섀도 테이커

인간의 그림자에 숨어들어 인간의 마음과 욕망, 이윽고 육체마저 먹어치운다는 괴물 ‘카게누시’. 새로운 도시전설로 떠오른 카게누시의 소문에 호응하듯 기묘한 사건이 연달아 일어납니다. 평범한 고등학생인 히로오는 연속 화재 사망 사건 현장에서 검은 벌레의 시체를 발견합니다. 같은 시기 히로오와 함께 자란 소꿉친구 요우의 신변에 무서운 변화가 일어나는데…

요즘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추첩』 시리즈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미카미 엔이 쓴 작품입니다. 작가의 데뷔작 『다크 바이올레츠』에 이은 두 번째 작품이라더군요. 총 5권으로 완결되었어요. 읽은 지 제법 오래 되었는데 이제 와서 감상쓰려니 내용이 가물가물…

매권 떡밥과 트릭을 뿌린 후 마지막에 의외의 반전이 드러난다는 전개. 히로오와 주변 인물들은 요우에게 들러붙은 숙적 흑의 저편과 아슬아슬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며 인간을 습격하는 카게누시와 대치하는데, 특별한 힘이 없는 일반인이 있는 힘껏 이차원 괴생명체 카게누시와 맞서는 처절함이 돋보이네요. 히로오는 아무런 힘없고 얌전한 소년인데 정말로 심지가 굳어요. 온몸을 던져 흑의 저편에 맞서는 모습이 짠하네요. 히로오 주변 인물들 역시 정신력이 강한 편이고.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주변 상황에 얽힌 이런저런 진실이 드러나게 됩니다. 카게누시의 단순 희생자인 줄만 알았던 요우의 부모님도 중요한 연결고리로 이어져 있었네요. 히로오 역시 때때로 기묘한 꿈을 꾸고 종종 어딘가 속세와 동 떨어진 분위기를 풍기기에 이야기의 핵심과 관련 있지 않나 싶긴 했는데… 모든 욕망에 초탈한 나머지 카게누시와 계약을 맺을 자격이 있음에도 카게누시가 눈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진실이 드러납니다. 사실 요우에게 카게누시가 나타난 건 계약자의 자질을 갖춘 히로오의 영향을 받은 터라 어찌 보면 히로오가 간접적인 원인 제공자.

호러 액션을 표방하고 있는 만큼 카게누시와의 대치 상황이 주가 되지만, 등장인물 사이의 미묘한 감정선과 섬세한 심리묘사 또한 볼거리였던 듯해요. 그나저나 국내 정식 출간된 미카미 엔의 작품 『천공의 알카미레스』가 엄청 악평이던데 대체 얼마나 재미없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