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awberry*Maiden의 데뷔작인 18금 여성향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유우키 아즈사의 일러스트가 예전에 비해 둥글넙적해졌네요. 특히 뒷모습 보일 때 얼굴이 호빵같아요…;;
총18화로 유메와 상대방이 정식으로 맺어지기까지의 1부와 유메와 파트너가 황금의 새벽에 도전하는 2부로 나뉘어 있습니다. 1부는 밝고 경쾌한 분위기의 학원물인 반면, 2부는 과거의 진실을 둘러싼 음모와 세계의 비밀이 밝혀지는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예요. 후반에 갑자기 분위기가 가라앉아서 좀 위화감이 느껴지더군요. 이야기도 긴 편인데, 각 루트의 흐름이 거의 비슷하니 좀 질리는 감도 있고… 후반부에 여러 캐릭터 시점으로 번갈아 진행되는데, 이 부분이 좀 지루해요.
- 아키토
이 게임의 메인 히어로이자 유메의 피가 안 섞인 동생인 아키토. 유메를 일부러 피하며 퉁명스럽게 굴지만, 한눈에 척 보기에도 유메를 짝사랑하는 게 훤히 보이는 흔한 설정의 캐릭터입니다. 은근히 질투심이 강하고, 폭주하면 스스로를 주체 못하기도 합니다. 참깨 경단 하나 때문에 그런 암울한 결과가 기다릴 줄은 내 미처 몰랐지…;;
아키토는 다른 루트에서는 호감인데, 본인 루트는 영 꽝이네요. 아키토는 마음속으로 여전히 유메를 품고 있으면서도 다가서려는 유메를 계속 피하며 삽질하는데다, 샤를로테랑 자꾸 엮여서 스트레스 쌓이던걸요. 유메와 아키토, 유리, 샤를로테의 질척거리는 사각관계가 좀 괴로웠어요. 아키토와 샤를로테의 관계는 어디까지나 서로의 마음을 잘 이해해주는 친구 내지는 동료 포지션이 가장 적절한 것 같습니다. 아키토가 샤를로테를 내치지 못하는 것도, 샤를로테가 아키토에게 매달리는 것도 동병상련의 감정을 바탕으로 한 유대감 내지는 동질감 때문이니까 말이죠.
다른 루트에서는 적극적으로 유메와의 관계를 바꿔보려고 노력하면서 정작 자기 루트에서는 미적미적… 아키토는 눈앞에 닥친 위기(=유메를 노리는 놈팡이)가 있어야 강해지는 모양입니다. 그나저나 게임 진행 중 유메랑 아키토가 어머니인 하나코를 떠올리며 죄책감에 몸부림치는 게 영 와 닿질 않더군요. 대범한 성격의 하나코라면 OK 할 게 뻔한데 쟤네들 왜 저러나 싶은 느낌에… 어쨌거나 메인 히어로 주제에 시나리오가 가장 재미없다니 좀 실망…;;
- 유리
아키토에 이어 차석으로 실버스타 아카데미에 입학한 수재로, 아키토의 룸메이트이자 라이벌이기도 한 유리. 수려한 외모에 우수한 성적, 자상한 성격 등 무엇 하나 빠지는 것 없는 완벽한 왕자님처럼 보이지만, 사실 어두운 과거를 지닌 복흑계 캐릭터예요. 몰락귀족 출신으로 집안을 일으키기 위해 샤를로테와 약혼했지만, 현재 샤를로테와의 관계는 삐그덕거리는 상태입니다.
입학시험 때 치룬 필기 결과로 만점받은 아키토에게 밀려 차석을 차지했지만, 실전에 두 사람을 붙여 놓으면 유리 쪽이 한 수 위일 겁니다. 경험면에서나 성격면에서나. 유리는 본인 루트에서 유메에게 종종 시커먼 속내를 드러내기도 하지만, 타루트에서는 본인의 감정을 내색하지 않은 채 언제나 곤경에 처한 유메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든든한 친구 포지션을 지키지요. 그러고보니 유리는 전 공략 캐릭터 중 유일하게 세 번의 시험 모두 유메의 파트너 자리를 꿰차는군요.
유리 루트 역시 아키토 루트와 마찬가지로 칙칙한 사각관계 중심이지만 샤를로테의 행동이 아키토 루트보다 더 설득력 있게 그려졌습니다. 아키토 역시 이쪽이 더 호감. 전 유리×샤를로테 커플이 좋더군요. 그렇게나 유리를 끔직히도 생각해주는 건 샤를로테 뿐일 것 같은데… 유리 역시 샤를로테에게 이성으로서의 감정은 가지고 있지 않지만, 샤를로테를 소중히 여기고 있고 말이죠.
