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허니 ~나는 너를 사랑한다~

미술에 남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는 여고생 카세 아이하는 어느 날을 경계로 슬럼프에 빠지게 됩니다. 캔버스 앞에 앉아도 아무것도 그릴 수 없는 먹먹한 상태가 되어버린 아이하는 학생회에 전념하고 싶다는 것을 핑계로 미술부를 퇴부해버리는데… 그런 아이하의 상태를 걱정하는 주변 인물들과의 교류 속에서, 그녀는 다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될까요?

 

그림 실력 하나로 뭇 남정네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정도로 무서운 재능을 지닌 마성의 천재 소녀 아이하와 그녀를 사모하는 여러 남정네들의 이야기입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남성진들은 이미 아이하에게 홀딱 빠져 있는지라 다들 처음부터 아이하에게 헤롱헤롱 한 상태. 어째 남성 캐릭터를 공략한다기보다는 오히려 공략당하는 느낌이네요.

원래 휴대폰용 게임으로 발매되었던 물건이었습니다만, 플레이어들에게 크게 호평을 얻어 PS2판으로 이식되었다고 하네요. PS2판 추가 캐릭터인 마사토 이외에는 기본적으로 삼각구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아이하를 사이에 두고 형제지간인 신야와 세이지, 친구관계인 아키라와 케이타가 각축을 벌이고, 히로토 선배를 가운데 두고 히로토의 사촌이자 아이하의 친구인 나치와 아이하가 삼각관계를 이룹니다. 기본적으로 아이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게임 중간중간 공략 캐릭터의 절절한 속내가 드러나는 크로스 오버가 삽입되어 있어요.

호감도를 비슷하게 맞추면 삼각관계 캐릭터와의 공통 엔딩을 볼 수 있는데, 공통 엔딩은 대강 공략 캐릭터 둘이서 사이좋게 아이하를 공유한다~ 라는 느낌으로 끝맺네요. 그러고 보니 아키라랑 케이토는 전부터 계속 사이좋게 아이하를 반땡하려는 생각을 품고 있었는데, 공통 엔딩 보니 아이하의 마음이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 한 얘네는 정말로 평생 그러고 살 것 같아요.

사실 아이하가 붓을 놓게 만든 슬럼프란 게… 막연하게 불호조인 게 아니라 뚜렷한 이유가 있고 아이하는 처음부터 그 이유가 뭔지 명확히 알고 있습니다. 주변 인물 중에서는 히로토 선배만이 처음부터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신야도 슬럼프의 원인을 눈치챕니다. 아이하의 슬럼프는 어린 시절부터 이어져 온 것으로, 사랑하는 아빠의 부재가 그 원인. 그저 아빠가 없어서 그림 그릴 의욕이 없을 뿐, 아빠가 돌아오기만 하면 아이하의 슬럼프는 씻은 듯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 게임은 파더콤인 아이하의 마음속 넘버원 자리를 차지하여 아이하에게 의욕을 불어넣어 주는 여러 남정네들이 분투기…이려나요? (최종 보스는 아빠…)

올클리어 하면 플레이할 수 있는 엑스트라에서는 아이하의 생일을 맞아 공략 캐릭터들이 번갈아가며 아이하에게 찝쩍거리며 쟁탈전 벌이는 게 완전 역하렘 상태네요. 그나저나 화이트데이 때 아이하를 불러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는 아키라와 케이타 콤비의 발언이 신경 쓰입니다. 니들 그때 아이하 불러다 놓고 뭐한 거냐…;; 예전부터 용의주도하게 아이하를 스토킹할 정도로 치밀하지만, 기본적으로 아이하가 싫어하는 일은 하지 않을 녀석들이니 별일은 없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