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과 다이아몬드

인질 및 유괴 사건 같이 증가하는 흉악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경시청에서는 민간 전문가를 수사원으로 등용했다. 경시청교섭준비실, 통칭 ‘제로과’. 범인 체포보다 인질 해방을 통한 사건 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제로과에는 경찰기구에 소속되지 않은 프로 교섭인이 배속된다. 뉴욕에서 교섭술을 배운 오니즈카 요이치는 현장의 최전선에 선 교섭인으로서 피 한 방울, 그것이 설령 범인의 피라 할지라도, 흘리지 않고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는 사명을 부여받는데…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가 내놓은 PSP용 본격 교섭 어드벤처 노벨 게임입니다. 한글화로 정식발매 되기도 했지요. 스토리를 진행하는 노벨 파트와 범인과 1:1 교섭을 벌이는 교섭 파트로 나뉩니다. 플레이어는 제로과 프로 교섭인 오니즈카가 되어 사건을 둘러싼 사실관계와 인간관계를 파악해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고, 인질을 붙잡은 범인과 교섭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갑니다.

노벨 파트에서는 사건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인간 군상이 투닥거리며 드라마틱한 전개를 펼칩니다. 긴박한 사건만을 다루는 게 아니라 오니즈카와 동료들이 투닥거리며 소소한 일상을 보여주는 점도 좋았고… 노벨 파트에서 얻은 정보를 토대로 범인 성향을 프로파일링하고, 이를 교섭 파트에 반영해 범인과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하며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도 재미있어요. 교섭 파트는 실시간으로 진행되는데, 타이밍 좋게 적절한 말을 선택하거나 그냥 넘기면서 범인의 심리상태를 잘 조율해 바람직한 결과를 이끌어내야 합니다. 교섭시 선택 분기도 다양합니다.

처음에는 별개의 사건처럼 보이던 각각의 이야기가 맞물려 하나의 큰 뿌리로 이어지며 마무리됩니다. 게임 타이틀인 『총성과 다이아몬드』가 모든 사건의 핵심을 짚어내는 말이네요. 게임은 총 6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는데, 에피소드 4까지 사건을 제대로 해결하여 굿 판정을 받아 각 사건의 연결고리를 파악해야 에피소드 5로 넘어갈 수 있어요. 에피소드 4까지 마친 후에는 이미 한번 플레이했던 에피소드를 챕터별로 선택해 진행할 수 있어서 편리합니다. 

에피소드 3, 4는 자력으로 굿 판정을 받았는데, 에피소드 1, 2는 잘 안 되기에 공략을 참조했습니다. 중후반까지는 이야기가 참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었는데 마지막 진상과 결말 좀 힘 빠지더군요. 최종 보스의 실체가…;; 뭐, 이런 허무함이 게임 분위기에 잘 어울려서 그리 나쁘지 않았지만요. 한 번 엔딩을 보고나서 진입할 수 있는 「잃어버린 세계」 엔딩은 뒷맛이 좀 썼어요.

모든 엔딩을 보면 보너스 스테이지를 플레이할 수 있다고 합니다만… 별것도 없는 배드 엔딩 일일이 다 보려니 지치는데다가, 보너스 스테이지도 그리 대단한 건 아닌 듯하니 중간에 포기합니다. 나중에 시간 남아돌거나 마음 내키면 하려나 말려나… 이후 제로과의 활약을 시리즈화해도 좋았을 법 싶은데, 판매량이 시원치 않았는지 후속작이 안 나와서 좀 아쉽습니다.

P.S. 일본 공식 홈페이지에서 본편 이전 이야기를 다룬 교섭체험판을 플레이할 수 있네요. 프롤로그 1은 오니즈카가 뉴욕에서 글렌에게 간단한 테스트를 받고 교섭 요령을 배우는 장면, 프롤로그 2는 오니즈카가 도쿄에서 카타기리에게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계약금 협상에 임하는 장면, 프롤로그 3는 정식발촉된 제로과에서 처음 얼굴을 마주한 오니즈카와 칸자키가 언쟁을 벌이는 장면이 나옵니다. PC로 플레이할 수 있으니 관심있으신 분은 한 번 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