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라이트 노벨 레이블인 시드 노벨에서 발간된 작품입니다. 작가인 오트슨은 인터넷 상에 연재 중인 「갑각나비」란 작품으로 유명하다는데, 그건 안 읽어봐서 잘 모르겠습니다.
한국 고유의 전통적인 소재를 이용해 작가의 상상력을 전개한 것은 좋았습니다. 그러나 작가의 필력이 나쁜 것 같지는 않은데, 멋들어진 단어와 표현에 치중한 탓인지 글 자체가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눈에 띕니다. 대사와 표현이 글에 녹아들어 가지 않고 좀 붕 떠있다는 느낌이랄까… 게다가 군데군데 미묘하게 직역체스러운 느낌이 풍기는게… 읽다가 ‘일본어로 변환시키면 자연스럽겠군’이란 생각이 드는 부분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그 외에 별로 할 말이 없으니 캐릭터에 대한 감상이나 끄적끄적.
유난히 그릇된 일에 집착하는 주인공 민오는… 솔직히 옮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이 좀 미심쩍습니다. 약속을 어기는 건 그릇된 일이니까 미얄의 노예로 봉사한다니…; 노예계약 그 자체가 그릇된 게 아니더냐…? 스스로도 감에 의존한다고 말했으니 상관없는 건가요? 민오와 꿈으로 가득 찬 수수께끼의 과학자 사이에는 뭔가 연결고리가 있는 듯한데…
또 한 명의 주인공인 미얄 마님. 개인적으로 이런 캐릭터는 좀 취향이 아니라서… 미얄의 말투나 태도는 마님이라기 보다는… 왠지 상당히 아저씨스럽습니다. 어쨌든 간에 미얄은 앞으로도 충직한 마당쇠 민오를 열심히 타박하며 부려 먹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게 갈구는 것도 다 마님께서 애정이 넘쳐서 그런 거겠죠.
민오, 미얄과 더불어 삼각관계의 한 축인 초록 누님. 이쪽은 전형적인 누님 캐릭터… 저는 기본적으로 연상연하커플은 취향이 아니라서 별로 초록 누님을 응원할 마음은 안듭니다. (아니, 그렇다고 미얄을 응원한다는 건 아니고…)
마지막으로 주인님께 성심성의를 다했으나 결국 버림받은 베르쥬가 안쓰럽네요. 묘리와 베르쥬 사이의 속사정 같은 건 제대로 나오지 않았으니 그가 느꼈을 배신감이나 상실감 따위는 전혀 와 닿지 않긴 합니다만… 어쨌거나 일방통행 외사랑은 괴롭고도 힘겨운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