- 소이
마법대국 시그루이의 일곱 번째 왕자님인 소이. 부국인 시구루이의 왕자인데다가, 남들은 하나 갖기도 힘든 특수속성을 세 개나 가진 것도 모자라 신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 무려 아홉 속성의 주문을 지닌 무시무시한 재능의 소유자. 부, 명예, 권력, 외모, 재능, 매력 등 무엇 하나 빠진 것없이 다 갖추고 있는 인물입니다. 특이한 마법 아이템을 산더미 같이 가지고 있으나, 뭔가 지나치게 독특한 물건이 대부분이라 선물받은 이들이 그다지 달가워하지는 않습니다. 럭5 속성을 가진 자만이 소유할 수 있는 마법 아이템인 검은 모자 ‘크로우’의 소유주이기도 하지요.
뭐… 등장인물 소개만 봐도 딱 알 수 있듯이 크리슈나와 동일인물입니다. 본디 시구루이의 차기왕으로 내정된 제1왕자 크리슈나는 총애하던 친동생에게 배신당해 저주를 받고 아이의 몸이 되어버린 것이지요. 축복받은 재능과 환경 덕분에 좌절이나 고뇌를 겪을 일이 그다지 없어서 그런지, 조금 제멋대로에 능글맞고 우쭐대는 경향이 있습니다. 시구루이는 일부다처제인데다 크리슈나 역시 그걸 당연하게 여기고 여자를 다루는데 능숙한지라 유메가 기겁하기도 합니다. 과거에 그와 인연이 있던 유메의 룸메이트 교쿠레이는 그의 그런 성향을 싫어하는 모양이에요.
어쨌거나 교쿠레이가 맹활약하는 루트. 서로(…라기보다 교쿠레이 쪽에서) 으르렁거리던 크리슈나와 교쿠레이였지만, 둘다 내심 상대방을 인정하고 있었고… 교쿠레이로서는 조국 콘론의 이익을 등지고, 크리슈나를 돕는 건 대단한 결심이 필요한 일이었겠지요.
- 카를로스
교내에서 평판이 좋지 않은 아웃사이더로 1년 유급한 선배인 카를로스. 우연히 위기에 처한 유메를 구해줘서 되어 안면을 트게 됩니다. 홀리계 마법의 스페셜리스트로, 그 실력은 같은 홀리계열을 주특기로 하는 샤를로테 역시 한 수 접을 정도입니다. 본래대로라면 교칙상 아카데미 학생에게는 허용되지 않을 개인 공방을 운영중입니다.
겉보기엔 불량해보이지만 사실 좋은 사람인 카를로스는 여러모로 손해 보는 타입이네요. 카를로스는 아카데미 입학 시 로미오와 재수없게 엮여서 인생이 꼬인 후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살아온 듯합니다. 남들이 뒤에서 뭐라 쑥덕대던 신경쓰지 않고 보란듯이 껄렁하게 행동하니 일이 잘 풀릴 리가 없죠. 그러던 와중 어쩌다보니 구해준 작은 여자애가 “선배는 사실 좋은 사람!”이라 떠들어대며 쫄래쫄래 따라붙으니 내심 당황했을 겁니다.
언제나 공방을 지키며 야단법석을 떠는 유쾌한 사역마 형제 프리츠와 존, 그 행태에 버럭버럭 화를 내는 카를로스, 그 옆에서 우왕좌왕하는 유메의 모습이 제법 훈훈합니다. 마법소녀와 특촬물을 사랑하는 열혈형제 프리츠와 존 콤비의 만담이 즐거웠어요. 그런데 2부 초반에 카를로스의 독점욕 과시 이벤트에서 식겁… 이거 뭔가 캐릭터 성격이랑 좀 안맞는 것 같아 위화감이 느껴지더군요. 이런 이벤트를 억지로 집어 넣을 필요는 없었을 것 같은데…;;
- 게르하르트
아카데미의 강사로 매우 우수하지만 엄격하고 차가운 인상의 게르하르트. 어린 나이에 재능을 인정받아 실버 아카데미에 조기 입학했던 수재로, 유메와 아키토의 부모님들과 동창생. 유메의 어머니인 만인의 천사 마가렛을 짝사랑한 전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 사실 남자가 새롭게 다가온 인연에게서 옛사랑의 그림자를 보는 설정을 그다지 안 좋아해요. 이런 설정이라면 반드시 따라나오는 여주인공의 열등감 폭발 및 질투심 표출을 썩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하물며 상대방의 옛사랑이 여주인공의 어머니일 경우에는 더 말 할 것도 없습니다.
