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쿠요에서 발매한 여성향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타쿠요에서 내놓은 PS VITA의 첫 오리지널 게임이네요. 아직까지 오리지널 작품은 이게 유일합니다. 다른 게임은 다 이식작이고… 일러스트도 예쁘고 평도 좋은 편이라 잡아봤습니다. 발매되고 나서 한참 뒤에 산 거라 특전 같은 거 기대 안 했는데, 운 좋게 전 점포 공통 특전 드라마 시디도 겟. 제목의 ‘이상한(オカシ)’이란 단어는 ‘과자’와 동음이의어를 이용한 말장난입니다.
소원을 이루어주는 대신 소원을 빈 사람을 과자로 바뀌어 먹어치우는 악마 스위트 클라운과 그에게 초대 받아 성으로 찾아온 초대객. 자쿠로를 자신의 후계자로 삼고자 하는 스위트 클라운과, 자쿠로가 스위트 클라운에게 무의식 중에 빈 소원 때문에 폐쇄된 성에 갇혀 버린 사람들. 이에 죄책감을 느낀 자쿠로는 정식으로 스위트 클라운이 되어 사람들을 내보내주고자 하는데…
우선 프롤로그를 마치면 다섯 개의 문 중 하나를 선택해서 캐릭터 루트를 결정해 진행합니다. 오이치로와 타케루는 ‘기극(奇劇)’, 미츠하라와 소마는 ‘비극(秘劇)’으로 짝을 이루어 이야기 흐름이 공통으로 유사하게 흐르다가 각 캐릭터 이야기가 갈라지네요. 네 명의 캐릭터 루트를 거친 후 마지막으로 열리는 진상 루트에서는 자쿠로가 괴로운 진실과 맞닥뜨리게 됩니다.
루트는 초반에 확정 되고 이야기 선택지에 따라 호감도와 욕망도 수치가 올라가네요. 호감도 수치를 높게 올리면 심애(深愛) 엔딩을 맞이하게 되고, 욕망도 수치를 높게 올리면 왜애(歪愛) 엔딩을 맞이하게 됩니다. 각 엔딩은 수치에 따라 또 굿랑 배드로 갈리네요.
공략 대상은 불손하고 거만해 보이는 청년 코바시 오이치로, 독설과 기괴한 언행을 일삼는 소년 히노세 타케루, 겉으로는 쾌활해 보이지만 속내는 시꺼먼 소년 미츠하라 세이스케, 자쿠로의 동생이 되겠다고 자청하는 상식 부족 소년 쿠제 소마, 온화하고 친절한 성품에 요리실력이 일품인 청년 마나이 토모키 등 총 다섯 명. 다과회의 초대객은 모두 어딘가 결핍된 인간이라고 하는데, 그 말대로 다들 어딘가 비틀린 인물들입니다.
- 기극 편: 코바시 오이치로 & 히노세 타케시
코바시 오이치로와 히노세 타케루의 ‘기극’ 루트는 이야기의 진실에 근접합니다. 직접적인 동기 없이 초대장 받고 흘러들어온 다른 초대객과는 달리, 두 사람은 직접적으로 스위트 클라운을 만날 목적으로 다과회에 찾아오기도 했고요. 두 사람 루트에서는 스위트 클라운을 비롯해 그를 섬기는 케이파, 가토, 네이쥬, 크렌베리와 라즈베리 등의 정체와 과거가 드러나네요.
타이틀 히어로인 코바시 오이치로 루트는 스위트 클라운에 얽힌 핵심 비밀이 드러나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네 개의 루트 중 맨 마지막에 플레이하는 게 좋을 듯. 처음에 거만 불손하다는 인상이었던 오이치로는 생각보다 기가 약해서 조금 놀랐네요. 따지고 보면 오이치로가 모든 일의 원흉인데, 오랫동안 마음 고생도 심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어쨌거나 이야기를 통틀어 실질적인 해피 엔딩은 사실 오이치로 심애 굿엔딩밖에 없다는 느낌이 드네요. 다른 루트는 굿엔딩이라고 해도 어딘가 찜찜한 구석이 남았는데, 유일하게 희망적인 분위기로 끝맺어서요. 등장인물 모두 건재한 데다 스위트 클라운이 보냈던 초대장 문구와 대비되는 밝고 희망찬 문구를 읊조리는 것도 그렇고.
