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퍼내틱~

때는 19세기, 배경은 안개에 휩싸인 도시 런던. 수습기자인 윌리엄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연쇄 살인마 잭 더 리퍼의 사건을 추적하게 됩니다. 살인마 잭의 범행시기에 때맞춰 모르는 여성이 참살당하는 악몽을 꾸게 되어 불안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는 윌. 사건 조사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여러 사람과 수상한 종교집단 별의 지혜 교회, 그리고 범행 현장에 나타나는 수수께끼의 하얀 소녀. 사건의 핵심에 다가가는 윌 앞에 깊은 어둠이 펼쳐지는데…

 

아직도 그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희대의 살인마 잭 더 리퍼를 소재로 한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미소녀 게임 이식을 주로 하는 프린세스 소프트의 몇 안 되는 오리지널 작품이라는 듯합니다.

나루세 치사토의 일러스트가 예쁘지만, 내용은 좀 퇴폐적이고 잔혹합니다. 살인과 종교, 오컬트, 마술, 환생 등의 소재가 뒤섞여 암울하고 신비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회차를 반복할수록 이야기의 진실에 다가가는 루프물로써, 마음에 드는 특정 캐릭터만 꼭 집어 공략하는 건 어렵고 여러 비극을 반복해가며 마지막에 모두가 행복해지는 트루엔딩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게임 초반부터 윌이 잭 더 리퍼와 모종의 관계가 있다는 분위기가 풀풀 풍기는데… 사실 모든 것은 자신이 창조한 괴물에게 사랑하는 연인을 잃고, 신을 저주하며 연인을 되살리려고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오랜 시간에 걸쳐 준비한 계획으로 말미암아 벌어진 참극입니다.

잭 더 리퍼는 박사가 연인 엘리자베스의 흩어진 혼을 모으기 위해 만든 의지를 가진 검은 검 ‘사냥꾼’과 계약을 맺은 존재로, 엘리자의 혼을 수집하기 위해 여성들을 살해한 것. 예전 길거리에서 아사할 위기에 처한 윌리엄을 구해준 생명의 은인이자 늘 곁에서 그를 챙겨주는 말괄량이 소녀 카렌은 엘리자의 혼 일부를 가진 환생체로, 사냥꾼에 의해 번번히 희생되곤 합니다.

사냥꾼과 대립하는 하얀 소녀 프란은 본디 박사가 수집한 엘리자의 혼을 집어 넣기 위해 만든 그릇인데,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계획을 저지하려던 집시 마녀들에 의해 사냥꾼을 멸하는 사명을 부여받아 사냥꾼에 대항할 수 있는 무기인 에테르의 검을 들고 사냥꾼의 뒤를 쫓게 됩니다.

윌은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후세에 부활하기 위해 만들어낸 인격으로, 과거로 시간을 되돌리는 특수 능력을 가지고 있어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할 때마다 과거로 시간을 되돌려 비극을 반복하고 있었던 것. 결국 몇 번이고 시간을 되돌려 비극을 되풀이한 끝에 윌과 그 주변 사람들이 모두 함께 웃을 수 있는 해피엔딩을 맞이하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윌×카렌 커플을 지지하고 있습니다만, 마지막에 어정쩡한 삼각관계로 끝을 맺어서 좀 찜찜합니다. 안 그래도 트루엔딩루트 진행 시 카렌인지 프란인지 갈팡질팡하는 상태였는데, 과거 시간 반복으로 여러 히로인들과 펼쳐졌던 로맨스도 모두 떠올랐으니 이걸 어쩜 좋나…;; 트루엔딩루트에서는 다른 히로인들과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으니 괜찮겠지만서도… 앞으로 윌리엄 군이 카렌과 프란 둘 사이에서 우유부단하게 굴 것이 뻔해 보이네요.

그나저나 주인이 부여한 사명에 충실한 살인마보다 스스로의 아집에 휩싸인 광신도가 두렵단 사실을 새삼 되새겨 봅니다. 사냥꾼도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주저하지 않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필요한 범위 내에서 어느 정도 룰을 지키는데 반해, 나이알 신부는 주변에 민폐를 끼치는 스케일의 차원이 다름…;;

이 게임의 주제는 ‘사랑으로 인한 광기’라고 할 수 있을 듯. 모든 사건의 발단도 결국 사랑이 불러온 광기였고, 주인공인 윌과 주변인물들도 진행상 소중한 무언가를 위해 다른 것에 대한 희생을 강요당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곤 합니다. 대부분 뒤끝이 안좋은 경우가 많은지라 후덜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