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 6 -나피쉬팀의 상자-』로부터 약 반년 후 이야기입니다. 1, 2편에서 첫 모험에 도전했던 초짜 모험가 아돌이 제법 명성을 쌓아, ‘붉은 머리의 아돌’하면 알만한 사람들은 다들 아는 베테랑 모험가로 진화했네요. 이건 전편에서도 언급되긴 합니다만.
이번 작품은 ‘잃어버린 고대 왕국’, ‘셀세타의 수해’와 더불어 아돌의 3대 모험 중 하나라 일컬어지는 ‘알타고의 오대룡’을 게임화한 작품입니다. 팔콤에서 이스 시리즈의 설정과 세계관을 정비하면서 유익인과 고대문명을 중심으로 각 작품의 연결고리를 강화하는 추세인 것 같았는데, 이번 편은 유익인 문명과 전혀 관계없는 알타고의 독자적인 이야기네요.
발매 전 공개된 아돌의 5등신 일러스트를 보고 팬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으나(명색이 간판작인데 이건 아니지!)… 다행히 나중에 일러스트를 교체했습니다. 기존작의 일러스트에 비해 부족해 보이지만, 5등신 아돌을 떠올리면 완전 용 된 모습이라 안도의 한숨… 기존 설정화를 바탕으로 게임과 일러스트를 제작했는지 디자인이 좀 투박한 느낌이 드는 게 아쉽네요.
기존작들과는 다르게 이스 시리즈 첫 파티 플레이 구성입니다. 아돌을 포함해 세 명으로 파티를 짜서 게임을 진행합니다. 그간 홀로 마물 사이를 누비던 아돌이 드디어 누군가와 협력해 모험을 풀어나가는 게 신선하네요. 캐릭터별 특성과 상성이 게임에 영향을 미칩니다. 굵고 짧은 이스 시리즈답지 않게 플레이 시간이 기네요. (4편도 길었지만 이건 논외…)
그 외 아쉬운 점 몇 가지. 오프닝 음악은 참 좋은데, 동영상이 좀 심심합니다. 오프닝도 그렇고, 게임 중간에 나오는 컷인 일러스트도 그렇고, 에필로그랑 엔딩 스태프 롤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이전작들에 비해 연출이 퇴보한 것 같네요. 게임 자체는 재미있는데 이런저런 연출이 단조로워요. 짧은 시간 동안 프롤로그 내용을 잘 압축해 보여주던 오프닝이나 스태프 크레딧과 함께 일러스트로 에필로그 내용을 간결하고 알기 쉽게 전달하며 여운을 남기던 엔딩 연출을 참 좋아했는데… 텍스트로 주저리주저리 떠들어 대는 엔딩을 보니 참 아쉬운 느낌이에요.
최종 결전 때 별 생각 없이 즐겨 쓰던 멤버로 도전했는데, 마지막에 파티 캐릭터 전원이 보스전에 참여한다는 걸 알고 당황했습니다. 동료의 무기랑 장비랑 레벨이 다 들쭉날쭉이어서…;; 셋씩 팀짜서 싸우는 다른 동료보다 솔플하는 아돌이 훨씬 우월한 걸 보고 과연 팔콤 공식 최강자란 이름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나저나 팔콤에서 ‘셀세타의 수해’편을 제대로 만들어주었으면 좋겠어요. 기존 4편은 팔콤이 직접 만든 게 아니라 기본 설정만 제공한 외주 작품이었고, SFC판은 참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품이었던지라… PC엔진판은 평판이 좋았지만 접해볼 기회가 없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