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y -그녀가 바라던 것-

지금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근미래. 안드로이드 로봇이 대중화되어 간단한 작업은 인간 대신 안드로이드가 맡아서 하기 시작한 시대. 평소에 로봇을 그리 좋아하지 않던 주인공은 어느 한 폐기장 안에서 고장 난 안드로이드를 줍게 된다. 그런데 그 안드로이드는 뭔가 이상했다. 무감정한 톤으로 필요한 말만 반복하는 다른 로봇들과는 달랐다. 자유롭게 웃고 울고 떠들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줄 아는 것이다. 마치 자기가 사람이라도 되는 것처럼…

 

2010년에 처음 오리지널판을 공개했던 국산 인디 게임입니다. 후에 스팀 그린라이트와 킥스타터를 통해 리메이크판을 내놓았다고 하네요. PC판뿐만이 아니라 모바일판으로도 발매되었다는 듯. 여주인공 루시의 대사에는 한국어 음성과 일본어 음성이 들어가 있습니다.

때는 안드로이드가 보급된 2050년. 로봇에 대해 반감을 품고 아날로그를 지향하는 고교생인 주인공이 어느 날 폐기장에서 우연히 여성형 안드로이드를 줍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최신 기종이라고 추정되는 코드명 PIM-001, 개체명 루시 발렌타인이라고 하는 이 안드로이드는 인간과 무척이나 흡사한 반응이나 감정 표현을 드러내서 주인공을 무척 당황스럽게 만듭니다. 처음에는 로봇이라며 루시를 탐탁치 않아하던 주인공은 루시와의 교류를 통해 무언가 마음속에서 애틋한 감정이 싹트는 걸 느끼게 되는데…

주인공과 루시를 중심으로 로봇의 자아에 대한 성찰이라든가, 가족간의 엇갈린 사고방식과 이 때문에 일어나는 불화 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 세계관에서는 안드로이드에게 지나치게 감정 이입을 해서 인간과 동일하게 여기고 애착을 품는 사람들이 늘어나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하는데… 그로 인한 문제가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네요. 안드로이드에 대한 애착을 드러내는 캐릭터가 나오긴 하지만 딱히 부정적인 측면을 다루지는 않습니다. ‘한없이 진짜에 가까운 모조품’인 루시에 대한 시나리오라이터의 시선은 무척이나 호의적이에요.

일러스트가 예쁘고, 연출이 좋고, 스토리는 짤막하지만 여운이 있고, 인터페이스 역시 깔끔하고, 시스템도 무난한데… 단 하나, 자동 진행 모드가 없다는 게 불만이네요. 이런 장르에선 자동 진행 모드와 스킵 모드가 참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좀 아쉽습니다.

그나저나 올클리어 특전 CG에서 자기 시나리오를 만들어 달라 쓴 패널을 들고 울먹이는 적발 포니테일 아가씨가 무척이나 신경 쓰이네요. 킥스타터 크라우드 펀딩 액수 달성 목록에 신 캐릭터 루트 추가 항목도 포함되었는데, 금액을 달성하지 못해서 결국 무산되었다는 모양입니다. 나중에 언젠가 이 캐릭터 루트가 추가 컨텐츠로 들어갈 가능성은 있을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