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양의 도시』, 『패러사이트 문』의 작가인 와타세 소이치로의 세 번째 작품으로 전12권으로 완결되었습니다. 국내에서는 NT 노벨에서 정발되었지요. 전부터 이와사키 미나코가 일러스트를 맡아서 관심은 두고 있었는데… 구석에 쟁여놓고 있다가 요근래 되어서야 읽었습니다.
매년 일정 시기가 되면 하늘에서 종이 울려 퍼지는 소리가 들리는 신비한 세계. 그곳에는 ‘필라’라 불리는 기둥이 존재하고, 필라에서 산출되는 특수한 광물 세레나이트를 이용해 번영을 누리고 있습니다. 필라가 존재하는 각지에 총 다섯 개의 신전이 세워져 필라를 관리하지요. 이야기의 주인공인 페리오는 아르세이프의 제4왕자라는 미묘한 입장 때문에 찬밥 신세이긴 하지만, 주변의 태도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조용히 살아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이 친선대사로서 체재하는 포르남 신전의 필라에 때때로 젊은 여성의 그림자가 비친다는 소문을 듣고, 한밤중에 진상을 확인하러 간 페리오는 필라에 떠오른 낯선 차림의 소녀를 보게 되는데…
판타지 세계관을 바탕으로 아르세이프의 왕자인 페리오와 다른 세계에서 온 소녀 리세리나, 위타 신전의 사제인 우르크를 중심으로 여러 사람들과 국가 및 세력 간의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키며 펼쳐지는 전기물입니다. 제각각의 개성을 드러내는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좋더군요. 1~4권에서는 아르세이프 내란편 종결. 속전속결로 빠르게 마무리되었네요.
주인공인 페리오는 상당히 전형적인데다, 주인공 보정을 받아서 그런지 이런저런 운빨로 상황을 헤쳐나가는 것이 좀 작위적인 느낌입니다. 물론, 페리오는 검술실력도 뛰어나고, 인품도 괜찮다고 하지만(라시안이 페리오를 추켜 세워줄 때 어쩐지 닭살이…) 단순히 그것만으로 술술 풀릴 상황은 아니었죠. 무력면에서 큰 도움이 될 먼치킨 비지터 리세리나와의 만남, 폭주하는 리세리나를 뒤쫓다 알게된 실바나의 존재, 정치적으로 힘이 되어 줄 우르크의 방문, 그동안 별 접점이 없었던 외무경 라시안과의 교류, 포위돼서 다잡힌 상황에 달려온 베르나르폰의 합류, 한밤중 현조가 습격했을 당시 신궁 수준의 활 솜씨를 선보인 소년 엔쥬의 활약, 기타등등 기타등등. 상황 좋게 우연이 겹치고 겹쳐 행운으로 탈바꿈하는구나. 페리오는 행운의 별 아래 태어난 게 틀림없습니다. 특히, 페리오는 우르크랑 리세리나에게 감사의 절이라도 해야 마땅할 듯합니다.
아르세이프를 호시탐탐 노리는 적대국 타톰, 타톰과 우호관계에 놓인 종교국가 질라하를 중심으로 한 신전세력, 타톰 및 신전과 대립하는 북방민족, 그리고 질라하와 적대하는 이교도 국가 라트로아(리세리나의 양부가 라트로아에 있는 듯한 암시가 나오는데 과연?)와의 관계 등 산적한 문제와 더불어 리세리나를 비롯한 다른 비지터들이 앞으로 이 세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런지… 이제 막 내란을 마친 아르세이프가 넘겨야 헐 고난은 한참 남아있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