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 서클 아이우에오 컴퍼니에서 2014년 5월에 발표했던 『물방울 소리 -sound of drop-』를 HD로 리메이크한 작품이라고 하는군요. 기존작의 그래픽을 일신하고 신규 시나리오를 수록했다고 합니다. 추가 수록된 신규 시나리오의 볼륨이 꽤 큰 것 같습니다.
수족관을 무대로 한 호러 어드벤처 게임인데, 고어와 폭력과 그로테스크한 묘사가 들어있습니다. 게임 시작부터 경고문을 띄우더군요. 처음에는 주인공 마유미가 영문도 모른 채 자꾸 끔살 당하는 처지에 놓여서 스트레스 지수가 점점 올라갔는데(배드 엔딩 때 뜨는 CG는 귀여워서 그 직전 상황과 온도차가 느껴짐)… 1회차에서는 이런저런 사망 엔딩을 수두룩하게 거치지만, 2회차에 돌입하면 열리는 신규 시나리오에서는 그런 내용이 별로 없어서 좀 마음이 편했어요.
기묘한 수족관 안에서 마유미는 자신의 절친한 친구인 히메노, 무언가 목적을 가지고 수족관으로 찾아온 듯한 소녀 사요, 조금 껄렁거리지만 믿음직스러운 면모를 보이기도 하는 켄지, 어쩐지 신경질적인 인상을 주는 여성 리에코, 실종된 당시와 같은 모습으로 나타난 여동생 마리와 교류하며 수족관에 얽힌 진실에 다가가게 됩니다.
수족관을 둘러싼 도시전설이나 붉은 만텐 수족관의 실체, 5년 전 사건의 진상과 그 인과관계 등이 어긋나는 부분 없이 맞물려서 이야기 구성상 거슬리는 점은 없었어요. 억지스럽게 의혹을 불러일으키는 설정이 있어서 그 점은 마음에 안 들긴 했지만… 플레이하다 보니 등장인물 중 어른들의 인성이 다들 글러먹어서 좀 짜게 식었는데, 마유미와 친구들과 여동생 마리의 관계를 지켜보니 마음이 훈훈해집니다. 마리가 정말 사랑스럽고 귀여워요.
27개의 배드 엔딩(대부분 끔살)과 더불어 제대로 된 결말이 나오는 네 개의 트루 엔딩이 있네요. 「히메노」와 「Princess of drops」은 1회차에서 볼 수 있고, 「the limited ocean of the life」와 「fall into poison」은 2회차에서 볼 수 있는 듯. 트루 엔딩 중 가장 행복한 결말은 세 번째 트루 엔딩인 「the limited ocean of the life」인데(이 엔딩은 엔딩 송도 희망적임), 가장 여운이 남아서 인상 깊은 건 「fall into poison」이었네요.
마지막 트루 엔딩 「fall into poison」에서 마리에게 힘을 넘겨 받은 마유미는 기적을 일으키는 데 실패했지만, 마지막 순간에 마리의 도움으로 친구들과 현실로 돌아갔나 했더니… 다들 만텐 수족관에 대한 기억이 깨끗이 지워진 데다, 마유미가 외동딸이라고 나와서 어리둥절.
수족관에 얽힌 기억이야 그렇다 쳐도 마유미가 외동딸이라니. 아무리 마리가 붉은 만텐 수족관과 이어져 그 공간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해도, 현실을 개변할 수는 없을 거 같은데… 아무래도 마유미와 친구들은 현실로 돌아가지 못한 채, 재구성된 붉은 만텐 수족관의 거짓 세상에서 살아가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결국 현실로 돌아가지 못했다는 사실도 씁쓸하고, 마리가 마지막에 언니의 행복을 위해서 언니의 기억 속에서 자기 자신의 존재를 지워버렸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애달프네요. 마지막에 마유미가 기적이라는 꽃말을 가진 푸른 장미에 눈길을 주다가 사지 않고 돌아서며 자긴 행복하다 그러는 모습을 보니 여러모로 만감이 교차하는군요.
솔직히 1회차를 플레이할 땐 좀 시큰둥했는데, 2회차 때 진입 가능한 신규 시나리오와 엔딩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만족스러웠습니다. 비주얼 노벨류를 좋아하시는 분께 추천. 기왕 플레이하실 거면 마지막 엔딩까지 보시는 걸 권합니다. 그래픽이 예쁘고, 시스템도 깔끔하고, 음악 역시 무척 좋았어요. 엔딩 리스트는 있는데 회상은 할 수 없다는 게 좀 아쉽긴 하지만… 가벼운 고어 묘사나 소프트 백합 요소가 있긴 하지만 그걸 기대하고 플레이하기는 좀 미묘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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