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울의 움직이는 성

CGV의 두 번째 타임이 조조인 줄 알고 보러 갔다가 상영안내표 인쇄가 잘못 되었다는 직원의 말을 듣고 좌절. 카드 포인트도 이미 바닥난 지 오래라 제 값 다주고 보는 것이 마음 아팠습니다만, 보는 내내 무척이나 즐거웠어요.

마법과 과학이 공존하는 유럽풍의 가상국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환상적인 이야기. 저주로 인해 90살의 노파로 바뀌었으나 현실을 수긍하고 길을 떠나는 소피의 모습이 매력적이에요. 평범한 소녀에게 있어서 정말 받아들이기 힘든, 충격적인 대사건일 텐데… 나이에 비해 조숙하고 시니컬한 면이 있어서 그런걸까요. 현실을 받아들였다고는 해도 역시 소녀로서의 마음은 편안하진 않은지 하울이 자기 머리색 때문에 쇼할 때 울어버리기도 합니다만. 어쨌거나 할머니 소피의 모습이 무척이나 귀엽네요. 극중에 소피의 미묘한 심리변화에 따라서 외견이 변화하는 모습도 좋았던거 같아요.

그리고 지브리 역대 최고 꽃미남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하울. 과연 잘생기기는 했네요. (하쿠는 잘생겼다는 말을 들어도 별생각 없었는데 그건 제가 쇼타 취향이 아니었기 때문일지도…)기무라 타쿠야의 목소리도 잘어울렸고. 영화보는 내내 주변 여기저기에서 탄성이 끊이질 않더이다.

그 외 기타 조연들을 보는 것도 즐거웠습니다. 캘시퍼가 너무 귀여워요~

매력적인 캐릭터와 아름다운 영상, 중간중간 유쾌한 웃음으로 큰 만족을 준 작품이지만 관객에게 뭔가 설명이 부족하다는 느낌이였습니다. 원작을 안봐서 딱히 뭐라고 비교하거나 평할 수는 없겠지만, 극장판이 안고 있는 러닝타임의 제한 때문인지… 중후반부에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휘리릭 늘어놓고 마지막에 후다닥 처치한 듯한 느낌이…;; 극중 상황에 대해서 등장인물들이 수박겉핥기 식으로 간략하게 언급하는게 다라 관객들이 자세한 정황을 잘 알 수 없는데다… 특히 마지막 허수아비의 충격고백은 이런 느낌을 더 부추기네요. 미리 복선으로 한 마디라도 깔아놓았으면 좋았을 것을…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명장면은 소피와 하울의 첫만남 때 이루어진 공중부양. 하늘을 걷는 두근두근한 느낌 최고!! 아, 저런 식을 하늘을 날 수 있다면 즐거울텐데. 그야말로 환상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