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8 코즈믹 프로그램 : Big time again!
vol.9 신데렐라 프로그램 : Say it ain’t so
……다시 한번 반복한다.
나는 리아가 이대로 ―― 모든 것을 초월한 채로 있어 주었으면 한다. 그녀의 존재 그 자체가 환상이자 아름다운 세상이며.
―― 꿈이 머무르는 곳이니까.
그리고, 만약. 만약 그녀에게 있어서 내가, 아주 조금이라도 그런 의미를 가지고 있다면.
나는……
세 권에 걸쳐 펼쳐지는, 은반 컬라이더스코프 그 대망의 완결편입니다. 인생의 전환점이자 새로운 시작이었던 토리노 올림픽으로부터 4년후, 또다시 올림픽 시즌을 맞이하게 된 타즈사. 그녀는 패배를 모르는 지고의 여왕 리아 가넷을 쓰러뜨릴 것을 결의하는데…
빙상 위에 군림하는 절대적인 여제 리아. 비록 타즈사보다 어리지만 그녀의 동경이자 이상.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 지고의 존재이자 타즈사 자신조차 쓰러뜨리는 것을 무의식 중에 포기하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최강의 존재. 그 거대한 벽을 앞에 둔 동지인 가브리와 겹쳐지는 공감대는 타즈사에게 크나큰 자극이 되었을 겁니다. 설령 두사람의 동기나 원동력은 다르다고 해도 말이죠.
스케이트 외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리아에게 있어서 타즈사는 특별한 존재였을지는 모르지만, 빙상 위의 두사람은 결코 대등한 존재는 아니었죠. 리아가 타즈사의 실력을 인정하고 있다고는 해도 결코 같은 레벨의 라이벌로 보고 있지 않다는 것 쯤은 타즈사 역시 알고 있었던 사실이기도 하고요. 운동선수로서의 향상심, 대등한 존재로서 인정받고 싶은 욕구, 그리고 무엇보다 가브리의 존재… 여러가지 요인으로 인해 리아와의 평온한 관계를 깨고 타도 리아를 천명한 타즈사에게 주어진 대가는 너무나 컸습니다. (일부러 가시밭 길을 선택한 것이 타즈사 답다면 타즈사 답습니다만… 역시 되돌아 오는 충격은 클 수 밖에 없었죠.)
그래도 설마 타즈사가 이렇게까지 나락으로 떨어질 줄이야… 천하의 프린세스 타즈사가 다른 누구도 아닌 양초사탕 따위에게 굴욕을 당하게 될 날이 오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주인공의 특권으로 이야기가 술술 풀리기엔 리아의 존재가 워낙에 막강하니 이런 전개가 되는 건 당연하게 생각되지만, 역시 타즈사가 절망하는 부분은 보기가 좀 괴로웠어요.
음… 그러니까 은반 컬라이더스코프는 타즈사의 연애편력기인거 맞죠? 동갑부터 시작해 연상을 거쳐, 백합의 세계에까지 발을 들여 놓고도 모자라 연하에 이르기까지… 일생 연애와 인연을 끊었다고 그래놓고 사실 엄청 화려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기분 탓…?
그러니까 이번 최종편도 까놓고 보면 타즈사를 사이에 둔 세계정점의 치정극! 그동안 타즈사를 점찍어놓고 기회만 엿보던 성녀님이 타즈사를 부추겨 타즈사를 독점하고 있던 여왕님을 떨궈내고 그 틈을 노려 타즈사를 겟! 여왕님의 총애에 성녀님의 관심, 앙숙의 들끓는 애증까지… BIG4라는 거대한 소용돌이의 중심에 선 타즈사. 정말 인기인은 힘든거군요. (<-거짓말)
그나저나 현시점에서 이승의 남자 중 타즈사와 맺어질 가능성이 그나마 높은 것은 사샤. 정말로 여러모로 포지션이 좋았다는 느낌이네요. 역시 연애엔 운이 따라야 하는 건가요? 만에 하나 두사람이 정말로 이루어진다면 또다시 세계를 발칵 뒤집겠구나, 타즈사… (키워서 잡아먹기!)
어쨌거나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전개에 멋진 심리묘사가 일품이었습니다. 관심있으신 분은 나중에 라이센스판이 발매된다고 하니 한번 읽어보실 것을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