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대장 소녀

부모의 얼굴도 모르는 천애고아인 나카야마 히나코는 보육원의 교육 방침 아래 격투기를 익혀서 무척이나 싸움을 잘하는 소녀. 그동안 훈련에만 매진한 나머지 친구 하나 없이 지냈지만, 고교 입학을 계기고 친구를 사귈 꿈에 부풉니다. 하지만 입학식 날 쌍둥이 오빠 히카루가 히나코의 눈앞에 나타나 자기 대신 양키 남고 시시쿠 학원에 입학해 학원을 제패해달라고 부탁하는데…

 

레드 엔터테인먼트에서 개발하고 스파이크 춘 소프트에서 발매한 PS Vita용 여성향 게임입니다. 코믹스화와 애니메이션화도 되었던 모양입니다. 장르는 주먹으로 사랑을 이야기하는 연애 어드벤처. 남장하고 남학교에 들어가 주먹으로 상대를 제압하고 때로는 친분을 다지며 이야기를 진행해 나갑니다.

공략 대상은 솔직하고 유쾌한 동급생 미노와 토토마루, 히나코 옆 반 소속으로 무심하고 냉정한 콘파루 타카유키, 2학년 넘버 원이지만 톱 쟁탈전에 관심 없는 한 마리 늑대 키라 린타로, 키라와 대등한 실력자지만 아이돌 활동에 매진하느라 바쁜 미라코 유타, 전설적인 무용담으로 소문이 자자한 히나코의 이복 오빠 오니가시마 호오 등 다섯 명.

1학년 삼인방 조합이 어쩐지 균형이 잘 맞아서 좋네요. 제각각 성격은 다르지만 서로 보완하며 잘 어우러져서 티격태격 노는 모습이 훈훈해요. 친오빠보다도 히나코를 더 애틋하게 여겨주는 키라도 좋습니다. 사정상 정체를 못 밝히고 숨겨야 하는 게 좀 켕기더라고요. 캐릭터에 대한 호감과는 별개로 키라 루트 스토리는 그저 그랬지만… 미라코는 좀 가벼워 보여서 별로였는데 보다 보니 괜찮네요. 본인은 우정을 믿지 않는다고 하지만 키라와의 관계를 보면 두 사람 사이에 제법 의리가 있는 듯. 호탕한 형님 느낌 나는 호오도 호감입니다. 히카루에게 일방적으로 치이는 게 좀 불쌍하기도 하고…

게임 내용은 어드벤처 파트와 싸움 배틀 파트로 구성되어 있네요.  대화 및 이벤트를 진행하다가 상황에 따라 배틀 파트로 돌입하게 됩니다.

게임 기간은 4월부터 1년 동안. 공통 루트를 진행하다가 호감도에 따라서 9월에 루트가 확정되고, 히나코의 행동에 따라서 사나이도와 소녀도 패러미터가 변화하는데 이 수치에 따라서 사나이도가 높으면 여자라는 게 들키지 않는 우정 루트, 소녀도가 높으면 여자라는 게 들키는 연애 루트로 갈립니다. 아마 대충 11월쯤에 갈렸던 것 같음… 마지막 공략 대상인 호오에게는 우정 루트가 없네요.

배틀 파트는 아홉 종류의 표정을 선택해서 째려보기와 그 표정에 맞는 대사가 출력되면 이에 맞춰 버튼으로 대사를 완성하는 큰소리치기, 그다음으로 적절한 버튼을 눌러서 상대와 겨루는 배틀로 이어집니다. 째려보기와 큰소리치기에 성공하면 기선을 제압해서 상대의 HP가 줄어들어 유리한 싸움을 할 수 있네요.  그 과정을 생략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그냥 싸움박질에 들어갈 때도 있습니다.

그나저나 한 번 클리어하면 다음 회차부턴 배틀 파트를 모두 패스할 수 있으려나 싶었는데 아니네요. 처음엔 꽤 재미있었고, 클리어 못 할 만큼 어렵지도 않지만… 그래도 때로는 귀찮아서 휙 넘어가고 싶을 때도 있는 법이건만… 이벤트 배틀 패스 기능도 좀 넣어줬으면 좋았을 듯해요.

다 좋은데 한 대 쥐어박고 싶을 만큼 얄미운 쌍둥이 오빠 히카루의 존재가 거슬리네요. 레귤러 캐릭터는 대체적으로 호감인데 얜 정말로 밉상이라 좀 짜증 납니다. 차라리 얍삽한 헤비오가 훨씬 나을 지경. 그나마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나름대로 히나코를 생각해주는 모습을 보이긴 하지만… 배드 엔딩에서 히나코가 목표 달성에 실패하면 얄짤없이 길거리로 쫓아내는 꼴이나, 히나코에게 자기 책임을 떠넘기고 내빼는 꼬락서니를 보면 그 이기주의적인 성향은 고쳐먹을 방도가 없을 듯.

게임성도 있고 등장인물들도 개성이 있어서 꽤 재미있었네요. 좀 오글거리는 부분도 있고 막장스러운 내용도 나오지만 풋풋한 학원 청춘물 느낌이 나서 나름대로 만족합니다. 머릿속을 비우고 가볍게 즐기기에 괜찮은 듯. 내용상 편견이나 차별적인 언행 같은 게 제법 나와서 이런 문제에 민감한 분은 좀 불편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팬디스크도 빌려왔으니 해볼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