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크랙커즈 7-2 왕국 -a boy & a girl-
그것은 방약무인한 태양이었다.
소년의 섬세한 기미 같은 건 일고조차 하지 않고, 그저 스스로를 불태우는 태양. 격하고 강하고 느긋하게, 있는 힘껏 빛나려 하는 젊은 혹성이었다.
태양의 열은 소년을 태우고, 거칠게 꾸짖는다. 그를 휘두르며 농락하고, 약간의 반의조차 용서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의 마음을 데운다. 부드럽게 풀어주고 단련시켜 간다.
그러나 그 태양은 이미 소년의 곁을 떠나갔다. 소녀가 발견한 것은 태양이 남긴 여열에 지나지 않았다.
태양을 원하는 것은 인간의 천성이다. 소년은 소녀에게서 태앙의 흔적을 찾고 있었다. 그 대신 같은 건 될 수 없다는 걸 알면서, 소년은 소녀를 태양으로 간주했다.
소녀는 소년의 바람에 응했다.
태양의 잔조를 쬐어, 어둠에 빛을 밝히는 것.
소녀는 달이 되었다.
왕국으로 케이를 데리고 가버린 여왕과 모든 걸 잊어버린 케이, 케이를 되찾기 위해 왕국으로 향하는 아즈사의 모습이 딱 안데르센의 동화 『눈의 여왕』을 모티브로 삼았다는 느낌입니다. 뭔가 장황하게 늘어놓을 여력은 없으니, 그냥 엔딩에 대한 간단한 감상이나 끄적끄적…
아즈사를 왕국에 아즈사를 불러들이고서, 케이를 배신한 아즈사를 책망하고 탓하며 두 번 다시 그 모습을 드러내지 말라고 엄포를 놓는 여왕님. 그러나 여왕님에게 케이가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이듯이, 케이에게 있어서 소중한 존재인 아즈사의 존재를 부정하면 결국 여왕님에게 있어서 소중한 존재인 케이를 부정하게 되는 꼴이 되니, 결국 눈물을 흘리며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한 흐름이겠지만… 처음부터 아즈사의 대역일 수밖에 없었던 여왕님이 불쌍합니다.
치에와 미즈하라는 뭐, 초반부터 맺어질 게 뻔해 보이는 커플이었던 지라 별로 감흥이 없네요. 처음부터 끝까지 치에는 묘하게 호감이 안가는 캐릭터여서… 물론 절대 굽히지 않는 그녀의 태도가 아즈사를 올바른 길로 이끌어 주었지만, 치에 같이 정의감에 불타는 독불장군 타입은 개인적으로 취향이 아니에요. 미즈하라는 형과의 결착으로 과거의 미련을 다 떨쳐버린 것 같고… 앞으로는 치에 밑에서 적당히 껄렁대면서 조수 역할을 떠맡으며 지내겠죠.
카이와 아카네 커플의 결말은, 조금 아쉽지만 나름 납득이 가는 모습이었어요. 카이도 그렇고 아카네도 그렇고, 상대방에게 맞춰 자신의 삶의 방식이나 가치관을 바꿀 수 있는 인물들이 아니니까… 어쩼든 앞으로 쫓고 쫓기는 관계가 계속 이어질 것 같으니 마음속으로 응원하렵니다. 카이를 뒤돌아보게 할 수 있는 건 결국 아카네뿐 일 거고. 다른 커플들처럼 함께 나란히 미래를 향해 걸어나아가지는 않겠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끈끈한 인연이 존재하니까요.
5권에서 실종된 이후 코빼기도 안 비치던 바질리스크 씨, 골치 아픈 남자에게 반해버려 여러모로 큰일이군요. 신지 빠돌이인 바알은 다시 눈을 뜨면 옛 친구들을 다시 불러들이는 데 온 힘을 쏟을 텐데, 바질리스크는 또다시 거기에 휘말려 장단을 맞출 수밖에 없게 되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