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트래블러즈 2 : 왕립 도서관과 마물의 봉인

과거 이 대지에 신과 인간, 그리고 이계에서 찾아온 악한 마신이 뒤섞여 공존하는 시대가 있었다. 사람들은 성처녀 비토리아의 깃발 아래서 마신과 마물과 오랜 시간에 걸쳐 싸움을 벌였고, 연금술사 지그드래드가 짜낸 봉인서 안에 마물을 봉인하는 봉인술을 이용해 마물 토벌에 큰 성과를 거두게 되었다. 그 결과 마침내 마신마저 이계의 저편에 매장하는데 성공한 비토리아는 로무레아 왕국을 세우고 초대 여왕으로 즉위했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왕국력 499년. 로무레아 왕국 왕립 도서관에서 지금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아쿠아플러스에서 내놓은 던전 탐색 RPG입니다. PSP판으로 처음 발매되었고, 나중에 PS VITA로 이식되었어요. 시리즈 첫 작품인 『ToHeart2 던전 트래블러즈』는 팬디스크에 수록된 미니 게임이 호평을 받아 독립 타이틀로 나온 케이스라 하고, 이 작품은 전작의 시스템만 계승했을 뿐 스토리 상 전혀 연관이 없습니다. 얼마 전에 이 게임의 배드 엔딩 뒷이야기를 그린 후속작 『던전 트래블러즈 2-2: 타락한 소녀와 시작의 서』가 나왔었네요.

왕립 도서관에 갓 배속된 신출내기 라이브러 프리드는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는 왕립 도서관의 사정 상 곧바로 마물 토벌 현장에 투입되게 됩니다. 첫 임무에서 파티를 짜게된 건 공교롭게도 사관학교에서 친하게 지내던 동기 멜비와 알리시아였는데…

마물을 봉인서에 봉인하는 봉인마법을 다루는 직종 라이브러는 얼핏 보기엔 전투 상황에 별 도움이 안 되는 잉여지만, 마물 수를 줄이려면 봉인술을 이용해야 하므로 이쪽 세계에선 마물 토벌에 빼놓을 수 없는 존재라고 하네요. 파티의 리더를 맡는 것도 당연하다는 분위기고… 전투에서 쓰러뜨린 마물을 봉인서로 만들어 활용하기는 합니다만.

왕립 도서관은 마물을 봉인하는 봉인서를 관리하고 봉인술을 다루는 라이브러를 이끄는 조직인데 기사단과 협력해서 마물을 토벌한다는 모양입니다. 게임 상 등장하는 왕립 도서관 소속 라이브러는 프리드 단 한 사람뿐. 그 외에 이따금 던전에서 파트너인 마법사 페기와 만담을 펼치는 모험가 라이브러 베어드를 목격하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프리드 일행은 왕립 도서관을 거점으로 삼아 던전을 탐색하고 각 던전의 보스를 격파하며 이야기를 진행해 나가게 됩니다. 캐릭터가 특정 레벨이 되면 다른 직업으로 전직할 수도 있고, 왕립 도서관 구매부에서 물건을 사거나 의뢰부에서 의뢰를 수행해 받아 보상을 얻을 수도 있네요. 던전 내에서 라면장수, 아이스크림 장수, 보부상, 대장장이와 마주치기도 합니다.

길 찾기가 힘들고 꾸역꾸역 나오는 마물과 전투하는 게 좀 지겹네요. 조금만 방심하면 전멸이라 진행하기가 어려웠어요. 레벨 노가다 성가심… 숨겨진 통로라든가, 함정이라든가, 지도가 표시되지 않는 다크존이라든가,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마법 금지 존이라든가… 숨겨진 통로를 그냥 지나쳐서 계속 맵 위에서 빙글빙글 돌기도 하고, 다크존에 들어서기 전에 미리 지도 보고 대충 갈 길을 정했는데 전투가 벌어지면 방향감각을 잃어서 곧잘 헤매기도 하고, 위치를 파티에 넣어 화려하게 마법으로 쓸어버리다가 마법 금지 존이랑 맞딱드리면 좀 괴로워지기도 하고…

일단 메인 스토리 엔딩을 봤는데 마신을 몰아내고 끝이 아니라 이번엔 이계가 펼쳐지네요. 메인 스토리도 힘들게 마쳤는데 이계 제패할 엄두는 도저히 안 남. 트로피 획득도 대체적으로 까다롭지 않은데, 단 하나 남은 마물 2만 마리 토벌은 좀…;; 메인 스토리 끝마치기 전에 5천 마리 트로피를 땄는데, 2만 마리면 대체 얼마나 더 붙잡고 있어야 할지 정신이 아득해집니다.

겉보기에는 단순한 미소녀 캐릭터 게임 같은데, 생각보다 어려운 본격 던전 RPG네요. 이런 장르를 좋아하고, 파고들기 및 노가다에 도가 튼 분이시라면 즐겁게 플레이하실 수 있을 듯… 어쨌든 미소녀를 잔뜩 내세워 이래저래 좀 노린 듯한 연출이 많이 보이네요. 18금으로 내놓았으면 엄한 시추에이션이 잔뜩 펼쳐졌을 거 같은데 전연령에 힘을 쏟는지 리프 쪽은 잠잠한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