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작품의 판권 관리만 하고 작품 제작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스튜디오 지브리의 마지막 장편 애니메이션입니다. 감독은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일본에서는 작년 7월 19일에 개봉했고, 한국에서는 올해 3월 19일에 개봉했습니다. 저는 개봉 사실을 좀 뒤늦게 알았지만 다행히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괜찮은 시간대에 상영하길래 무사히 보고 왔어요.
원작은 아동소설가 조안 G. 로빈슨이 쓴 소설인데, 원작을 본 적이 없고 따로 사전 조사를 하지 않아 이 작품이 백합 향기 물씬 풍기는 두 소녀 사이의 우정물이 아닐까 지레짐작을 했습니다만… 그렇지는 않더군요.
뭐, 내용에 대해서 주절거리자면 주변과 어울리지 못 하고 선을 긋던 소녀 안나가 요양 차 내려간 시골 마을에서 금발 소녀 마니를 만나게 되고, 이를 통해 세상과 마주하게 되는 성장물이라는 느낌입니다. 관객에 따라서는 오컬트적인 현상이 이야기 진행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 작품을 본 제 견해는 심령 현상이라기 보다 안나가 어린 시절 소중히 간직했던 사진 속 습지 저택의 풍경을 접함으로써, 기억 속 밑바닥에 가라 앉아 있었던 어릴 적 할머니의 이야기가 의식 위로 떠올라 그것을 바탕으로 환상을 보았던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어쨌거나 지브리에서 내놓은 기존 흥행작의 화려함이나 역동적인 화면을 기대하고 보면 실망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만, 잔잔한 분위기와 아름다운 영상을 바탕으로 한 감성적인 성장물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만족스러워하실 듯합니다. 지브리의 위상이 예전만 못 하기는 하지만 이 작품을 끝으로 마침표를 찍는다니 아쉽기는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