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미통 문고에서 2권이 나온 후 오랫동안 연중 상태였다가, 코단샤 문고에서 다시 부활한 후 작년 10월에 후속권이 나온 칼리 시리즈 최신간입니다. 이 3권이 나오기까지 8년의 시간이 걸렸네요.
고단샤 문고판에는 아쉽게도 삽화가 들어가지 않습니다. 3권 내용부터는「IN★POCKET」이란 잡지에 먼저 연재되었는데, 잡지 연재분에는 쿠라모토 카야의 일러스트가 들어간다고 해서 잡지 구독을 잠시 고민했습니다만… 잡지는 관리도 힘들어서 결국 패스. 3권이 발매되었을 때 스탬프 찍힌 작가 사인본이랑 무료 배포용 가이드 북이 무척 탐났지만 오프라인 한정이라 이쪽도 포기하고 그냥 온라인으로 구매했습니다. ㅠㅠ
이번 권에서는 작중에서 4년의 시간이 흘러 샬롯은 옥스포드 서머빌 칼리지에 입학해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신문과 라디오를 통해 세계 정세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군인들과 접촉해 생생한 정보를 모으는 한편, 부단히 인도에 건너가려고 노력하지만 불안한 전시 상태라 좀처럼 뜻을 이룰 수 없습니다. 그러던 와중, 자작가에서 여는 홈파티에 인도의 왕족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서 이 파티에 참석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르 파옹 르와얄이라 불리는 카프탈라 번왕국의 제4왕자 나린다 싱을 만나 서로의 목적을 위해 계약 약혼을 하게 되는데…
2권까지 샬롯과 친구들은 아직 세상 물정을 모르는 어린 소녀라서 어느 정도 안전한 울타리에 둘러싸여 보호받았습니다만, 시간이 흐르고 성장해서 제각각 복잡하고 어지럽게 돌아가는 세상의 소용돌이에 내던져졌다는 느낌이 드네요. 어릴 때야 인종이나 국가나 이런저런 이해관계에 구애받지 않고 우정을 나누었지만 나이를 먹게 된 다음에는 사정이 다릅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샬롯은 인도 고관인 윌리엄 싱클레어의 딸이자 표면상으로는 나린다 왕자의 약혼녀이고 판다리코트의 왕세자가 된 암리쉬의 이부누이라서, 샬롯 본인의 생각은 어떻든간에 여러모로 태풍의 눈이 될 수 밖에 없는 입장이고… 다른 친구들도 각각 국적이나 출신, 주변 환경 등의 영향을 받아 마냥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유대인이라 피해자 입장이었던 헨리에타가 미국의 핵 개발에 참여함으로써 가해자 입장에 서게 되었다는게 또 아이러니네요. 헨리에타와 각별히 친했던 미치루의 고국은 일본이고… 여러모로 씁쓸합니다.
그나저나 이번 이야기에서는 뜻밖의 사실이 밝혀지는군요. 샬롯의 아버지가 밝힌 출생의 비밀… 샬롯이 밀리센트의 딸이 아니라서 암리쉬와 이부남매 관계가 아니라니…!! 인도에서는 근친혼은 흔해도 남매혼은 터부시 되는 모양인데 어쩐지 전부터 암리쉬랑 젠이 이부남매 여부를 신경 안 쓴다 했더니, 사실 핏줄이 이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진작에 알고 있었던 건가…?!
어쨌거나 이번 이야기도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격동하는 인도에서 이런 저런 만남과 사건에 휘말리면서 칼리의 의미와 크림슨 글로리의 진실에 다가선 샬롯. 내부 분열이 격화되어가는 인도 독립의 중심에 서게 될 암리쉬와 한결같이 지난 날의 약속을 가슴에 품고 그에게 다가가기 위해 돌진하는 샬롯 앞에 과연 어떤 시련이 닥치게 되려나요.
여러모로 이번 권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에셀=해리=킴. 이번 권에서 밝혀진 그의 입장이나 사상이 상당히 의외였네요. 밀리센트와 접점이 있었다는 점도 그렇고… 그나저나 앞 권에 나왔던 그의 동료들은 앞으로 안 나오는 걸까요? 메이드 언니 미모자가 인상적이었는데. ‘ㅅ’
샬롯의 의붓동생인 페비안이 은근히 샬롯에게 마음을 두고 있었던 모양인데 조금 불쌍하지만 자업자득이라는 느낌이 드네요. 괜히 어린 마음에 좋아하는 여자애 관심 끌려고 괴롭혀 봤자 호감을 얻을 수 있을 리 없잖아요. 역시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상대가 최고임.
많이 팔려서 나중에 일러스트 수록한 신장판 내주었음 좋겠음…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