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 타츠키’의 데뷔작으로, 제4회 빈즈문고대상 장려상 수상작…이라더군요. 빈즈문고에서는 수상작 네개를 묶어 ‘Fresh 4’라 명명하고, 나름대로 밀어주고 있는 모양. 이 작품이 저에게 어필한 건 수상 내역 같은게 아니라(물론 수상작일 경우에는 좀더 믿음이 가긴 합니다만…) 예쁜 일러스트에 아라비안 역하렘(!)이라는 선전문구. 네, 저는 저기에 낚였사와요.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는 쾌활한 성격의 소유자 쟈리스는 기억상실에 빠진 소녀. 쟈리스는 아라바나 대륙에서는 쉽사리 찾아볼 수 없는 금발벽안의 외모 탓에 주변으로부터 곱지않은 시선을 한몸에 받습니다. 오갈데 없는 처지인 쟈리스를 거둬들인 것은 바로 ‘젊은 흑사자’란 이명을 지닌 천재상인 코다트. 코다트의 저택에서 식객으로 머물며 남다른 외모와 잃어버린 기억 때문에 초조해하던 쟈리스는, 기억을 되찾을 단서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고 코다트의 저택에서 베풀어지는 연회에 참석하기로 합니다. 그 자리에서 쟈리스는 이름높은 해적인 푸스선장이라는 샤르마와 대면하게 됩니다. 그의 이름이 묘하게 귀에 익다고 생각한 쟈리스는 기대를 품고 그에게 자신에 대해 아는 것이 없는지 묻지만, 되돌아오는 건 모른다는 냉정한 답변 뿐. 그 후 쟈리스는 연회에서 친해진 이르슈 황자와 어떤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데…
본디 해적하면 바다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도적들을 지칭하는 단어지만, 아라바나 대륙에서는 그 의미가 다릅니다. 50년전 대륙에서 이어지던 전쟁을 종식시킨 영웅 신리크트 선장은 바다의 치안을 지키기 위해 동료들과 함께 해적동맹을 창설합니다. 이로 인해 “해적”은 평화의 수호자로써 사람들의 경의를 받는 긍지높은 존재로 자리매김하지요. 이에 반해 바다에서 노략질을 일삼는 무리들은 “바다도마뱀”이라 지칭하여 해적과 구별합니다(처음 ‘바다도마뱀’이 나왔을 때는 해적 파벌이름 중 하나인가…하고 생각했음). 해적이라고 해도 다같은 해적은 아닙니다. 진정한 해적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아라바나 대륙의 8개국 국왕에게 그 자격을 인정받아야 하는데, 진정한 해적의 자격을 얻게되면 각국대신과 동등한 발언권을 지니며 원하는 곳은 어디든지 통행할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집니다. 아라바나 전체를 통틀어 진정한 해적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하네요.
사실 처음부터 쟈리스의 정체를 알고 읽기 시작한지라, 샤르마가 쟈리스에게 냉담하게 굴 때 왜이러나 싶었는데… 단순히 삐진거였나요…;; 사람 애간장 태워놓고 아무렇지도 않게 잘지내는 쟈리스를 보고 심술이 난 그 마음을 전혀 이해 못할 것도 없긴 하지만서도… 이런저런 말썽을 일으키는 쟈리스와 그 뒤치다꺼리를 하며 남몰래 한숨쉬는 샤르마… 음, 나쁘지 않은 구도로군요.
그런데… 아라비안 역하렘이란 문구로 사람들을 낚았으면 어느 정도 기대에 보답해야 하는게 아닌가요? 여주인공 쟈리스 주변에 여러 남정네들이 포진하고 있긴 하지만, 단지 이것만으로 역하렘이라고 주장하고 싶은 건 아니겠지…;; 솔직히 지나치게 달짝지근한 분위기를 기대한 건 아니지만(이런 건 오히려 부담스럽다…), 조금 쯤은 소녀들의 심리를 자극할만한 두근두근한 시츄에이션이 나와줘도 좋았을텐데요. 소설 자체가 재미없는 건 아닌데 이런 쪽을 기대하고 읽는다면 실망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뒷권에 가면 뭔가 진전이 있으려나요.
어쨌거나 이번 이야기는 이제 막 서장 끝! 이라는 느낌이네요. 정체불명 집단의 목적과 그들이 코다트를 노리는 이유, 신비한 반지와 이에 얽힌 쟈리스의 비밀, 그리고 진정한 해적이 되기 위한 시련 등… 앞으로 펼쳐질 쟈리스와 코다트의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