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친구와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생각보다 집을 나서는게 늦어 헐레벌떡 건널목을 건너 인도에 들어서는데… 때마침 저 쪽 버스정류장에 버스가 정차하는 모습이 눈에 띄는 것이었다. 버스를 놓치면 또 한참을 기다려야 하니까 놓쳐서는 안된다는 마음에 다시 뜀박질을 해서 가까스로 버스에 올라섰다. 버스에 오르니 기사 아저씨게서 웃는 낯으로 “뛰느라 수고 하셨어요. 오늘 바쁜 일 있으신가 보네”라 친근히 말을 걸어 주시는 것이었다. 친절히 말을 거는데 싫어할 사람이 어디있으랴. 그건 나도 마찬가지인지라 아저씨에게 감사인사를 건네고 자리에 앉았다.
차 내에 울려퍼지는 음악소리, 그리고 손님들에게 반갑게 인사하며 간간히 그 곡에 대해서 코멘트를 다시는 기사 아저씨의 목소리… 문득 이 기사 아저씨를 처음보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기사 아저씨를 처음보건 작년 11월 말 무렵인 듯 싶다. 제법 쌀쌀한 날씨인데 올 생각을 안하는 버스를 기다리다 한참만에 버스에 올랐다. 저녁 퇴근시간이라 그랬는지 안에는 사람이 제법 차있는 상태였었다. 적당히 자리를 차지하고 서있으려니 귀에 음악소리와 함께 곡에 대한 설명을 붙이는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라디오는 아닌거 같고… 기사 아저씨가 녹음한 테이프를 돌리시나하고 생각할 무렵 한 승객의 질문에 대답하는, 아까와 똑같은 목소리가 귀에 닿는 것이었다.
그렇다, 그건 라이브였다!! 그 때 그 때 마다 곡을 선곡해서 그 곡에 대한 설명과 함께 끊임없이 승객들에게 한 마디 한 마디 따스한 말은 건네는 기사 아저씨가 그렇게 색다르게 보일 수 없었다. ‘틀림없이 음악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가슴 따뜻한 사람일거야’ 라는 느낌이 마음 속으로 전해질 정도로 아저씨는 성의를 다해 방송을 하고 있는데 그 모습은 무척이나 즐거워 보였었드랬다.
그 이후 그 노선을 탈 일이 없어 잊고 있었는데… 여전히 그 때 그 기사 아저씨는 즐겁게 손님들을 맞으며 멋진 음악을 들려주고 계셨다. 지금도 그 분은 한결같은 모습으로, 여러 승객들에게 잔잔한 미소를 전해주고 계시겠지. 그 분은 내가 본 기사 아저씨들 중 단연 최고의 버스 운전기사이자 멋진 DJ로 머릿 속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