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1 쇼트 프로그램 : Road to dream
자칭 100억 달러의 미모를 지닌 미소녀, 16세의 피겨 스케이터인 사쿠라노 타즈사는 제법 실력을 인정받는 기대주. 그러나 최근 시합에서 신통치 않은 결과를 보인데다 입까지 험해 주변으로부터 미움을 받고 있는 입장입니다. 그 괄괄한 성격으로 언론을 적으로 돌린 데다, 그녀의 부진으로 인해 올림픽 티켓이 한 장으로 줄어든 탓에 그녀에 대한 시선은 더욱 곱지 않습니다. 국내최강의 선수인 시토 쿄코의 존재로 인해 올림픽 티켓이 멀어져 간다고 생각하던 그 때, 엎친 데 덥친 격으로 그녀에게 캐나다인 유령이 들러붙기까지…?
…라는 내용으로 전개됩니다. 자신만만하고 입이 험해 미움받기 딱 좋은 성격인 타즈사이지만, 그리 밉살맞지는 않습니다. 지나치게 직선적인 성격 덕분에 가식없이 내뱉는게 문제일 뿐(주변 사람들 비위맞춰가며 아양떠는 타즈사는 상상이 안됨), 받는대로 주는 성격이긴 하지만 완전히 상식을 벗어난 캐릭터는 아닙니다. 오히려 집단으로 뭉쳐 인신공격을 해대는 기자들이 악당으로 비춰져 타즈사의 거침없는 언동에 오히려 통쾌함을 느낄 정도입니다. 편한 길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굽히지 않는 타즈사의 태도가 마음에 들어요.
이렇게 주변을 적으로 돌리며 피곤하게 살아가는 타즈사의 가장 큰 이해자인 캐나다인 유령 피트와의 좌충우돌도 볼거리예요. 초반에 정체불명의 유령이 빙의되어 자신과 오감을 공유한다는 사실을 알게된 타즈사의 경악과 분노의 응징! 토마토라든가, 토마토라든가, 토마토라든가…
vol.2 프리 프로그램 : Winner takes all?
타즈사로부터 시작해 타즈사로 끝나는 토리노 올림픽의 여자싱글경기 – 라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나 할까요. 겨우 14세의 나이에 여제로 군림하며 엄청난 포스를 뿜어대는 리아의 존재를 비롯해 여러 실력파 선수들의 연기 묘사를 읽는 것도 즐거웠어요.
솔직히 피겨 스케이트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 때문에 머릿속에 선수들의 연기를 선명하게 그려낼 수는 없었지만 얼음 위를 때로는 우아하게, 때로는 역동적으로 가르는 선수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채점에 대해서도 소설 내에서 알기 쉽게 설명되어 있어 큰 부담없이 볼 수 있었어요.
세계 굴지의 강호들이 모인 올림픽에서, 타즈사가 느끼는 압박감과 이를 지탱해주는 피트와의 유대관계가 돋보입니다. 타즈사가 한층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피트의 공로가 가장 크겠지요. 피트×타즈사 커플을 적극 지지하고 싶지만 피트는 이미 유령인데다 100일간의 기한부 동거라는 전제가 깔려 있었기 때문에… 타즈사의 성격을 감당할 남자는 피트 정도밖에 없을 것 같은데 안타까워요.
그나저나 연이은 실연의 상처를 거쳐 소설의 분위기는 백합 노선을 타는 모양인데… 후속권을 계속 읽어야 하나 고민중입니다. (다른 남정네와 맺어지는 것보단 차라리 그 쪽이 나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