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 새크리파이스 델타

잔인한 마법사의 제물이 되기 위해 좁은 감옥에 갇혀있던 주인공. 시시각각 죽음의 순간이 다가오는 와중 한 권의 ‘책’이 그의 눈 앞에 나타난다. 그것은 적힌 내용을 실제로 체험할 수 있는 신비한 효력을 가진 마도서였다. 플레이어 앞에 나타난 한 권의 ‘책’은 솔직히 말하자면 ‘책의 모습을 한 괴물’이었다. 그 책은 주인공의 적인가? 그렇지 않으면 아군인가? 상상을 뛰어넘는 사투의 막이 열린다.

 

PS VITA용으로 발매된 액션 게임입니다. 전작인 『소울 새크리파이스』의 확장판이자 완전판이라고 하네요. 전작 내용이 다 들어있으니 처음 접하는 사람은 이걸 하면 되는 듯.

제가 워낙 발컨이라 헌팅류 게임은 잘 안 잡는데 진작 플레이해볼 걸 그랬다 싶을 만큼 작품 분위기나 스토리텔링이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음악도 분위기에 참 잘 어우러지고요. 아서 왕 전설을 비롯해 각종 신화나 동화를 버무려 비틀어놓은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잔혹 동화스러운 이야기가 정말 일품입니다. 시궁창 같은 현실 속에서도 끝까지 희망을 갈구하는 모습이 애틋해요.

서구적인 데다 어둡고 잔인한 내용이 꽤 나와서 취향탈 거 같기도 한데… 독특한 분위기에 설정도 탄탄하고 추체험 속에서 만나게 되는 여러 마법사들이 다 매력적이고 개성 있네요. 캐릭터의 사이드 스토리나 인간형 마물에 얽힌 사연 역시 하나하나가 다 인상적입니다. 책장을 넘기며 책 읽는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도 좋고요.

마물을 대하는 방침이 구원이냐 희생이나 혹은 제삼의 선택지인 운명이냐에 따라 각각 아발론과 생츄어리와 그림으로 세력이 나뉘는데, 어떤 세력에 속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능력치나 혜택이 달라집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상대를 희생시키자니 좀 찜찜함 마음이 듭니다. 저처럼 우유부단한 사람에겐 그림 세력의 운명이 최고인 듯. 그림 세력에 들어가 운명을 선택하면 능력치가 균형적으로 잡히는 데다, 구원 또는 희생이 복불복이라 그게 다 네 운명이겠거니 하는 마음이 들어 그나마 속이 편함. 그런데 이게 왠지 동행한 동료 성향에 따라 결정되는 거 같기도 하고…?

그나저나 리브롬 귀여워요, 리브롬. 이야기를 진행하다 보면 이리저리 휘둘리는 경향이 있어서 완전 호구 체질이다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이런 성격 덕분에 주위 사람이 그에게 호감을 품는 거 같기도 하고… 그리고 메이지가 참 귀엽고 안쓰럽네요. 리브롬에게는 불가침 영역의 넘사벽 파트너 둘이 떡 버티고 있어서 그녀의 외사랑이 안타깝습니다. 그래도 리브롬에겐 그 둘만큼은 아니었겠지만 나름대로 특별한 존재였으리란 사실로 위안을 받아야 할까요…?

헌팅 게임답게 열심히 마물과 싸워 부위 파괴를 하고 재료를 수집해서 공물을 조합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저에겐 좀 힘겹네요. 완전 부파 완전 어렵고, 각인 새기기도 힘듦… orz

일단 메인 스토리는 끝냈고 추체험이 한참 남긴 했는데… 작정하고 파고들기 시작하면 시간을 쏟아부어야할 거 같습니다만, 그렇게까지 매달릴 여력은 없으니 일단 종료 상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