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ude prologue ~흔들리는 마음의 모양~ 포터블

바다와 산으로 둘러싸인 해안가 마을 ‘미나미아오세’에 사는 평범한 소년소녀 타츠야와 히토미는 졸업을 앞둔 고등학생입니다. 진로에 고민하고 사랑에 방황하는, 특별한 고교 시절 마지막 겨울. 타츠야와 히토미의 마음속에 싹트는 감정과 그 주변 소년소녀들이 품은 ‘흔들리는 마음의 모양’은 두 사람을 어떤 미래로 이끌 것인가?

타쿠요에서 내놓은 남녀양시점 연애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타쿠요의 데뷔작으로 1998년 PC판이 발매된 이후 같은 해에 SS판, 2006년에 PS2판, 2007년에 PSP로 이식되었네요. 어느 정도 공백을 두고 리메이크된 PS2판은 성우를 싹 물갈이하고, 같은 회사 작품인 『Little Aid』의 캐릭터가 찬조 출연하고, 시스템을 개선하고, CG를 손보는 등 이래저래 바뀐 부분이 많은 모양입니다. 기존 성우의 몸값 때문인지 딴 이유에선지 PS2판에서는 성우진이 싹 갈아치웠네요. PS2판을 베이스로 이식한 PSP도 그렇고. PSP판은 PS2판을 기본으로 PS2판 초회특전 드라마 시디 내용을 게임화하고, 음악 감상 모드를 추가하고, 게임 화면을 와이드로 재구성했다는 듯.

주인공 타츠야와 히토미를 중심으로 그 주변의 남학생 넷, 여학생 여섯이 엮어가는 연애물입니다. 장르를 보면 알 수 있듯, 남녀 주인공 중 하나를 선택해서 이야기를 진행하는 어드벤처 게임이에요. 남녀 주인공 시점에 따라 다른 시점으로 이야기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겠죠. 1월 말에 펼쳐지는 프롤로그를 거쳐서 2월 1일부터 14일까지 2주간 맵화면을 이동하며 이벤트를 보고, 미니게임을 통해 각종 수치를 올려 엔딩을 맞이하게 됩니다. 초반에 공략 캐릭터가 결정되니  그 후에 열심히 해당 캐릭터 이벤트를 보고 적절하게 수치를 올리면 그리 어려울 건 없네요.

이 게임의 등장인물 간의 관계는 제법 복잡하게 꼬여 있습니다. 우선 주인공인 타츠야와 히토미는 예전에 사귀던 사이지만 서로 엇갈리다 미련이 남은 채로 헤어져 매우 어색해진 상태고, 히토미의 절친한 친구이자 타츠야의 소꿉친구인 아사미는 타츠야를 좋아하고, 타츠야의 친구인 나치는 아사미를 남몰래 짝사랑하고, 히토미의 여동생인 유미는 나치에게 호감을 품으며, 같은 반 우등생인 사나다는 은근히 히토미를 마음에 둬서 히토미를 사이에 두고 타츠야와 신경전을 벌이기도 하고… 하여간 이래저래 엉켜있어요. 그 외의 캐릭터는 연결고리가 약한 편이지만…

남주인공 타츠야는 전형적인 남성향 연애 시뮬레이션 주인공 타입입니다. 장래를 명확히 정하지 않고 설렁설렁 방황하는 와중 여학생들과 핑크빛을 날리는, 뭐 그런 녀석. 타츠야의 공략 대상 중 히토미의 절친한 친구 아사미와의 관계가 좀 찜찜하네요. 두 사람은 소꿉친구고 아사미는 오래전부터 타츠야를 좋아했다는 설정인데… 히토미 편에서는 히토미가 다른 사람과 맺어지면 아사미가 타츠야를 거머쥐는 분위기. 특히 나치 루트에서는 아주 못을 박았다…;;

그런데 아사미는 타츠야와 히토미의 관계를 진작부터 알고 있었으면서 시침 뚝 떼고 있었다는 게 좀 음흉한 것 같기도 하고… 두 사람이 불편한 거 뻔히 알면서 왜 모른 척이니…;; 히토미 앞에서 타츠야에게 찰싹 달라붙어 천연덕스럽게 소꿉친구란 입장을 내세워 별별 투정과 어리광을 다 부려대는데, 안 그래도 소심한 히토미가 이걸 보고 몸을 사리죠. 이건 역시 아사미의 고단수 작전? 히토미 편 타츠야 루트에서 히토미에게 타츠야를 양보하는 것도 타츠야 마음을 돌리려고 별별짓 다 하다가 안되니까 어쩔 수 없이 포기하는 느낌이고… 아사미의 태도도 그렇지만 사실 타츠야와 히토미가 친구들에게 굳이 사귀는 사실을 숨긴 것도 잘 이해가 안 되긴해요.

여주인공 히토미는 테니스부의 기대주였으나 인터하이 결승전에서 좌절하고 진학을 위해 공부에 전념,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는 수재입니다. 같은 반 우등생 사나다 군이 여러모로 히토미를 챙겨주며 아주 지극정성이지요. 타츠야와 히토미를 두고 본격적으로 삼각관계를 이루는 것도 이 녀석. 타츠야와 사나다는 히토미가 모르는 곳에서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합니다.

쿠사나기 루트는 극성 브라콤 병약 여동생이 딸려 나와서 만감이 교차합니다. 여동생이 무려 오빠를 이성을 좋아한다고 히토미에게 당당히 선전포고! 정식으로 쿠사나기와 연인이 된 후에도 여동생을 연적으로 두고 겨루는 상황이라니 좀 싫네요…;; 여동생이 히토미를 인정한 상황이라 해도. 히토미 편 나치 루트는 각자 좋아하던 타츠야와 아사미가 맺어져 결성된 실연 동맹스러운 느낌이라 꺼림칙합니다. 이런 남겨진 사람끼리 어정쩡하게 엮이는 관계는 싫어요. 게다가 나치는 여동생 유미의 짝사랑 상대이기도 하고. 나치 본인은 전혀 관심 없긴 합니다만.

앞서 언급했듯이 PS2판과 PSP판에서는 이 게임의 뒷이야기 『Little Aid』의 등장인물이 나옵니다. 시기상 이 게임이 『Little Aid』의 일 년 전 이야기군요. 후배로 나오는 사와토와 누이누마, 나이나기 등은 하이 텐션에 개성 만점인 애들이라 나올 때마다 대체로 잔잔한 게임 분위기를 마구 휘저어 놓네요. 본격 개그 담당입니다. 정신없습니다. 『Little Aid』에서도 이런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