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검심

지난 일요일 『바람의 검심』 실사판을 보고 왔습니다. 작년에 개봉할 예정이었던 모양이지만 상영관 늘린다고 연기되었는데 그럼에도 몇 곳 안 되네요. 일본에서는 흥행했다고 해도 역시 우리나라에서는 마이너한 영화라 금방 내릴 것 같아서 서둘러 보러 갔네요.

사실 코스프레나 실사화는 거부감이 드는데다, 인기 원작을 기반으로 한 영화 중 잘된 경우를 거의 못 본 터라 이 영화에 아무런 기대도 없었습니다. 그저 어린 시절 추억을 되새겨 볼 겸에 영화가 어떻게 나왔나 약간의 호기심을 채우려는 마음가짐으로 간 거였는데… 이 작품, 의외로 괜찮더군요.

원작 캐릭터 느낌을 잘 옮겨 놓았고 액션이나 스토리 구성 역시 제법 잘 짜여 있어서 원작 팬은 물론이거니와 원작을 모르는 사람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만큼 완성도 높네요. 이 영화에 관심 있는 분이시라면 봐도 그리 후회하진 않을 것 같아요. 영화 자체도 재미있게 봤고 간만에 추억을 곱씹어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쟁쟁한 배우들이 수두룩하게 나온 모양이지만 일본 배우는 잘 몰라서 뭐라 못 하겠는데 대체로 원작과 싱크로율이 높았네요. 영화 다 보고 삼끼 양이 아오이 유우의 미모를 찬양하던데 취향 문제인지 제 눈엔 조금 비호감 외모라… 카오루 역 배우도 제법 귀여워 보여 나쁘지 않았어요.

그나저나 영화 사전 조사도 예매도 전부 삼끼 양이 알아서 해서 전혀 몰랐는데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이었군요. 영화 보고 나올 때 다른 일행이 하는 대화를 듣고서야 깨달았음…;; 하긴 시대 배경과 소재상 현란한 칼부림과 피 튀김 때문에 청소년이 보기에 부적절하긴 하겠지요.

P.S.1 과거 회상 중 치명상 입고 살겠다고 발악하는 토모에 약혼자의 모습에 씁쓸해짐. 차라리 죽은 척하고 있다가 기어서 도망가던가 구조를 바라는 게 생존 확률이 높지 않았겠나 싶습니다.

P.S.2 영화 전단지 뒷면에 작게 원작 완전판 박스 광고가… 영화 보러온 사람 중 살 사람은 대부분 이미 샀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만. 영화가 만화책 판매에 얼마나 얼마나 영향을 미칠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