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날의 비극

간만에 학교에 돌아가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어쨌거나 일년만에 생일은 찾아왔는데 올해는 왠지 불행의 연속이군요.

1학년 때 발행한 이후 한 번도 잃어버린 적 없는 학생증이랑, 작년에 뻘짓하며 샀던 그 비싼 티머니 카드랑, 카드키랑, 한동안 어디갔는지 몰라 찾아 헤메다 바로 전 날 찾아낸 사물함 열쇠를 바로 다음 날 잃어버리다니…ㅜ.ㅡ 특히 사물함 열쇠는 꿈 속에서 힌트를 얻어 찾아낸 건데 찾은 바로 다음 날 잃어버리다니 찾아낸 보람이 눈꼽만치도 없달까….

집열쇠도 없고해서 친구랑 영화를 보러 CGV에 갔는데… 회원카드 발급하면 생일에 팝콘 공짜라는 문구를 본 기억이 나 기뻐하고 있는데 카드 적용은 다음 날 부터라나… 작년에 진작카드를 만들어둘걸 하고 후회 했어요. 어쨌거나 뭘볼까하다가 무서운 걸 싫어하는 친구를 어떻게 살살 꼬셔 전부터 왠지 재미있을 거 같아 보이던 숨바꼭질을 보기로 하였더랬습니다. 들어가니 상연관에 달랑 저희 두 명 뿐이라 당황했는데… 그래도 시간이 되니 사람이 차더군요. 영화 감상의 결론 부터 말하자면 실망. 때마침 안경을 새로 맞춰 눈도 아픈데 중반에 너무 지지부진해서 괴로웠습니다. 첨엔 오들오들 떨면서 밤잠못자면 책임지라 말하던 친구는 나오면서 왜 이런 재미없는거 보자했냐고 날 못살게 굴고…

어쨌거나 밤중에 집에 돌아가 거실에서 선잠에 들었는데 밤중에 산책나가셨던 아버지께서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한 통을 사오시더군요. 설핏 깨서 수저들고 아이스크림을 퍼먹는 큰 오라버니에게 “어서 초를 꽂고 박수를 쳐”라고 한 마디 했더니 되돌아오는 한 마디는 “너 약먹었냐?”. 그 외 다른 가족은 무슨 헛소리하나 하는 반응. 네, 온가족은 저의 생일을 망각하고 있었습니다요. 원래 기념일을 잘 안챙기는 집안이기 하지만 이런 소리까지 듣게 될 줄은…

어쨋거나 너무도 강렬한 하루 였달까…. 이번 생일은 못잊을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