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LDR SKY Dive1 ”Lost Memory”』에서 이어지는 『BALDR SKY』의 완결편입니다. Dive2 단독으로도 기동 가능하지만, Dive1과 연동하면 Dive1의 내용도 즐길 수 있습니다(단, Dive1이 설치되어 있어야 하지만). 물론 세이브 데이터도 연동 가능. Dive2에서 공락 가능한 건 코우의 재종 누이인 아키, 코우를 잘 따르는 얌전한 후배 마코토, 학생 시절 코우의 연인인 소라 등 세 명.
- 니시노 아키
코우의 재종 누이로, 코우의 친누나 격인 존재 아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니시노 가에 맡겨진 코우와 니시노 가의 양녀인 아키는 두 사람을 마뜩잖게 여기는 집안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남매처럼 지냈지요. 남들과는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인물로 현실에는 그다지 미련이 없는 넷 히키코모리. 지독한 게으름뱅이에 인간관계가 서투른 사회부적응자이지만, 넷상에서는 견줄만한 자가 거의 없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지닌 천재 위저드(특급 프로그래머)입니다. 소라의 시뮬라크라인 쿠의 제작자이고, 코우가 사용하는 슈미크람을 제작하기도 했지요. 코우의 이모인 세이라가 운영하는 아크사에 정식직원으로 들어간 후, 코우가 돌아오길 기다리며 넷공간인 아발시티에 옛 추억의 상징인 키사라기 기숙사를 재현해 그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지요.
아키가 속한 아크 인더스트리에 대한 이야기가 밝혀지는 루트입니다. 코우의 이모(아키에게는 당고모쯤 되려나요? 일본에선 뭉뚱그려 오바상이라 표현하니 정확히 알 수가 없음.)인 세이라가 추진하는 방주계획과 노인첸의 유산인 커넥터에 대한 내용이 드러납니다. 나오키가 광기에 휩싸인 원인이 발드르 시스템과의 접촉 때문이었다는 것도 밝혀지고…
아키 루트에서 단순한 남매관계를 뛰어넘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정식으로 연인관계가 된 코우와 아키. 후반부 아키가 코우의 어머니인 야에의 클론이라는 사실이 드러나 코우를 번뇌하게 만듭니다만… 사실 아키는 야에와 세이라 그리고 두 자매의 아버지의 유전자를 조합해 만들어낸 디자이너즈 차일드에 야에의 기억을 주입한 존재라 완벽한 야에의 클론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집니다. 외견은 야에를 쏙 빼닮았지만, 본성은 세이라와 판박이인 모양. 세이라도 처음에는 너무나 사랑했던 죽은 언니 야에를 되살리고 싶은 마음에 아키를 만들어냈지만, 후에 아키에게 애정을 품게 되어 아키를 딸처럼 여기게 된 것 같아요. 아키의 ‘어머니’란 말에 크게 동요하네요.
아키는 독특해서 제법 마음에 드는 캐릭터이긴 한데, 역시 코우와 연인관계가 되기보다는 가족으로써 함께 하는 게 어울릴 듯. 다른 루트에서도 항상 믿음직한 누나 포지션을 지키고 있고요.
- 미나즈키 마코토
소라의 여동생으로 코우보다 한 학년 아래인 후배입니다. 전뇌증으로 인해 현실에서는 말투가 서투르고, 넷상에서는 보안 프로그램을 무시하고 몽유병처럼 여기저기를 헤메거나 입밖에 내지 않은 마음속의 사고가 그대로 흘러나오는 증상을 보입니다. 이로 인해 동급생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것을 코우 일행이 도와줘서 처음 인연을 맺게 되었지요. 재색의 크리스마스 이후 행방이 묘연하던 마코토였습니다만, 코우는 예상치도 못한 형태로 그녀와 재회를 이루게 되는데…
넷상에서 마코토의 흘러넘치는 사고 표현이 재미있더군요. 겉으로 잘 표현을 못 하는 얌전하고 소심한 성격에 대한 반작용인지 의외로 잡생각이 많은 망상소녀라… 재색의 크리스마스 이후 실체로 되돌아가지 못하고 넷상을 떠돌던 와중 그레고리 신부에게 거둬져 도미니온의 무녀로써 살아온 마코토. 체질 때문인지 다른 사람들보다 더 선명하고 명확하게 “꿈”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큰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마코토가 야에의 유전자를 베이스로 한 커넥터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사태는 심각한 상황으로 전개되는데… 소라랑 마코토 둘 다 코우의 어머니인 야에의 유전자를 지니고 있는 디자이너즈 차일드로, 코우와 유전자상 근친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더군요. 야에의 유전자만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 정확히는 코우랑 사촌 내지는 육촌 정도의 관계일 거라 하지만. 전작에서도 그렇고, 팀 발드헤드에 근친 페치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스물스물…
모두의 선생님이었던 나오키를 아버지처럼 여기며 잘 따르던 마코토는 과거 나오키의 비밀을 알고 있으면서도 차마 그를 말리지 못하고 연구에 매진하도록 격려한 것에 큰 죄책감을 품고 있습니다. 마코토와 나오키의 관계는 후에 소라 루트 엔딩에 큰 영향을 미치네요. 다른 루트에서는 항상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던 나오키에게도 구원의 여지가 있다는 점이 다행일까나…
마코토 루트는 해피엔딩『마코토』보다 의미심장한 여운을 남기는 배드엔딩『상실』이 인상깊더군요. 마코토가 에스의 바다에서 목격한, 서로 부둥켜안고 잠든 코우와 소라에 대한 진상은 소라 루트에서 드러납니다.
