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부모님을 여의고 부모님의 오랜 지인인 id라는 사람에게 후원을 받으며 살아가던 소녀 코즈키 에레나는 어느 날 후원자의 배려로 명문이라 이름 높은 ‘예바 여학교’로 전학가게 됩니다. 에레나는 낯선 생활에 차츰 익숙해져가던 어느 날, 요코하마에서 횡행하는 엽기적인 살인 사건의 중심에 서게 되는데…
PS Vita판으로 나온 오토메이트, RED, ARIA 합작 콜라보레이션 작품입니다. 레드 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한 건 대체로 평타 이상은 치는 데다 일러스트가 예뻐서 관심이 있긴 했습니다만 그다지 평이 좋지 않더군요. 그래서 별 기대를 안 하고 플레이하긴 했는데 그런 평가엔 다 이유가 있었던 것… 아리아에서 연재 중인 만화판은 호평인 거 같던데 게임판은 대체 왜…;; 4월에는 드라마 CD가 발매될 예정이라고 하네요.
다들 극찬했던 대로 여장남자 캐릭터였던 하루카의 성우 연기가 무척 빛났네요. 남자 성우인데 나긋나긋한 여자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나오다니… 게임 상 에레나가 전적으로 마음 편히 믿고 기댈 수 있는 인물은 하루카 언니 정도인 듯.
마사나리는 그 시대상을 비춰 보아 있을 법한 캐릭터인 거 같긴 한데… 고압적인 태도나 무시하는 언동은 어쨌든 보는 입장에서 재수가 없으므로 감점, 감점. 본인 루트에서 사이가 가까워지면 많이 바뀌기는 한다지만 역시 그 피곤한 과정을 감수할 바에야 적당히 거리를 두고 싶네요.
여학교, 에스, 여장남자, 음양사, 약혼자, 괴도, 출생의 비밀, 생체 실험 등등 별별 소재를 다 들이부었는데… 솔직히 이걸 잘 살리지는 못한 거 같습니다. 시나리오가 가장 오글거렸던 건 시드니 루트였는데 굳이 괴도 소재를 넣을 필요가 있었나 싶고… 다른 루트처럼 그냥 음모를 쫓는 전문 저널리스트 포지션으로 나가는 게 더 나았을 거 같네요.
처음부터 대놓고 광기를 뿜어내던 이오리는 본인 루트에서 나약한 면모를 드러내서 상당히 의외였네요. 다른 루트에서 신나게 막 나가는 꼴을 보여줘 놓고 이러니 적응이 안 됩니다. 그리고 리토모 루트에서 자기가 그나마 정상이라고 말한 게 진짜였다니…!
그리고 마지막 해금 공략 캐릭터인 리토모가 왜 인기 없는지 이해가 가네요. 온화한 행동 + 존댓말 + 흑막 삘 버프로 제 개인 취향을 저격해서 나름대로 기대했으나… 공감 능력이 바닥을 쳐서 의사 소통이 잘 안 되는 데다 여주인공을 숭배 내지는 신앙의 대상으로 삼아 선을 긋고 여주인공 의사를 무시하며 제 뜻대로만 일을 진행하니 제대로 된 연애 노선을 탈 수가 없음…orz
다른 건 그렇다 치고 마지막 리토모 루트는 진상이 밝혀지는 만큼 트루 엔딩일 텐데 다른 캐릭터도 외야에서 이리뛰고 저리 뛰고 하는 거 같지만 결국 이야기에 별 다른 영향을 주지않은 채, 흑막 세력이 자기네들끼리 알아서 결론 짓고 사건을 덮은 다음 속죄하는 꼴이 영 껄쩍지근하네요.
스탠딩 CG는 주요 등장인물의 경우에는 볼만 했는데, 이벤트 CG의 퀄리티가 영 꽝이라서 실망. 그나마 초기 공략 캐릭터는 나름대로 공들여서 그린 거 같은데, 가면 갈수록 힘이 빠지더니 마지막 리토모 루트는 처참한 수준이네요…;; 그리고 조연 캐릭터도 스탠딩 CG 좀 더 넣어줬으면 좋았을 거 같아요. 특히 신도 형제의 아버지는 등장도 많이 하니 넣어줄 법 하건만…
시스템은 그럭저럭 무난했던 거 같지만 로딩 시간이 유난히 긴 데다 터치 조작이 안 먹는 구간이 있어서 미묘하게 불편했고, 선택지나 미독 부분까지 단숨에 넘어가는 점프 기능은 좋았어요.
뭔가 탐미적인 분위기를 기대했는데 스토리가 미묘하고 이벤트 CG도 꽝이라서 총체적 난국이었습니다. 그래도 오프닝과 엔딩 보컬곡들은 좋았으므로 OST나 보컬집이 나오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