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수강림담 -읽어라, 어둠을 밝히는 지식의 서-

광염을 제어하기 위한 방법을 조사하기 위해 아란담 기사단에 체재 중인 아리아. 아리아는 환수와 관련된 서적을 조사하기 위해, 일단 글자를 익히기로 결심하고 학업에 매진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게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리아는 고문서관 어딘가에 숨겨져 있다는 ‘금지된 비고’가 존재한다는 이야기를 접하게 되는데…

『환수강림담』제3권입니다. 이곳저곳에서는 음모가 도사리고 있지만 아리아는 학업에 정진 중인, 폭풍전 고요 상태입니다. 아리아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수도로 돌아간 라일도 나름 분투하고 있고, 오로지 아리아의 안전만이 지상과제인 딕스도 새로운 길을 한걸음 내딛은 듯하고… 주변의 이해관계에 따른 음모와 국제관계의 정세 변화 등… 아리아를 중심으로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터라 언젠가 큰 일 한 건 터질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그 외 연애관련 이야기도 조금씩 기틀을 다져가는 분위기랄까요. 아리아와 떨어져 있는 라일은 왠지 모르게 허한 마음을 느끼고, 어쩌면 아리아와 연적이 될지도 모르는 작은 공주님도 등장했고, 아리아에게 냉정하게 구는 셰난도 조금씩 마음이 기우는 것 같고, 일편단심 아리아인 딕스도 아리아를 위해서라면 진흙탕을 굴러도 상관없다고 마음을 다잡고 있고… 원래 연애도가 낮은 작품이기는 하지만 이야기 자체가 재미있는 편이라 그다지 신경은 안쓰입니다. 사실 전 광염을 꽤 좋아하기에 아리아가 짝없이 솔로로 마무리 되어도 크게 아쉬울 것 같진 않네요. 환수를 사역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처녀뿐이라는 설정상, 누군가와 맺어진다는 건 곧 광염과의 이별을 뜻하니 말이죠. 이야기의 끝엔 결국 누군가와 맺어지겠거니 하고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긴 하지만요.

스리슬쩍 넣어보는 무녀의 의식 한 장면

손끝이, 나무 껍질에, 닿았다 ──.
그 순간.
굉장한 충격이 손끝으로부터 전해져 왔다. 몸 속을 통과해 머리카락이 곤두선다.
(뭐……)
이건 대체 ──. 할말을 잃은 아리아의 눈에, 신비한 광경이 펼쳐졌다.

어딘가의 정원에서 라일이 소년과 검을 나누고 있다.
남자가 홀로 황야를 걷고 있다. 저건 아마도 쿠르사드일 것이다.

눈을 감거나 한 건 아니다. 분명히 지금 여기에 있는 생명의 나무나 성당 내부의 광경은 눈에 보이는데, 그것에 겹쳐지듯이 다른 광경이 차례차례 떠오르는 것이다.

아버지가 난로 앞에서 다이나와 이야기하고 있다.
위더가 항구 주점에서 소란피우는 것을 로스트가 한숨쉬며 지켜보고 있다.
파잔이 이상한 부품과 격투를 벌이고 있다. 몹시 호화로운 로브를 입은 초로의 남자가 어두운 방에서 수도녀와 이야기하고 있다. 사막 한가운데에서 햇볕에 그을린 기가 세보이는 아가씨가 밤하늘을 우러러보고 있다. 어딘가 어두운 오두막집에서 붉은 머리의 여자가 말을 손질하고 있다. 물빛 눈동자의 소녀가 화려한 방에서 편지를 읽고 있다. 긴 금발의 아름다운 아가씨가 꿇어앉아 기도에 전념하고 있다. 어둠 속에서 검은 망토를 깊숙이 눌러 쓴 노인이 기분나쁜 웃음소리를 낸다. 그리고 옅은 금발의 청년이 놀란듯한 표정을 하고 이 쪽을 돌아보았다.

── 신비한 광경은 그 이후로 끊어졌다.

전부터 생각한 건데 이 소설은 여성수가 극히 적다는 설정치고는 여성 캐릭터들이 꽤 많이 등장하는 편입니다. 성비차이도 거의 없는 것 같은데 여성 출연진이 거의 없는 모 아라비안 역하렘물과는 딴판이로군요.