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모르는 시절, 작은 오라버니의 반란기

제게는 나이 차이가 제법 나는 오라버니들이 있습니다. 같은 날 일란성 쌍둥이로 태어난 두 사람은 세상의 빛을 처음 본 그 얼마 안되는 시간 차이 때문에 형, 아우가 갈리게 되었습니다. 쌍둥이지만 확실히 서열을 구분하여 작은 오라버니는 항상 큰 오라버니를 ‘형’이라 지칭하고, 제가 두사람을 부르는 호칭은 ‘큰오빠’와 ‘작은오빠’였습니다. 어릴 적부터 항상 그래왔기 때문인지, 이건 너무 당연한 일이라 별생각 없이 살았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뭔가 의문을 품게 된건 동아리에서 저보다 한 살 많은 쌍둥이 자매를 알게되고 나서부터였습니다. 그 자매들은 언니, 동생을 나눠 구분하긴 했는데 아무꺼리낌 없이 서로의 이름이나, ‘야’, ‘너’ 등으로 부르는 모습을 보니 왠지 모를 신선한 충격과 위화감이 느껴지더군요.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작은 오라버니가 큰오라버니에게 그런 식으로 부르는 모습을 단 한번도 본적이 없었던겁니다!!(서로 투닥거리면서 장난스러운 호칭으로 부른 적은 있어도…) 생각해보면 생일도 같은데 꼬박꼬박 형이라 부르는게 좀 억울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가족이 다 모인 자리에서 물었습니다. 쌍둥인데 왜 굳이 형, 아우를 구분하는지, 같은 날에 태어났는데 동생 취급당해서 억울한 적이 없었냐고… 작은 오라버니 왈,”흠씬 두드려맞고, 집에서 쫓겨나기 싫으면 참아야지 별수 있냐.”

….응? 그 말은 언젠가 반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는 말이렸다!? 호기심이 무럭무럭 피어올라 그 일에 관하여 캐물어댔습니다만 서로 기억이 안난다는 둥, 당사자가 대답하라는 둥, 전혀 모르는 일이라는 둥의 반응을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사건에 관련이 있을 큰 오라버니마저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하고… 꼬치꼬치 캐물으니 다시 작은 오라버니 왈, “혼자 조용히 불려가서 맞았는데 어떻게 알겠냐.”

예전에 저희 아버지께서 매우 엄하셨다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는지라 사건의 당사자는 틀림없이 아버지랑 작은 오라버니일거라고 생각하고 또다시 열심히 추궁했습니다만 되돌아오는 건 같은 반응 뿐. 아니, 내가 모르는 시절의 일이라고 이렇게 발뺌을 해대다니…

하도 끈질기게 달라붙어 귀찮게 굴자 결국 백기를 흔든 작은 오라버니가 털어 놓은 진실은 의외라면 의외였습니다.

“형에게 ‘야’라고 했다가 어머니에게 혼자 불려가서 연탄집게로 얻어맞았다.”

…응? 아버지가 아니고 어머니!? 예전에 저희 집안은 생각보다 꽤나 엄격했었던 모양입니다. ‘야’란 한마디 했다가 허무하게 무너져 내린 작은 오라버니에게 애도를… 표하고 싶지만 솔직히 좀 웃겨서 대놓고 깔깔대며 웃어버렸습니다. 이제와서 큰오라버니의 이름을 부르는 작은 오라버니의 모습은 상상조차 안되네요.

그러고보니 오늘이 오라버니들의 생일이로군요. 어릴 땐 똑같은 선물을 해줘야한다는 강박관념때문에 이래저래 고심을 많이 했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