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전설 가가브 트릴로지: 하얀 마녀

14세를 맞이한 평범한 소년소녀 쥬리오와 크리스는 성인 의식인 순례 여행에 나섭니다. 쥬리오와 크리스의 고향인 라그픽 마을에서는, 14세가 된 소년소녀가 은의 단검을 가지고 샤리네라 불리는 마법의 거울이 안치된 장소를 차례로 순례하는 성인 의식이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두 사람은 각지에 있는 샤리네를 차례로 돌아보는 와중에 여러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서, 하얀 마녀가 남긴 발자취와 희망을 뒤쫓게 되는데…

 

팔콤의 인기 RPG 『영웅전설 3: 하얀 마녀』를 PSP판으로 이식한 작품입니다. PSP판은 반다이가 이식을 맡았네요. 『하얀 마녀』로 시작해 『주홍 물방울』, 『바다의 함가』로 이어지는 영웅전설 가가브 트릴로지의 첫 번째 작품―시대상으로는 맨 마지막이지만―입니다. 시대순으로 하는 게 나을까 싶기도 하지만, 시리즈 순으로 세이브가 연동된다고 하더군요.

순례 여행에 나선 쥬리오와 크리스가 하얀 마녀의 행적을 좇으며 과거의 진실을 알고, 덮쳐오는 엄청난 재앙과 맞서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입니다. 표면적 주인공은 쥬리오와 크리스이지만, 이 이야기의 진정한 주인공은 역시 하얀 마녀 게르드겠지요. 얼굴 한 번 안 나오는 이 게르드의 희생에 눈물짓고, 그 숭고한 정신을 칭송하는 팬들이 무척이나 많았고요.

주인공 외에 조연 캐릭터들도 매력적이었어요. 언제나 자폭하는 바보 콤비 샤라와 구스, 형처럼 살뜰히 챙겨주는 반바지 청년 로디, 어딘가 엉뚱한 구석이 있는 알프, 쥬리오에게 은근 슬쩍 꼬리 치던 휘리, 그 외 기타 등등. 쥬리오와 크리스가 여행 중 맺은 여러 인연이 하나로 엮여 위기를 극복합니다. 그중 기억에 남는 이는 게르드와 직접 인연을 맺고 과거의 진실을 짊어졌던 듀르젤 아저씨와 라프 할아버지네요. 마지막에 듀르젤이 영웅의 의미에 대해 말하는 장면도 짠하고.

예전에 PC판 『신 영웅전설 3: 하얀 마녀』를 플레이한 적이 있는데, 첫 번째 샤리네 동영상에서 게임이 튕겨 나가 손 놓은 뒤 결국 그대로 접었습니다. 지금도 게임 시디는 구석에 박혀 있고…;; 그 탓에 PC판이랑 어디가 어떻게 다른지 비교는 못 하겠는데… 그래픽이 깔끔한데다 주요 캐릭터의 일러스트가 들어간 건 좋더군요. 이와사키 미나코의 그림은 예쁘네요.

그나저나 티라스일에는 은거 기인이 많군요. 길 가는 할아버지도 허투루 보면 큰코다치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