유메와 게르하르트의 관계 설정 자체는 그리 취향이 아니지만, 학생인 다른 캐릭터랑은 포지션이 달라서 그런지 내용이 다른 루트와 제법 차이가 나는 편인건 좋네요. 일정조건을 달성해야 열리는 루트인 만큼 다른 루트보다 드러나는 내용이 더 많고…
에필로그는 게임상에서 유메와 인연을 맺은 대부분의 인물들이 가장 행복한 결말을 맞기 때문에 마음에 들더군요. 특히 줄리엣이… 비뚤어진 사랑때문에 다른 사람은 물론 자기 자신까지 망가뜨려온 줄리엣이 제대로 행복해지는 건 게르하르트 엔딩 뿐이니까요. 줄리엣이 유메에게 살포시 미소짓는 모습이나, 유메를 위해 게르하르트를 처단하겠다고 나서는 모습이 나름 귀여웠어요. 유리와 샤를로테가 솔직하게 서로를 내비치며 마주하게 되는 것도 게르하르트 루트고 말이죠.
- 황금룡과 마법사와 유메
게임 초반부터 출생에 큰 비밀을 감추고 있다는 분위기가 팍팍 풍기는 유메의 정체가 이 게임 내용의 핵심. 아카데미 측 사람들의 추측과는 달리, 유메는 사실 인간의 육체에 용의 힘이 깃든 게 아니라 용의 힘이 인간의 모습으로 형상화 된 것이기 때문에 ‘죄의 아이’라 칭하는 것은 좀 어폐가 있는 것 같은데… 따지고 보면 유메는 황금룡의 화신과 같은 존재니까요.
유메가 황금룡의 반신이라고 하는데, 황금룡이 유메를 대하는 태도는 묘하게 과거에 사랑했다던 마법사를 상대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깁니다. 유메에 대해 비치는 애틋함이나 호의도 그렇고, 유메의 파트너에게 품는 은근한 적대감과 부러움 섞인 듯한 감정도 그렇고… 황금룡 성격에 단순히 자기 분신에 대해 저런 태도를 취하는 건 어울리지 않아요. 인간에 대한 자신의 의지는 악, 유메가 지닌 의지는 선이라고 명확히 구분해서 말하기도 하고요. 과거에 어떤 경위를 거쳐서 황금룡과 마법사가 일체화되기라도 한 거려나요? 황금룡과 마법사의 과거와 유메의 관계성에 대해 더 정확히 나와주었으면 좋았겠지만, 자세한 언급이 없으니 대강 끼워 맞춰 추측하는 수 밖에요.
황금룡이 유메의 파트너가 건 도발에 응한 건 유메의 바람을 이뤄주기 위한 구실이자, 유메가 선택한 상대방의 각오를 시험하기 위한 시련…이라고 여겨지네요. 안타까운 황금룡의 순애보… 기왕이면 황금룡 엔딩도 하나 만들어 주면 좋았을텐데 말이에요. 앞으로도 황금룡은 유메가 꾸는 아름다운 꿈을 유지하며, 언젠가 다가올 소멸의 그 날까지 홀로 외로이 살아가는 것인가…
그나저나 일곱 번째 용의 지팡이, 황금의 지팡이의 행방은 끝까지 밝혀지지 않는군요. CG를 보아하니 황금의 지팡이는 황금룡의 연인인 마법사의 심볼이었을 것 같기도 한데…
어쨌거나 차기작 개발할 땐 천편일률적인 전개를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네요. 같은 상황에 캐릭터만 바꿔놓고, 대사 조금 바꾼다고 되는 건 아니죠. 같은 대사, 같은 지문을 보고 있자니 정신이 아득해집니다. 특히, 세 번에 걸쳐 행해지는 소환자 선정 실기시험은 생고문임! 판박이스러운 스토리 전개는 지겨워요. 그나마 유메의 첫 계약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6화와 7일간의 휴가동안 벌어지는 이야기인 10화가 다르긴 하지만(그러나 아키토랑 유리는 이것도 겹치는구나…;;), 다른 내용은 조금 차이날 뿐 거의 유사. 루트에 나오는 선택지 역시 모두 동일하다니…;; 루트마다 차별성이 필요해요. 후반에 늘어지는 템포도 조절해 주면 더 좋고요.
1 Response
[…] 발매한 18금 여성향 어드벤처 게임 「프리티☆위치☆아카데미!」에 쓰인 보컬곡을 담은 맥시 싱글입니다. 게임 초회한정판에 OST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