- 미나즈키 소라
마코토의 언니로 활발하고 어딘가 바보스러운 구석이 있는 분위기 메이커. 명랑하고 붙임성이 좋아 발이 넓고 누구와도 금방 친교를 다지는 무시무시한 사교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단, 치나츠와는 상성이 안 맞는지 자주 투닥거렸지요. 재색의 크리스마스에 연인인 소라가 사망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줄곧 방황하던 코우. 그는 폐쇄된 가상공간에서 재회한 지인들로부터 코우 자신이 재색의 크리스마스 때 사망하고 소라가 살아남아 용병으로 활약했다는 말을 듣고 아연해합니다. 코우는 자신과 소라의 입장이 뒤바뀐 상황에 당황하면서도 소라가 살아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는 한편, 자신의 기억과 다른 이들의 기억 중 어느 쪽이 진실인지 고민하는데…
그간 뿌려졌던 여러 의문이 풀리는 루트입니다. 모든 이야기의 시발점이기도 하고요. 다른 루트 돌 때는 거대한 음모로 인해 정밀하게 조작된 거짓 세상에서 반복되는 루프인줄 알았더니 사실은 평행세계. 지금까지 거친 모든 루트는 그 무엇도 거짓이 아닌 진실로, 각각의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일이었습니다. ‘소라는 어딘가에 살아있다’라는 떡밥을 잔뜩 뿌려놔서 소라가 죽었다는 건 거짓이고, 그저 죽었다고 조작되었을 뿐인가 생각했더니 소라는 죽은 거 맞네요. 다만 다른 세계의 소라가 살아있을 뿐. 마코토 루트까진 텐션이 좋았는데, 소라 루트는 너무 의외의 전개라 좀 힘빠지더군요. 예상외의 스케일에 살짝 당황.
이 작품의 핵심 한 줄 요약, 차원을 넘나드는 발드르(노인첸) VS AI의 주도권 싸움.
기존 루트에서 각자의 생각만을 내세우며 대립하던 여러 인물들이 공통의 적을 두고 서로 협력해서 보다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길이 열리는 것이 이번 루트의 핵심 이려나요. 그간 남모르게 홀로 노인첸에 대항하며 다른 평행세계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던 소라가 구원을 받게 되어 다행입니다. 소라루트는 딱히 배드엔딩이 존재하지 않더군요. 하긴, 여기서 나쁜 결말을 맞이하면 모든 평행세계에 꿈도 희망도 없는 암울한 미래만이 기다릴 뿐이고…;;
어쨌건 볼륨은 불만 없을(오히려 부담스러울) 정도로 충실했습니다. 전엔딩보는데 상당히 오래 달렸네요. 이래저래 노가다 요소가 만재하지만, 지쳐서 더 이상은 못건드리겠어요… 그나저나 코우, 참한 처자들을 이렇게나 많이 홀려 놓다니 이 죄많은 녀석. 어떻게 보면 전부 손에 넣은 거라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아니기도 하면서… 하여간 여복은 타고났네요.
그건 그렇고 전부터 쭉 의아하게 여겼는데, 같은 ‘Baldr’인데 어째서 ‘Baldr System’은 ‘발드르 시스템’이라 제대로 표기하면서, 제목에 쓰인 ‘Baldr’는 왜 ‘발드’라 쓰는 걸까요. ‘발드르’라 표기하는 게 옳은 것 같지만, 영어식으로 읽으면 r이 묵음이 돼서 ‘발드’가 되는 걸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