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am TTT에서 만든 국산 동인 게임 『Tic Tac Toe』의 외전 소설입니다. 게임의 주인공 알버트와 그 친구 라이오넬의 기숙학교 시절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 남작위에 오른 알버트는 선천적으로 병약한데다 가문 내에서 벌어진 암투 때문에 저택 안에서 숨 죽이고 자라왔습니다. 그동안 쭉 격리되어 살아온 알버트는 고모 내외의 제안으로 기숙 학교에 발을 들이게 되지요. 낯선 환경에 당황하고 겉돌면서 세상 물정을 전혀 모르는 탓에 같은 학년 반장인 라이오넬과 사사건건 부딪히기도 하는 와중, 한밤중 소녀 유령의 목격담이 퍼지는데…
제 위치를 자각하고 순한 양들을 요령껏 돌보며 나름대로 자부심을 느끼던 양치기 개 라이오넬 앞에 떡 하니 나타난 목장주 알버트. 라이오넬은 제가 그토록 원해도 손에 쥘 수 없는 것을 누리는 주제에 아무런 애착 없는 알버트의 모습에 부아가 나지만 쓸쓸한 빛을 띠는 눈동자에 기묘한 마음이 들고, 알버트는 라이오넬의 이중적인 면모에 거리낌을 느끼면서도 서투른 자신과는 달리 뭐든 못하는 것 없이 잘하는 모습에 동경과 질투가 뒤섞인 마음을 품습니다.
서로 너무도 다른 두 사람이 어린 시절 어떻게 유대를 쌓았는지를 알 수 있어 좋네요. 게임에서도 잠시 언급되었던, 알버트가 라이오넬에게 흠씬 두들겨 맞은 일화도 나옵니다. 알버트와 라이오넬을 둘러싼 개성 넘치는 학우들도 몇몇 등장하고, 잠시 등장해 사건의 힌트를 던져주고 사라지는 비비도 당차고 귀엽습니다. 그런데 이 아가씨 커서는 비호감.
폐쇄적인 기숙 학교 내, 한밤중에 나타나는 소녀 유령이라는 기이한 현상 아래 숨겨진 내막을 파헤치며 그 허상을 무너뜨리지만 결국 이야기의 맨 밑바닥에는 신비주의가 깔려있네요. 이건 게임 본편도 마찬가지였지요. 원래 이 이야기는 게임 본편 The Magician 루트에 들어가 예정이었다고 합니다만… 알버트와 라이오넬의 유대와 인연이 잘 드러난다는 점에서 본편을 즐겁게 플레이하신 분이라면 읽어볼 만합니다. 게임 안 하신 분이 읽어보아도 내용 이해에 큰 지장은 없을 것 같네요. 작가 후기에 언급된 것처럼 다른 외전도 나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