히노세 타케루는 초대객 중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데, 하는 행동은 가장 똑 부러지네요. 독설을 입에 달고 사는 데가 음침한 사고방식에 기괴한 언행을 일삼지만… 주위 상황에 휘둘리지 않습니다. 존대말 꼬박꼬박 쓰면서 비꼬는 게 참 대단하다 싶음. 타케루 루트에서 제법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쌍둥이 여동생 야히로의 얼굴을 볼 수 없었던 게 조금 아쉽네요. 타케루는 캐릭터 자체가 마음에 들긴 한데, 시나리오가 좀 거시기 하네요… 왜애 엔딩에서 인어가 되어버린 건 상당히 뜬금없었습니다. 이야기 모티브가 인어 공주라고 해도 말이죠, 음음…
- 비극 편: 미츠하라 세이스케 & 쿠제 소마
미츠하라 세이스케와 쿠제 소마의 ‘비극’ 루트는 이야기의 핵심에서 조금 동떨어진 이야기라 그런지 초반에 플레이하라고 많이들 추천하는 모양이네요. 근본적으로 스위트 클라운이 관여되어 있긴 하지만, 미츠하라와 쿠제의 과거나 관계, 내적 갈등에 집중한 느낌.
미츠하라 세이스케는 제작진이 대놓고 욕하라고 만든 캐릭터 같네요. 겉만 번드르르한 컴플렉스 덩어리 쓰레기 같은 느낌이라 싫습니다. 부모님에게 존재하지 않는 쌍둥이 형제와 비교 당하던 나날이 심적으로 괴롭긴 했겠지만, 그렇다 해도 역시 그 개떡 같은 인성을 받아들일 수가 없네요. 비틀린 캐릭터를 싫어하지는 않습니다만, 정말로 얜 유독 정이 안 가는 인물이었음.
쿠제 소마는 처음에 거만한 도련님 같다는 인상이었는데 그저 상식이 부족할 뿐 올곧고 고지식한 타입이었네요. 이야기 전개나 상황 상 미츠하라랑 여러모로 비교되다 보니 더욱 빛나 보이는 느낌… 자쿠로를 위해서 남동생이 되어주겠다고 나서며 헌신하는 모습을 보니 참 든든합니다. 등장인물 중 순수하게 자쿠로를 위해주는 건 소마랑 토모키 정도뿐이기도 하고요.
- 진상 편: 마나이 토모키
마지막 공략 대상은 토모키. 초대객 중 제일가는 상식인에 성격 좋고 요리도 잘하는 좋은 사람입니다. 처음 봤을 때부터 자쿠로랑 생김새도 닮았고 공략 제한도 걸려 있어서 당연히 자쿠로의 행방불명된 남동생이라는 사실은 이미 짐작했습니다. 앞서 네 명의 캐릭터를 공략하면 마지막으로 진상인 토모키 루트 진행이 가능한데… 문 선택시 스위트 클라운이 후회밖에 남지 않는 길이라며 경고한 게 정말 그 말대로입니다. 이 루트에서 두 사람의 해피 엔딩 따위는 없어요.
진상 루트는 다른 루트와는 달린 자쿠로 시점과 토모키 시점을 번갈이 가면서 전개됩니다. 오이치로 루트에서 스위트 클라운에 대한 진상이 밝혀졌다면, 진상 루트에서는 자쿠로의 과거에 엃힌 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과거에 쌍둥이 남매인 자쿠로와 토모야가 스위트 클라운의 성에 흘러들어 온 적이 있다는 사실, 부모님의 불화 때문에 자쿠로가 토모야에게 강한 애착을 품었다는 사실, 토모야는 자쿠로를 이성으로 사랑했다는 사실, 자쿠로는 이 마음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사실, 거절 당한 토모야가 자쿠로를 이끌고 스위트 클라운 성으로 찾아간 뒤 자쿠로를 돌려 보내고 자진해서 스위트 클라운의 제물이 되었다는 사실, 토모야를 과자로 바꾸어 한입 먹었던 스위트 클라운이 독과도 같은 토모야의 자쿠로에 대한 애정에 중독되었고 이에 놀라서 토모야의 과자를 밖으로 내던졌다는 사실, 그후 토모야는 기억을 잃고 헤매다 양부모님을 만나 토모키로 살게 되었다는 사실… 등이요.
