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간론파: 희망의 학원과 절망의 고교생

온갖 분야의 초일류 고교생을 모아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희망’으로 키워내기 위해 설립된 사립 키보가미네 학원.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아온 소년 나에기 마코토는 추첨을 통해서 단 한 명만 뽑히는 ‘초고교급 행운’으로서 이 학원에 입학하게 된다. 입학식 날, 갑자기 정신을 잃은 마코토는 밀실이 된 어느 건물 안에서 눈을 뜬다. 이곳에 갇힌 마코토를 포함한 15명의 초고교급 학생 앞에 모습을 드러낸 자는 학원장을 자칭하는 모노쿠마. 모노쿠마는 평생 학원 안에 갇혀 살지, 아니면 누군가를 살해하고 졸업해서 밖으로 나갈지 선택하라고 말한다. 이후 학생들 사이에 신뢰 관계를 부수는 여러 사건과 목숨을 건 학급재판이 이어지는데…

 

스파이크(현재는 합병되어서 스파이크 츈소프트)에서 내놓은 하이 스피드 추리 액션 게임입니다. 제가 플레이한 건 저렴한 가격에 게임 내용이 개선되기까지 한 베스트판입니다. 이 작품은 iOS판이나 안드로이드판으로 이식되기도 했고, 후속작으로 『슈퍼 단간론파 2』가 나왔고, PS Vita판으로 두 작품을 묶어 이식한 『단간론파 1・2 Reload』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얼마 전에 외전인 『절대절망소녀』가 나오기도 했네요.

폐쇄된 공간을 배경으로 영문을 알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상황에서 펼쳐지는 암울한 전개와 가라앉은 분위기가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재판을 통해 사건의 모순이나 진상을 파헤쳐 범인을 찾아낸다는 점에서 『역전재판』과 비슷한 구석이 있지만, 여러가지 액션 요소나 특유의 분위기 때문에 상당히 다른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게임 특성 상 스포일러가 매우 치명적이라 미리 알고 플레이하면 재미가 뚝 떨어지니 미리 주의하시길…

게임의 흐름은 각 장마다 학원 생활 파트 -> 살인 사건 발생 -> 조사 파트 -> 재판 파트 -> 벌칙 순으로 이어집니다. 학원생활 파트는 학생들과 이런저런 교류를 나누고 학원 내부를 탐색하면서 이야기를 진행해갑니다. 자유 시간에 특정 인물과 우호를 다져서 스킬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그 다음 살인 사건이 발생하면 조사 파트에서 사건 현장이나 사체를 비롯해 이런저런 단서를 찾아 모은 후, 재판 파트애서 범인과 그 진상을 파헤치게 됩니다.

재판 파트는 단간론파(=탄환논파)라는 제목에 걸맞게 이런저런 근거나 증거를 탄환으로 쏴서 상대방의 주장이나 의견을 논파하는 게 주된 내용입니다. 각자 여러가지 의견을 나누는 논스톱 의논, 빈 칸을 맞추는 섬광 아나그램, 재판 중 마코토와 대립하는 인물과 1:1로 대결하는 머신건 토크 배틀, 마지막으로 사건의 흐름을 짜맞추는 클라이맥스 추리로 마무리 됩니다.

살인 사건이나 벌칙 등에서는 꽤 자극적이고 수위 높은 연출이 두드러지네요. 이게 정신 나간 인물과 만화적인 표현이 함께 어우러지다보니 상당히 기묘한 세계관이 형성되는 느낌입니다.

그나저나 등장인물들은 초고교급 고등학생들이라는데, 재판 때 딱히 크게 도움 되는 인물이 없네요. 쿄코는 때때로 위기의 순간에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사건의 내막을 다 파악하고서도 마코토에게 진행을 다 떠넘기기 일쑤고, 뱌쿠야는 추리 좀 한다 싶으면 헛발질 하거나 어그로 끌거나 열폭해서 화내기 일쑤고, 나머지는 다들 그저 병풍일 뿐이고…

어쨌거나 상당히 재미있게 플레이 했습니다. 액션 요소가 많고 시스템이 이래저래 복잡하지만 다행히 난이도 선택을 할 수 있어서 좋았네요. 후속작인 『슈퍼 단간론파 2』도 본편은 이미 클리어하긴 했는데, 나중에 덤을 대충 마무리 짓고 나면 감상 쓸지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