 대마물병기로 개발된 인조인간 프랑켄, 드라크레아 저택에 깃든 유령 팬텀 등… 상황에 따라 뒤통수 치는 캐릭터가 섞여있습니다.

사실 플레이 전엔 전체적으로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일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개그 비율이 높습니다. 중반부(댄스파티)까지는 전체 공통 루트로 진행되다가 크게 연구소 루트와 마계 루트로 갈라진 후 다시 특정 캐릭터 루트로 갈리더군요. 전체적인 시나리오는 뛰어나다고 말하긴 좀 그렇고… 그냥 보통? 시나리오 완성도는 연구소 루트 쪽이 좀더 나은 듯하네요. 마계루트는 후반에 어째 막나가는 느낌이 강합니다.

마계 루트에 대한 잡담을 말하자면…  처음엔 동생사랑에 불타는 오라버니에게 큰 기대를 걸었습니다만, 이 오라버니는 막바지에 호감도가 팍팍 떨어지는 행동을 해대는 통에… (궁극의 시스콤으로 자리매김하기엔 수련이 한참 부족하구려. 그렇게 큰소리 쳐놓고 아버지보다 리틀에 대한 애정이 부족해서야…) 설득력이나 당위성도 부족하고요.(반역죄를 덮으려고 정말 반역을 저지르다니…;; 백작을 제거하려는 세력이 한가득이라면서 더 큰 빌미를 제공해도 괜찮은거냐…!?) 덧붙여 엔딩도 시시했어요.

그리고 메피스토의 이해 못할 행동이나 신지와 프린스의 관계 등 제대로 드러나지 않아 찝찝합니다. 프린스가 신지에게 인간 따위 운운하는 걸 보면 두사람이 동일인물은 아닌 듯 한데, 메피스토가 말하는 걸 보면 단순히 인간 몸에 들러붙은 게 아니라 두사람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냥 인간 모습으로 변신하는 드라크레아 일가와는 달리 어째서 인간에게 들러 붙어 있었는지, 왜 각성 후에도 공존하고 있었는지 이유가 나오지 않으니 답답하네요. 정말 두사람의 관계가 아리까리합니다. (깊게 생각하면 안되는건가…)

마지막으로 프린스 엔딩이 없는게 조금 아쉽습니다. 마지막에 선택지 하나라도 넣어줬으면 좋았을 것을 말이에요.(어째서 마지막 선택이 신지 확정인걸까나…)

시나리오 짜임새가 좀 엉성하긴 해도 앞서 언급한 여러 장점들 덕분에 즐겁게 플레이 했습니다. (뭐, 저는 시나리오 자체에 그리 목숨거는 편은 아닙니다만…) 마계루트에 대해 투덜거리긴 했어도 이쪽도 나름대로 재미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