자쿠로의 동생 토모야가 엄청난 얀데레인데다, 본의는 아니었지만 상황이 그렇게 되도록 이끈 건 자쿠로… 과거의 기억이 왜곡된 자쿠로는 단순히 동생을 잃어버려서 지금 같은 상실감에 허덕인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토모야가 실종되지 않았어도 상황은 여러모로 암담했겠네요. 자쿠로에 대한 지독하고 절절한 애정을 품은 토모야와 그 마음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자쿠로. 둘은 헤어지지 않았어도 파탄날 게 뻔한 상황이라서요. 토모야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도 그렇고. 토모야의 애정은 스위트 클라운마저 중독시켜버릴 정도로 지독하고 치명적이었으니…
후반에 눈 뒤집힌 토모야가 술래잡기를 벌이고, 붙잡은 오프렌더를 차례차례 과자로 바꾼 후 그걸 망가뜨리며 자쿠로의 정신을 궁지로 몰아넣는 장면이 무척 강렬했네요.
진상 루트는 여러모로 안이한 해피엔딩 따위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시나리오라이터의 의지가 철철 넘처흐르는 느낌이었어요. 진상루트 덕분에 게임에 대한 호감도가 대폭 업.
진상 루트에서 토모야의 일그러진 속내가 드러나는 왜애 엔딩도 나쁘지 않았지만, 역시 더 여운이 남는 건 심애 엔딩 쪽이었네요. 불완전한 스위트 클라운 상태인 자쿠로는 자기 일부를 먹어치워 소원을 이루는 자식(自食)을 통해 토모키가 행복한 세상이 되기를 빌고… 그 이후 토모키를 비롯해 다른 모든 등장인물이 행복한, 오로지 자쿠로만이 불행해지는 결말을 보니 애잔해지네요. 토모키는 성에서 있었던 일을 모두 잊어버렸고, 다른 인물들은 모두 제각기 행복하게 사는데… 자쿠로만이 자식의 대가로 그 소원의 부담을 짊어지고 기억을 잃은 채 소중한 무언가를 찾아서 헤매는 모습이 짠합니다. 소중한 존재와 스쳐 지나가도 알아챌 수가 없다니… 크랜과 라즈에게 각각 자쿠로와 토모키라는 이름을 지어준 걸 보면 부스러기 같은 파편이라도 마음속에 남아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만, 평생 저렇게 헤매기만 할 거라 생각하니 안쓰럽네요.
토모키는 자쿠로의 존재를 알아채고 엇갈리는 순간에 제대로 된 이유도 모르는 채 상실감에 눈물을 흘립니다만, 결국 뒤돌아서서 훌훌 털어내 버리고… 결국 두 사람이 함께 하는 행복한 미래 따위는 가능성조차 없는 걸까요?
진상 루트 엔딩 동영상 역시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회중 시계의 오르골 소리가 흐르며 과거의 행적이 그림자 연극처럼 흐르고, 마지막에는 오르골 소리가 뚝 끊어지는 연출이…
클리어 후 캐릭터 호감도는 토모키>(넘사벽)>타케루>소마>오이치로. 미츠하라는 언급할 가치도 없으니 뺍니다. 게임의 분위기와 내용도 마음에 들었고, 일러스트도 예쁘고, 음악도 좋았어요. 아쉬운 점은 이벤트 일러스트 퀄리티가 좀 들쭉날쭉이라는 거랑, 갤러리에 분차 CG를 각각 따로 표시해 놔서 칸 수는 많지만 실질적으로는 이벤트 일러스트 양이 적다는 거. 그리고 트로피 따려면 나중에 시나리오 재생에서 특정 이벤트를 재생해야 된다는 게 귀찮네요. 대체 어째서…? 그냥 게임 진행 중에 따게 해주면 안 되나…?
어쨌든 메르헨틱하면서 기묘한 분위기나 어둡고 찐득한 이야기나 여운이 남는 씁쓸한 결말을 좋아하신다면 추천. 공략 대상과 맺어지는 행복한 결말이 없는 연애 어드벤처 따위는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에겐 비추천. 이 작품은 진상 루트로 진가를 발휘하는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해피엔딩 지상주의자께서는 꼭 피해가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